목수의 인문학 - 목수가 된 인문학자의 인생·철학·고전 3막 18장
임병희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아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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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때 오지랖 넓은 아줌의 심사가 발동하였다고나 할까,

어쩌려는 것일까, 어떤 차별화 전략을 쓰려는 것일까 걱정이 앞섰었다.

목수이자 인문학자로 입지를 굳힌 분들 중 내가 알고 있는 분 만으로도 '김진송'님이 계시는데 말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목수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한참 잘못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인문학자의 좌충우돌 목수 입문기'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제목의 '인문학'은 어떤가?

여러가지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난 사람의, 사람에 의한,사람을 위한 학문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있지만,

책만 읽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문학적 사고를 하는 것 만으로도 부족하며,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목의 '목수'는 어떻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

김진송의 그것이 목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예술가의 예술작품들과 그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찬사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의 임병희는 목수와 나무, 공구, 마감재에 이르는 목공 재료와 목공을, 사람과 삶의 재료들과 삶으로 치환시켜 버무려내고 있다.

 

김진송의 그것이 예술작품을 보고 즐기기 위한 -감상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저자 임병희는 책을 읽고 있는 나와 다를게 없는 초보자라는 느낌이 든다.

그의 삶 안쪽으로 깊숙히 잡아 당겨, 조곤조곤 늘어놓는다.

 

국문학, 문화인류학, 동북아 신화, 동양 고전,신화와 고전에 담긴 철학 등

그동안 그가 배우고 갈고 닦아온 인문학적 성찰들이 그의 목공품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는 것이고,

바로 그 점이 내게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인문학을 공부했다는 것과 인문학을 삶에 접목시키는 것은 좀 다른 얘기인 것 같다.

특히 신화와 고전은 그 시대상을 반영했을때 생명력을 발휘하는 고로,

그 시대와 장소가 갖는 의의에 대해 성찰을 하고, 재현해 내고, 의미를 되살려내는 것도 일이지만,

그걸 오늘날 삶에 적절하게 반영하고 접목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든 인문학을 삶에 접목시키는데 성공하여, 그렇게 물리가 트이는 경험을 하고 나면,

어려운 책들은 쉽게 읽히고,

인생의 험난한 가시밭길은 비단길ㆍ꽃길과 지름길이 되어 펼쳐질것이니,

그렇다고 우리모두가 목수가 될 수는 없는 일,

인문학을 공부하려 들지 말고, 인문학을 삶에 접목시키도록 애쓰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되겠다.

 

그러니까 어렵게만 생각했던 인문학을,

어려운 인문학의 정점에 있는 사서(四書)와 노장(老莊)을,

삶의 한 가운데로, 목공예 과정 속으로 끌어 들여  대비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취해,

인문학과 목공, 양쪽의 문턱을 낮춰 주었다는게 이 책이 갖는 매력이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친근한 그림체로 내용 전달을 쉽게 한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전문가가 아니라고 겸양을 부려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나무, 공구, 마감재에 이르는 목공 재료와 목공을 삶과 버무려 글로 써내는 건 일품인데,

목공품으로 만들어낸 실물 사진은 별로 없는 점이 아쉬웠다.

그나마 '그가 만든 가구로 채워진 서재의 모습'이라고 하여,

가구를 자세히 볼 수 없는 아쉬움을,

서재를 엿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암튼 발끝으로 서는 자는 오래 설 수 없다는 '도덕경'을 인용하며,

공방친구들이 '선제작 후도면'이라는 엄청난 칭호를 붙여주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엄청난 칭호'는 지나친 겸양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

 

몇 개 잡아내다 관뒀는데, 오ㆍ탈자가 제법 있다.

이 책이 인문학 초보자들에게 타겟을 맞춘 것을 감안한다면, 치명적이다.

성격이 급하고 덜렁대더라도,

책은 혼자 내는 것은 아닐텐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없다.

 

 

(규규-->규구)

 (갖지않았다-->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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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04 14:33   좋아요 0 | URL
저도 김진송씨 목수일기 재밌게 봤던 기억나요. 덩달아 목공 조각을 잠시 배워봤는데, 정말 인문학 취향과 접목처럼ㅎ 사람들이 나무를 고르고 다듬는 데서 성격 다 나오더군요ㅋㅋ
나무들을 찾고, 말리는 데 또 몇 년씩 걸리고, 다듬는 데 또한 공을 들이고서야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듯이, 평생을 가져갈 자신의 인문학도 그러해야 하겠지요^^

양철나무꾼 2015-05-04 16:58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Agalma님이 말로만 듣던 팔방미인이신가요?
목공조각은 또 언제요?

언제 님의 목공 조각품 좀 보여주세요~^^

해피북 2015-05-04 17:57   좋아요 1 | URL
` 인문학을 공부하려 들지 말고 인문학을 삶에 접목시키도록 애쓰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되겠다` 오늘 양철나무꾼님 강의실에서 울림을 받은 글귀랍니다~^^ 아까 병원 대기실에서 글 읽으며 순서 기다렸는데 이 글귀가 눈에 똭!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으면 `배움`에 치중하고 더 많은 배움에만 매달리게 되는것 같아요 그리고 잊어버리고...반성해야 겠습니닷 ㅋㅡㅋ,,

양철나무꾼 2015-05-05 09:53   좋아요 0 | URL
해피북 님 어디가 아프신가요? 벌써 여러번 병원이라는 낱말을 글에서 마주하네요.
아프지 마세요~, 너무 아름다운 5월이예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