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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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인 친구가 있다.

가만히 있으면 충분히 대박인데,

꼭 자기 입으로 잘난 척을 하여 초를 치고, 쪽박을 깬다.

 

어젠가는 전날 밤 봤던 달이라며 사진 한장을 보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쁜 사진'을 보내주는 그 마음씨에 충분히 감동을 했었다.

그래서 연이어 날아온 이런 메시지가,

 

어제 밤 달임

 

저 위의 별도 신기했음

 

Opsc라는 늙은 별이래

논리적으로 오류가 보인다 싶고, 이상하다 싶었지만,

일부러 사진까지 찍어 보내준 성의가 괘씸하여 '이쁘다'며 호들갑을 떨고 말려고 했었는데,

 

자기가 천체물리를 한다는 걸로도 부족해, 고등학교 선생님들보다 낫다고 하는데서 뚜껑이 열려,

감성과 필 충만한 나는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고,

평상시 옵션으로 달고 다니던 이성을 메인으로 장착해

'Opsc가 뭐의 약자냐, 누구 그러더냐, 저게 몇 시경의 사진이냐...'따위를 꼬치꼬치 캐묻는걸로 부족해,

'그냥 달이랑 별이랑 이쁘다고 하면 될 것을, 꼭 그렇게 잘난 척을 해야 속이 시원하냐'며 말을 뾰족하게 벼렸다.

 

내가 이성을 장착해 주시게 된건, '늙은 별'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는데,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 스스로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내뿜는데,

 그 순간이 마치 새로 태어난 밝은 별처럼 보여 ‘초신성’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어디서 주워들었다, ㅋ~.)

늙은 별이라 함은 에너지가 소진되어가는 온도가 낮은 별일텐데,

마지막 순간이 아니고선 저렇게 밝게 보일수가 없지 싶어서 였다. 

혼자 이러고 노는 날 엿보기라도 했는지,

한참 후에 'Omicron Psc'('물고기의 항성')이라며 자료를 보내줬는데,

그 자료를 보고도 내가 툴툴거리며, 의문을 쏟아내자,

이번엔 이런 사진을 보내줬다.

이 사진에선 잘렸지만,
맨 위 사진에서의 조각달과 어우러졌던 별은 '샛별'정도 될 것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친구를 향하여, 낭중지추(囊中之錐)라서 어쩔 수 없다고 체념했겠지만,

이 책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을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직이불사 광이불요(直而不肆 光而不耀)-'솔직하되 멋대로 하지 않는다, 빛나되 눈부시지 않는다'가 생각났다.

이 문장은 입장을 해석하기에 따라선 나에게 적용되는 구절일 수도 있다.

 

스승이나 상사의 말에 바로 자기 뜻을 이야기하는 것이 솔직하긴 하지만 분명 성숙한 행동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주변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솔직함 혹은 뒤끝 없음은 종종 유치함을 미화시킨 표현일 때도 있습니다. 솔직하면서 성숙한 모습을 함께 보이기가 쉽지 않아요, 영리하면서 중후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영리한 게 뭡니까. 예리한 것이지요. ㆍㆍㆍㆍㆍㆍ"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ㆍㆍㆍ."

그런데 그게 상대를 위하는 게 아닌 경우가 많아요. 예리하지만 찌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을 보고 모른 체하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올 시기를 본다거나, 상대가 자연스럽게 깨닫기를 기다려주는 거예요.

  도가에서는 예리함 자체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예리함은 항상 시선이 한곳으로 고정될 때 나오거든요. 대개 가치관이 바른 사람들, 삶의 태도가 바른 사람들이 예리하고 솔직합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스스로 가볍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거든요.

  반면 하나의 의미에 갇히지 않고 대립면을 살피며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신중합니다. 어떤 '다름'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지 않아요. 자기가 옳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 편을 가르지 않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니 성인은 방정하되 옳고 그름을 가르지 않고, 예리하되 찌르지 않고, 솔직하되 함부로 하지 않고, 빛나되 눈부시지 않다 [光而不耀]는 겁니다. 대개 빛나고 눈부시길 원하지만 빛나고 눈부시면 오래가지 못하거든요.(220~221쪽)

 

이 책의 띠지를 보면, '바람직한 삶이 아닌 바라는 삶을 살라'고 하고 있고,

노자에 일가견이 있는 강신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나답게' 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위 박스 글을 통하여 보게 되면,

가치관이 바른 사람, 즉 삶의 태도가 바른 사람들은 예리하고 솔직하다고 하는데,

예리하고 솔직하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다름을 구별해 내고 차이를 인정한다는 걸 얘기한다.

다름을 구별하고 차이를 인정한다는 건, 편을 가르게 된다는 의미이고,

나누고 편 가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거슬러올라가서 그 근원이 되는 예리함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인데,

언뜻 보기엔 '내가 원하는 대로, 나답게' 사는 것과 상충되는 듯 보여진다.

 

일례로 효(孝)와 관계되어,

힘들어도 부모를 모셔야 하느냐 하는 류의 질문에 대하여,

강신주는 자신의 앞가림을 먼저하라는 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나답게' 살라고 조언하는데,

최진석은 내면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부모를 모시는 대신 그 시간에 자기 개발을 도모하게 되는게 자신이 정말 바라는 일일까,

다른 어떤 가치에 지배되어 그것을 바라고 요구하는 양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되묻고 있다.

 

노자 이전의 천명론이라 불리우던 것들의 속성이 비의성, 임의성, 주관성으로 대두된다면,

자연의 존재형식이나 운행원리를 근거로 한 노자에 이르면 객관성, 보편성, 투명성의 속성으로 옮아가는데,

강신주의 그것과 최진석의 그것은,

임의적이고 개인적이라는 점과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닮은 듯 다르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제기하는 주장이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억지스럽지 않다.

 

때로 때때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관점이나 가치관으로 그럴듯하게 생각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로 옮아가보면, 터무니없어져 버리는 상황이 있다.

그런데, 최진석의 경우, 그 시대로 옮아가, 그 시대를 이해학고 몰입하게 만든다.

또 하나, 중국어와 우리말의 어순이 다른 경우,

중국어의 어순을 지켜 해석을 하다보니,

의미가 미묘하게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그게 맞는다 수긍이 가서 고개를 주억이게 된다.

 

개인적으로, 노자를 해설자를 바꾸어가며 제법 여러권 읽었다.

그런 내게도, 그동안의 견해와는 달라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러 곳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조곤조곤 자상하게 설명을 해준다.

ㆍㆍㆍㆍㆍㆍ우리가 <도덕경>을 이해하려고 할때는 누구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대개는 왕필의 시각으로 노자를 이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노자의 시대와 왕필의 시대는 시간적으로 7백 년의 차이가 나요.ㆍㆍㆍㆍㆍㆍ위나라 시대의 당면 문제와 춘추전국시대의 당면 문제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즉 7백 년의 시간차를 간과한 채 왕필의 시각만으로 노자를 보면 노자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159쪽)

 

책을 읽고 감동을 받고 깨달은 바가 있다면, 현실에에 적용할 수도 있어야 하겠는데,

그렇다면 현대에 노자의 철학을 토대로 살아간다는 건 어려울까?

만약 최진석이 노자를 '현대의 철학자'라고 명명하면서, 노자의 그것으로만 제한시켰다면 이렇게 좋다고 설레발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어떤 단계에 도달하는데 특정한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표현함으로써,

훨씬 자유롭고 넉넉하다.

 

공자를 통하기도 하고 노자를 통하기도 하고,

(또 공부를 통해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공부를 통해서만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세상 경험 속에서, 일을 통해서 경지에 도달하는 사람들을 보아왔다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 중에 아주 맘에 들었던 건, 유가와 도가의 차이 부분이었는데,

유가는 채우고 채우고 채워서 그 높이를 우주의 높이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고,

도가는 비우고 비우고 비워서 우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182쪽)이라고 부분은 너무 멋졌다.

그런데, 여기에 내 개인적인 생각을 첨언하자면,

비우고 비우고 비워서 받아들이는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문이란 들고 나는 일이 교차하는 지점'이라는 논리를 적용하여,

비우고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내주어 우주로 흡수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노자가 얘기하는 건 공감과 소통인데,

나를 비우고 우주(=자연=타인)을 받아내는 것이나,

나를 내주어 우주(=자연=타인)로 흡수되는 것도,

다시말해, 우주에로 번지고 스며 물드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비워낸다는 것은 나를 없애고 지우는 것이지만,

나를 내준다는 것은, 번지고 스며 물든다는 것은,

나의 것과 우주의 것이 만나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 나의 본성을 포기하지 않고,

나라는 고유명사를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는 동시에,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두껍지는 않았지만, 동서양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나를 행복하고 황홀하게 해주었다.

두고두고 관점과 시점을 바꾸어 읽고 생각하고 해야겠다.

관점과 시점을 제한시키거나 조건을 준다는 것은 생각의 자유를 구속한다는 얘기이고,

이건 편견과 선입견, 내지는 독선에 빠질 수 있는 우를 범할 수 있으니 경계하여야 겠다.

 

 

참 좋은 책인데,

*익이 우임금의 아들인 계에게 제위를 물려주고 지산 산[箕山]으로 숨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해요.(26쪽 밑에서 둘째줄)

*당시 제후들이 기산으로 피한 익을 따르지 않고,(27쪽 4줄)

 

단어를 통일해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얼마 떨어지지 않아 지산, 기산 다르게 쓰이다 보니, 다른 지명인줄 착각할 우려가 있다.

 

290쪽의 "자신을 천하만큼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고..."하는 노자의 도덕경은 제3장이 아니고, 제13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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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25 00:14   좋아요 1 | URL
전에 텔레비전으로 이분의 특강을 조금 들었는데, 어려운 내용이지만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이 어쩌면 병원과 관련있는 일을 하실 것 같았는데, 오늘 사진 속의 보니까 약간은 더 그럴 것 같은데요^^ 쓰신 글 빠르게 한 번 읽고 댓글 쓰고, 시간될 때 다시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03-25 11:3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은 이분 특강을 들으셨군요?
저는 뒤늦게 이분에게 feel이 꽂혀서 전작주의자가 되기로 했다나, 어쨌다나...ㅋ~.

엉성하고 서툰글을 시간내어 다시 읽어 주시겠다니,
더욱 정성을 들여야겠다고 결심을 해보게 됩니다, 불끈~!

바람은 차갑지만, 그래도 햇살은 따뜻해요, 좋은 하루되세요, 님도~^^


AgalmA 2015-03-25 00:46   좋아요 2 | URL
유투브가 왜이리 길지 하며 쭈욱 내리다가 아, 사진! ^^
요즘 제 생각도 비슷해요. 앎을 익히되, 편견과 오해를 반성하며, (채우고 비우고의 반복) 나다움을 잃지 말자를... 나다운 자유를 잃게 되면 절망은 금방 나타나더라고요.

양철나무꾼 2015-03-25 11:39   좋아요 1 | URL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은 잘 까먹는다는 거예요.
쓸데있든, 없든 간에 잘 까먹어서 좋은 것은,
그동안의 안달루시아에서 탈피하여, 웬만한 것을 향하여선 넉넉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나를 비워도 넉넉해지지만,
상대방을 채워줘도 넉넉해지는데,
이건 Agalma님 같이 젊은 청춘에겐 한참 나중의 일이겠지요?^^

2015-03-25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5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03-25 08:04   좋아요 0 | URL
저 오늘은 꼭 이런 말씀 드려야겠습니다....너무.....

귀여우세요 꺅♡~♡
양철 나무꾼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몰입되고 생각하게 되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 많아 참 좋습니다 지난번 `나무`라는 책 이야기가 너무 좋아 구입해 아직 읽지 못했지만 요 책도 구입하고 싶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5-03-25 11:41   좋아요 0 | URL
어헛~!
저 귀없지 않고, 귀 있거덩여~^^

전 해피북 님의 독서 속도가 참 부럽다나, 어쨌다나~(,.)

2015-03-25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5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5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5-03-26 10:35   좋아요 0 | URL
삶의 태도가 바른 사람들은 예리하고 솔직하다,
예리하고 솔직하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다름을 구별해 내고 차이를 인정한다는 걸 얘기한다

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말에서 갸우뚱, 박스 안의 인용글은 그렇게 읽히지 않는걸. ^^

삶의 태도가 바른 사람들은 올곧고 폐를 끼치지 않으며 참으로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강직성을 지니고 다른 면을 용인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읽혀,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유연성이 부족해, 흐흐흐흐흐흐흐 (결국 내 잘난척. 흐)

좋은 페이퍼야~ 이런 페이퍼를 쓰는 자기가 넘 멋져.
글구 얼굴 비싸게 굴어서 미안~*

양철나무꾼 2015-03-26 17:05   좋아요 0 | URL
`예리하고 솔직하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다름을 구별해 내고 차이를 인정한다는 걸 얘기한다` 는 말은 내가 한게 아니고 인용구이구여, ㅋ~.

내 친구들은 대부분 유연성이 부족해, ㅋ~.
그말은 결국,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인가?
아님, 한술 더 뜬다?ㅋㅋㅋ

詩21 2015-04-06 04:4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 글 읽고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쓰시나 해서
감동 이라는 걸 먹어서 가슴 팡팡 뛰는데......... 잽싸게 eBook 다운 받고 읽으려던차에
다시 한번 나무꾼 글 읽으니 반은 읽었구나 하며 나중에 틈날때 천천히 읽기로 했습니다.
시간 아깝다는 핑개로 무척이나 독서를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인데 이제부터 서서이 탈바꿈 하려나?

양철나무꾼 2015-04-06 10:47   좋아요 0 | URL
저보다 글을 더 멋지게 잘 쓰시는 분이 절 칭찬해주시니,
쑥쓰럽다 싶었는데,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런 관계는 분명 상호적이라는거죠.
님이 넉넉하고 여유로우시니까, 절 좋게 봐주실 수 있는 걸거예요.
독서를 싫어하시는 게으른 분이시라면서, 벌써 책을 반이나 읽으셨다는 것도 그렇구요.
모쪼록 건필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