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계십니까 - 사람이 그리울 때 나는 산으로 간다
권중서 지음, 김시훈 그림 / 지식노마드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ㆍㆍㆍㆍㆍㆍ'

하는 누군가의 시를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들 가운데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닌지,

난 늘 사람들과 보대끼면서도 사람들을 그리워 한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그리워하는건 나만 그런게 아닌가 보다.

이 책<스님, 계십니까>의 부제가 '사람이 그리울때 나는 산으로 간다'인걸 보면 말이다.

생각은 또 널을 뛰어 智者樂水仁者樂山하는 論語 雍也篇의 한 구절이 떠올랐는데,

이 구절을 강신주는 어느 책에선가 이렇게 해석하고 있어서 참 흥미로웠었다.

 

모든 것을 알려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품어주려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사람이 그리울때 산으로 가는 대신, 책을 들입다 파는 나로서는,

모든 것을 알려는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책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있고,

저 둘 중, 굳이 부류를 나누자면 모든 것을 알려는 사람에 가깝고,

모든 것을 알려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데,

그렇게 되면 '사람이 그리울때 나는 산으로 간다'라는 기본 전제 자체가 저 해석과는 상반된다.

 

산이나 물은 아무 소리 없이 그저 그렇게 그곳에 존재하면서 모든 것을 품어주고 있을 뿐인데,

얘길 만들어내고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경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또 생각은 널을 뛰어,

나처럼 산이나 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싫어하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책이나 읽으려는 사람은 그렇다면,

알려는 의욕도, 품어주려는 마음도 없다는 얘기인가?

 

'사람이 그리울때 산으로 간다'라는 저 문구에서 중간 생략을 너무 많이 해버려서 그렇지,

그들이 그리워 하는 사람은 단순히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어떤 해답을 들려 주고 제시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지친 어깨를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얘기할 수 있도록, 

얘기를 들어주는 대빵 큰 귀와,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천개의 손,

무한넉넉한 미소로 무장을 한,

신 같고 종교 같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산이 날 에워싸는 것 같이 느껴지는 사람,

산이 모든걸 들어주고 보듬어 안아주는 것 같이 느껴지는 사람, 은 산으로 갈 것이고,

산에 있는 절의 부처의 형상에서 그걸 느끼는 사람, 은 산에 있는 절로 갈 것이며,

산에 있는 절의 스님에게서 그걸 느끼는 사람,은 그 절의 스님을 만나러 가면 되는 것이다.

 

그걸 바다에서 느끼는 사람은 바다로 갈 것이며,

그걸 책에서 느끼는 사람은 책을 후벼 팔 것이고,

나름의 학문에서 느끼는 사람은 그 학문이 남들이 볼때 아무리 고리타분해도 기꺼이 몰두할 수 있는 것이며,

오토바이 배달을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데서 그런 걸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손으로 palpation하는 직업이어서 손끝의 감각을 혹사시키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손끝을 꼼지락거리면서 그걸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걸 저마다 다 다른 이름으로들 부르고 있지만,

자기만의 종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는 대숲, 카타르시스의 전당인 해우소 등으로 대치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거창하게, 사람이 그리울땐 산으로 가야한다...이거나,

'그리움'이란 감정 따위를 느끼고 너 등 따숩고 배부르구나...따위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자기만의 종교, 또는 대숲, 또는 해우소를 가진 나름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들이다...라는 것이었고,

그걸 느끼고 나니,

외롭지만 더이상 외롭지 않은 이상한 동지 의식에 휩싸이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집어들때만 해도 글을 쓴 '권중서'나 그의 글에 대해서 사전 지식이 없었다.

사전 지식이 없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책을 구입할 때가 한창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어  feel 충만하였을 때라,

단지 책 표지의 그림들을 보고 그림체가 이쁠것 같아서 들였었던 터였다.

 

그런데, 작은 사이즈였을때 이뻐 보였던 그림들은 책 전면을 가득 채우는 크기로 확대되자,

선과 색이 너무 생략되고 단순화되어 단조롭다 못해 심심해보였다.

반면,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글은 촘촘하다 못해 빽빽해서 갑갑할 지경이었다.

글에서의 과한 넘쳐남을 그림의 여백으로 보완했다고 해야할까?

그런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듯 느껴졌다.

 

 

지인의 최신 핸드폰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능을 모르길래,

손가락으로 화면을 이렇게 저렇게 좁히고 넓히기만 하면 줌 인, 아웃이 된다고 설명해주었더니,

금세 이런 사진들을 찍어 보내줬다.

뭐, 거창하게 '부분은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 원리라도 느껴주어야 하겠지만,

내가 느낀 건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의 따사로움 정도가 고작이었다.

작은 것 하나, 일상의 사소한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그 시선을 통하여...

일상의 사소한 것에라도 무게가 실리는 그 순간, 누군가에겐 그만의 특별한 작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게는 그 비싸다는 유병언의 여느 사진들보다 값지고 귀하게 느껴졌으니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지만 말이다, ㅋ~.

 

 

'들어가며'의 한 구절을 옮겨 놓는 것으로 리뷰를 맺는다.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하지 싶다.

  어느 날, 경주 불국사 석굴암의 돌계단이 석굴암 부처님께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불평하였다. " 우리는 모두 같은 토함산의 바위에서 나왔는데, 인간들은 어째서 나는 짓밟고 부처님은 지극히 공경하는가?" 그러자 석굴암의 돌부처님이 이렇게 답했다. "나는 인간의 무수한 정釘을 맞고 참은 결과 존경받는 부처가 되었다. 그런데 너는 나처럼 정을 맞아 본 적이 있는가?"(6쪽)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넋두리를 하자면,

 

한때 우리나라의 국교는 '불교'였었지만, 절은 도시 한 가운데 있는게 아니라 깊은 산속에 있었다.

그래도 됐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이 바뀌어 절이 깊은 산속에 있다보니,

널리 대중들에게 불법을 펼 수 없는가 보다.

그러다보니, 도시 한가운데로 나와 '포교원'이란 이름을 건 무언가도 생겨난다.

그게 제대로 된 '포교원'이라면 뭐가 아쉬워서 '사족'이겠는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약점을 노린 '떴다방 포교원'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들 '떴다방 포교원'은 기존의 불교나 절, 암자, 포교원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그저 포교원이라는 이름과 스님이라는 호칭만을 차용한 가짜 약 장사이며 사기꾼들인 것이다.

이들은 그전의 다단계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장사와 같은 이들이지만,

이들에게로 향하는 어르신들을 어쩔 수가 없다.

어르신들은 이들이 다단계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장사 같은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또는 눈치 채고서도 드나드신다.

왜냐하면 이들이 노린게, 바로 사람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의 약점'이기 때문이다.

다단계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장사 같은 이들을 탓하기만 했지,

누구 하나 이들처럼 어르신들에게 살갑게 대한 적이 있나?

어르신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을 보이며,

어르신들이 잠시 잠깐이라도 웃고 재밌을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무엇인가 연구하고 궁리해 본 적이 있는가 하면...할말이 없다.

 

어떤 어르신들은 그들의 불법과 사기 행각을 알지만,

그건 과한 매도이고,

그들의 무형의 서비스와 노력에 대하여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니 말이다.

인생 백세시대라고 한다.

무조건 생명연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삶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이런 정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하여야 겠다.

그것이 살아있는 우리들의,

이렇게 나이먹고 늙어가는 우리들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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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6-29 18:25   좋아요 0 | URL
어느새 유월이 저물고 칠월이 다가와요.
칠월은 참말 무더운 나날.
그렇지만, 칠월은 어쩐지 시원한 소나기와 뭉게구름과 무지개,
또 수박이 익는 멋있는 달이라는 생각을
어릴 적부터 느꼈어요.
즐겁게 칠월에 아름다운 이웃들을 만나셔요~

양철나무꾼 2014-07-17 18:20   좋아요 0 | URL
청포도가 아니고 수박이라~?
요즘 냉동수박 넘 비싸여~--;

잘 지내시죠?
헤에~^____^

루쉰P 2014-07-01 18:31   좋아요 0 | URL
흠 양철무적나무꾼님도 저와 같은 멘탈을 지니셨군요 ㅎ
산이나 물에 가서 품어줄 사람을 만나고 알기 위해 간다는 건 좀 이해가 안돼요 ㅋ
저도 나무꾸님처럼 집에서 책 읽다 침대에서 자는 게 제일 좋더라구요 푸하
근데 읽으며 느끼지만 나를 온전히 품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느껴요 ㅎ 요건 저도 생각을 곰곰히 해봤는 데 타인과의 공감 능력은 확대가 가능해도 나를 온전하게 이해할 사람은 매우 찾기가 힘들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면 홀로 고독 속에서 쓰려져야 하는 가하면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내 고독은 오로지 나만 알 뿐 그렇담 그 고독을 이해하고 혁파할 내안의 나를 찾아야 되겠더라구요 ㅎ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무거운 돌을 지닌 인생 견디는 자가ㅈ되어야 한다라고 했는 데 음 뭐랄까?
전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다고 봐요 ㅋ
다만 나를 이해하고 품어줄 나는 있다고 보구요
요건 이기주의와는 틀려요! 강건한 자신이랄까? 멘탈 갑 프로젝트라 할까? ㅋ
근데 전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죠 ㅋ
암튼 나무꾼님의 글을 보니 또다시 제 사상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ㅋㅋㅋ.
저 무슨 병은 아니겠죠 ㅡ..ㅡ

양철나무꾼 2014-07-17 18:24   좋아요 0 | URL
왠지 교주님의 댓글에서 '홍길동'의 정취가 느껴지는 거 있죠.
도꾸가와 이에야스에서 길동이라 너무 튀었나?
근데, 말이죠~.
세상이 하도 어처구니 없이 돌아가서 이건 뭐, 원~(,.)

'이상국가'따위는 꿈도 꾸지 않으니,
어느 맘 맞는 사람끼리 조용히 살 땅 한평은 없는걸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