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를 고뿔 속에서 헤롱거리며 보낸다.

연말의 그것은 그나마 약하게 지나가 책은 들춰볼 수 있었으나,

지금 나를 통과하여 가고 있는 이 녀석은,

기침에 몸살을 동반해서 책을 들추는 것은 고사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싫다.

 

'한살 더 먹는다' 생각했을때는 그닥 감흥없는, 그리 유쾌할 일도, 불쾌할 일도 아니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나이 먹는것마저 이렇게 몸으로 통과해가며 깨닫는 건가 싶으니 씁쓸하기는 하다~--;

 

기실, 내가 요번에 이렇게 고생을 하는건,

해마다 맞아오던 예방접종을 (무슨 배짱으로 건너뛰었는지 모르겠다~--;) 건너 뛰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감기나 독감에 노출된 환자들과의 접촉도 많아,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건 늘 있는 일이고,

그걸 알면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종로 한복판에서 동서남북 오가는 찬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도 아니고,

겨울 막다른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는 군고구마 장사도 아니지만서도,

그들이 보면, '형님'하고 팔굽혀 고개를 숙이고 갈 정도로 둘둘 싸매고 다니는 데,

어디로 그 녀석들이 침범했는지 모르겠다.

 

거의 엇비슷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어도,

나만 유독 길고 오래 강력하게,

마침내 기필코,

초토화시키는 걸 보면,

면역력이 약해서일테고,

그렇다면 운동을 통해서 면역력을 강하게 해주어얄 밖에~--;

운동은 고사하고 하루 몇분이라도 걸어볼 요량으로,

팟캐스트로 다운받아 듣던 강신주는 다 들어주시고,

그 다음으로 건드린게 '이박사 이작가의 이이제이'라는 방송이었다.

 

근데 이 방송은 욕이 난무하는데,

그게 우아한 나의 기본정서와는 좀 맞지 않는것 같아서,

접으려고 하다가...

(이게 어디까지나 킬링 타임용으로 듣는 건데,

 이 사람들이 욕하는 걸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게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면 들을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말이다.)

이들의 방송이 다 그렇지만,

'조봉암 특집 2부'같은 경우, 베스트 반열에  올라있는거라,

그리 많은 사람들이 들은 것은,

그들이 대세여서,

시대에 편승한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있을거라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봉암 특집의 2부가 끝나갈 무렵,

그들은 우리가 그 프로그램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하고 있었다.

 

이석기 사건도 그렇고,

통합진보당 사건도 그렇고,

그렇게 연일 방송에서 때릴 정도의 대단한 이슈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건이 '특.검.'에서 끝나야지, '헌.재.'까지 끌고갈 사건이 아니라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란다.

막말로 이들은 또 다른 이름으로 창당을 하면 그만이란다.

 

하지만, 이들을 극좌로, 빨갱이로 만들어버림으로 인하여,

그들과 대척점에 섰던 사람들은 공ㆍ사 구별없이 자유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하여 좌천을 당한 윤석열 검사의 경우, 그를 야당편이라거나 좌편향으로 봐야할 이유가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경찰청 정보국장을 구속했던,

노무현 정부에선 안희정, 강금원 같은 노 최측근을 구속한, 인물이다.

 

위정자 입장에선,

국민들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좋을게 없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자기네들끼리 편가르고 싸우다가 지쳐가길 원하고 있단다.

 

지금부터 하는 얘긴,

같은 얘기의 연장선 상으로 봐도 좋고, 전혀 다른 얘기로 봐도 좋다.

 

요즘 여러 주역 책을 짬뽕하여 읽는데,

읽으면서 느끼는건,

이 모두가 耳懸鈴鼻懸鈴이라는 거다.

한괘에 있는 여섯효를 가지고도,

두, 세개를 아래와 연관시켜 묶느냐, 위와 연관시켜 묶느냐, 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되어버리고,

그리고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여럿이다.

그 중, 어떤 해석이 맞는지 틀리는지, 를 놓고도 갑론을박이다.

 

국사, 세계사에 취약한 나도 어디선가 한번쯤 들었던 얘기들도 있다.

점서로 읽겠다는 사람에겐 그 효용성을 장담할 수 없으니 안되겠고,

처세서나 인문학 책으로 읽겠다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 책이 될 수 있겠다.

 

세상을 살면서, 또는 일을 하면서...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지 싶다.

예를 들면 비를 만나면 나아가지 않고 멈추어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물론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노는 것이 아니라,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린다는 뜻이 되겠다.

비를 여러번 만나본 사람은 이 비가 언젠가는 그치리라는 걸 믿고 기다리겠지만,

처음 비를 보는 사람이라면, 이 비가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리지는 않을까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느긋하게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힘을 비축한 이가 맞이하는 비 갠 하늘과,

노심초사하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해 버린 후에 맞이하는 하늘은,

긴장도 다르겠지만,

같은 하늘을 놓고도 하늘의 빛깔도 한참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처음의 '이박사, 이작가의 이이제이'로 돌아가서,

난무하는 욕설 때문에 이 방송을 놓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요즘 읽는 '인문으로 읽는 주역'의 '比'괘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작은 것으로써 큰것을 섬기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따르는, 또는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먼저 스스로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뜻을 굽혀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다.  상사는, "내면에서부터 따르고자 하니, 스스로 잃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바로 자존심과 관계기 있다.(132쪽)

비'比'괘는 즐거워하고 평화로운 관계이지만, 이건 서로 평등한 관계라기보다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받드는 괘이다.

『자하전』에서는, "대지는 물을 얻어 부드러워지고, 물은 대지를 얻어 흘러가니, 이 때문에 비(比)라 했다"라고 설명한다. 물과 대지가 서로를 얻어상생하는 것처럼, 개인이나 집단 또는 국가 간의 상생 관계를 나타낸 것이 바로 비괘다.(126쪽)라고 되어 있단다.

 

자연이나 국가 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즐겁고 평화로운 관계라는건,

서로 평등한 관계라기보다는 한 쪽이 다른 한쪽을 받드는, 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존경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우러나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위정자가 위정자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건지,

국민이 머리 박고 자기편끼리 편갈라 싸우는 일은 막아 보자는 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님, 

믿을 수 있고 믿음을 주는 인물의 '부재'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하는 건지,

헷갈린다, 끙~(,.)

 

하지만, 적어도 내가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이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점을 갖춘 사람'인 것만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적어도 그래야, 즐겁고 평화로운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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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1-17 22:41   좋아요 1 | URL
오늘은 좀 나으셨나요? 가까운곳에 살면 맛난 죽이라도 싸가고 싶네요. 저도 이번에 예방접종을 건너 뛴 상태라 불안불안하긴한데,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야겠어요. 언니, 감기 얼른 낫길 빌게요. 그리고 그동안 넘 소원했지요. 그래도 가끔 들러 좋은 글 많이 읽었어요.^^ 올 해는 자주 찾아올게요.

양철나무꾼 2014-02-04 18:31   좋아요 1 | URL
왠지 꿈섬님은 음식솜씨도 야무지실 것 같다는~^^
어디선가 퓨전 피자 사진 본것 같아요.
저 그 피자 한쪽 얻어먹으면, 앞으로 거뜬할 것 같다는...ㅋ~.
현준이, 현수 많이 컸죠?
네, 저도 자주 마실 가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