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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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영화와 웹툰 책을 보는데, 영화는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 웹툰은 강풀의 <26년>, 책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그리고 이어서 읽은 책이 바로 <오월의 사회과학>과 오늘 쓰려는 책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다. 사실, 순서가 좀 잘못되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공부하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아닐까 싶다. 

 

먼저, 이 책은 최초로 광주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5·18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물이다. 이 책으로 인해, '폭동'이라고 주장되었던 사건이 '민주화 운동'으로 바뀌었다. 5·18기록물은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5·18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 당시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박정희 유신체제하에서 1979년 10월 부마항쟁이 발생한다. 부산과 마신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이 민주화 요구를 하며 항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부마항쟁 뒤 10·26 사건으로 박정희는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 기회를 틈타 전두환이 하나회를 중심으로 12·12 사태를 일으킨다. 바로 대통령 승인 없이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 등을 체포한 것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이 쿠데타는 1980년 9월 전두환이 대통령에 오르면서 마무리된다.

 

이런 시대적 흐름 가운데 5·18이 발생했다. 12·12 사태 이후, 군부가 사실상 나라를 장악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국민들, 특히 대학생을 중심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 전국적으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광주가 바로 군부 정권의 타깃이 된 것이다. 왜 하필 광주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 당시, 광주 출신인 김대중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군부 정부는 5·18에 대해 북한의 남침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이는 미국과 한국군의 주요 정보기관에 의하면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인가 싶을 정도로 잔인하게 일반 시민들을 진압하고 폭력을 행하고 탄압하고 살인을 저질렀는데 그 가해자가 바로 대한민국 군인이었다. 그것도 공수여단까지 투입하였다. 그뿐 아니라, 헬기까지 동원하여 시위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무전으로 알려주었다. 이렇게까지 시위를 과잉진압하는 정부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만큼 시위가 무서웠단 말인가?

 

광주에서 처음부터 전시민이 시위를 하고 항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대학생 중심의 시위였다. 그러나, 군인의 폭력과 탄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그냥 가만히 지켜볼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무고한 노인과 중학생들까지도 가차 없이 때리고 대검으로 찌르고 총을 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참아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광주 시민들은 하나가 되어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주 시민들의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언론 통제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는 이 상황을 알 수 없었고 왜곡되고 전달되었다. 몇몇 기자만이 광주의 정확한 상황을 보도했고 그 와중에 나온 단어가 '인간 사냥'이다. 

 

이로 인해, 광주시민과 군인 사이에는 흡사 전쟁과도 같은 격렬한 전투가 발생하게 된다. 시민들은 경찰서에서 무기류를 탈취하고 가용한 버스와 트럭 등으로 자기 몸을 던지면서까지 군인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도 생겨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희생과 죽음이 발생했다.

 

당시, 몇몇 지휘관들은 이러한 강경 진압에 반대하였다. 이구호 준장, 김기석 소장 등이 그러한 지휘관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반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위에서는 다른 경로를 통해 명령을 전달하면 끝이었다. 결국 맨 위에서 이 모든 것을 조종한 자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마지막 도청에서의 최후 항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였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희생으로 인해 더 많은 시민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1997년 4월 18일 대법원은 12·12 쿠데타를 '군사 반란'으로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하고 책임자들에 대하여 심판하였다. 그로 인해 전두환은 무기징역이 확정되었고 노태우는 징역 17년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1997년 12월 22일 김영삼 정부는 특별사면으로 이 두 명을 석방하였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멀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법의 단호한 심판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는 수많은 희생자들의 이름과 이야기가 나온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청년, 노동자 등등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희생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희생이 지금까지 이어져 대한민국은 민주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과거 없는 현재는 있을 수 없다. 그 과거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그 희생으로 이루어놓은 결과물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우리는 충분히 그것을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하였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공부는 계속되어야 하고 특히, 5·18과 같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계속해서 회자되고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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