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리즈는 어린 시절 이웃인 댄 밀러와 삼촌과 그의 아들 세스와 함께 놀러를 가다 물에 휩쓸리게 된다. 댄 밀러는 이웃집 아이들은 구했으나 정작 자신의 아들은 구하지 못한다. 이제 리즈는 스물아홉 살이 되었고 남편 오웬과 살고 있다. 변호사 시험을 쳐야 되는데 늦게 일어나 급하게 차를 빼는데 무언가를 치게 된다. 예전에 개를 쳤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개를 쳤나 했는데 아니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캐롤과 데이비드의 어린 아들 찰리였다.

여기까지는 명백한 사고였다. 리즈는 찰리가 있는 줄도 몰랐고 그저 시험에 늦어 빨리 차를 출발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인간의 본능이란 참 오묘하다. 찰리를 데리고 빨리 병원으로 가거나 이웃집에 알리는 게 정상적인 사고 흐름인데, 사람이 당황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리즈는 찰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차에 싣고 떠난다.

리즈의 남편 오웬은 무라틱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조만간 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리즈도 변호사 시험을 합격하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된다. 이런 상황이 의연 중에 리즈의 행동을 압박했던 것이다. 실수든 우연이든 간에 자신이 차로 옆집 아이를 치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결국, 리즈는 작은 일을 큰일로 만들어 버렸다.

갑자기 아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캐롤은 실종 신고를 하게 된다. 경찰이 와서 이것저것을 질문한 다음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리즈는 남편 오웬에게 자신이 아이를 쳤다고 고백한다. 정상적인 남편이라면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이웃집에 가서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하자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오웬도 자신이 일구어 놓은 회사를 한순간에 날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리즈가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야기하려고 할 때마다 끊임없이 막아 세우고 방해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서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부부 관계가 심하게 왜곡된다. 물론, 이 왜곡은 처음부터 있었는데, 옆집 아이를 차로 치면서 표면으로 확실히 드러나게 된다.

옆집 캐롤과 데이비드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밖에서 보면 남부럽지 않을 재산과 직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관계는 순탄하지는 않았다. 특히, 데이비드는 자신의 가게만 신경 쓰고 여자관계도 복잡했다. 캐롤은 어린 아들만 바라보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이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 또한 아이가 실종되는 위기가 닥치자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결국, 관계의 진정성은 것은 모든 것이 좋을 때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치고 위기가 발생하면 그 관계의 본질이 드러나게 된다.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는 그 본질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인간의 양면성도 여실히 보여준다. 리즈는 실종한 아들로 인해 슬픔에 빠져 있는 캐롤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이웃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이야기도 못하고 캐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것도 진심이었다. 자신은 찰리의 행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롤의 아픔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린 것이다. 누구나 이런 이중성을 갖고 있음을 소설은 또한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오래된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로, 리즈와 오웬의 모든 범죄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는 자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댄 밀러였다. 어린 시절 리즈와 댄 밀러의 인연이 비록 중간에는 아무런 교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인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인연이 미래에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