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노엄 촘스키 지음,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어, 강주헌 옮김, 레미 말랭그레 그림, / 시대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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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두 언론인이 촘스키와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노암 촘스키의 <불평등의 이유>를 읽으며 그의 균형 잡힌 관점과 탄탄한 논리에 감탄했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도 '생각할 방향을 인도해주는 지식인', 믿기지 않을 만큼 날카로운 비판 의식' 등으로 촘스키를 소개한다. 

"촘스키가 우리에게 전해준 중요한 교훈의 하나는 기존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말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것도 확실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믿지 말라는 것이다. 확인하고 심사숙고하라는 것이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생각하고, 기지의 사실에서 해방되라는 것이다. 

<공부의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동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당연시 여기는 것들에 자각적 반기를 드는 것이다.  

저자들은 포리송 사건을 먼저 언급한다. 포리송 사건은 1970년대 말 리옹 대학의 프랑스 문학과 교수이던 로베르 포리송이 나치가 가스실을 이용해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바람에 교수직에서 해임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탄원서 서명에 참여한다. 촘스키는 포리송의 의견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서명했는데 언론은 일부 세상은 촘스키가 포리송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촘스키는 누군가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곧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촘스키는 포리송의 글을 읽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촘스키에게는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다.  

엘리트 집단은 국민을 강제로 통제하고 소외시키는 수단으로 언론을 통하여 선전이란 방법을 동원한다. 언론뿐만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홍보, 학교, 연구기관 등을 동원하여 인간 정신을 지배한다. 인위적 욕구를 만들어 대중이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만든다고 촘스키는 이야기한다. 나아가, 선전은 국민들이 스스로 무력하고 단절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참여자가 아닌 구경꾼에 머물게 한다.  

언론은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만을 내보내고 이슈화한다. 정작 알려지고 개선되어야 하는 사건들은 보도하지 않는다. 촘스키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1999년 6명의 엘살바도르 지식인들이 비인간적으로 살해당한 사건을 언급한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들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언론은 자신들이 밝혀내고 싶은 진실만 이야기한다. 

촘스키는 현재의 경제체제는 '엄청난 권력을 지닌 개인 기업들이 서로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강력한 국가권력에 의존하면서 위험과 비용을 분산시키는 체제'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온 세계가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고 대중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말하는데 촘스키는 이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씻어내라고 강하게 말한다. 

"각국 정부는 대부분의  협상을 비밀리에 진행합니다. 국민이 반대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역협정의 목표는 투자자, 달리 말하면 다국적기업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고 증대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런 협정은 국민의 주권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대중은 엘리트 집단의 특권과 권한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 교육이 우선되어야 하고 민간단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하고 적잖은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으로 대항하면 안 되고 조직화가 필요하다. 촛불 시위 때처럼 대중의 압력이 중요하다.  

"25년 전부터 대중의 압력이 하원에 먹혔습니다. 게다가 인권운동도 본격화되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대중의 압력이 하원 깊숙이 파고들면서 명백한 사안에 대한 하원 의원들의 투표 행태를 바꿔놓기 시작했습니다." 

촘스키의 정보 수집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있는 신뢰할만한 동료들 간에 협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종이 신문을 꼼꼼히 보고 BBC 월드 서비스를 매일 빠짐없이 듣는다. 텔레비전은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잘 드러난다. 촘스키는 워터게이트를 이야기하며 언론은 기본적으로 권력층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결국, 대중은 객관적 정보가 아닌 왜곡된 정보를 접하게 된다. 이는 언론은 기본적으로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촘스키는 설명한다. 근본적인 한계라는 것이다. 중립적 언론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 

촘스키는 미국을 가혹하게 비판한다. 먼저 미국은 한결같이 국익이 우선이었고 국익이 위협을 받으면 반드시 보복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수단과 이라크 폭격도 이런 맥락이라고 촘스키는 설명한다. 미국은 터키가 쿠르드족을 학대할 때 군사 지원을 확대했다.  

"미국은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선제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공격에 대응하는 수단이 아닌, 예방하는 수단이라는 핑계로 말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변덕스럽고 보복을 잊지 않는 국가로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을 두렵게 생각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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