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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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고른 책인데, 책 목차를 보고 단순히 추천 도서를 알려주는 책인가 싶어 약간 실망했다가 실제로 책을 읽으며 매우 유익했던 <엄마의 독서>이다. 저자는 결혼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책을 읽었고 책의 도움으로 다음 여정을 갈 수 있었다.  

먼저 결혼이다. 언제부터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자리 잡았을까? 이에 대한 답을 <남과 여>라는 책에서 찾는다. 선사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근에야 이런 가부장제에 균열이 생겼다고 말한다. 또한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란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은 남녀가 집 밖에서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지하면서도 집에서는 반대로 평등을 외쳐서 부부는 갈등을 반복한다고 말한다. 결국, 남편이 집안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대적 문제라는 진단이다. 이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육아를 담당하며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을 그만두어야 했다. 반면, 남편은 커리어를 쌓으며 대학원도 다니는 등 자신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고 느꼈다. 그러나 한참 뒤 돌이켜 보니 남편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고 그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임신 기간에는 추리소설이 자신을 구원해주었다고 고백한다. 시간을 잊고 나를 잊게 해준 구원자라고 고백한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분노가 가라앉고 소외감이 줄어들게 된다. 소설을 쓰는 그 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는 육체의 피곤함보다 아이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너무 괴로웠다고 말한다. 나도 두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니 가끔 자녀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괴로울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감정이 고조되기도 한다. 이제는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4살이 되었다는 생각에 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실컷 혼내고는 미안해서 안아주고 마무리할 때도 있다. 저자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저자는 "혹시 나는 쓰레기인 것일까?"라고 말한다. 깊이 공감이 간다. 

"국가와 제도가 제발 있는 그대로 사회상을 반영하길.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경직된 성별 역할을 토대로 삼지 않고 남녀 모두 일과 가정에 고루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쇄신하길. 그리하여 아빠들이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사와 육아라는 생명력 넘치는 일에서 소외되고 불행해하지 않길." 

저자는 <아빠의 이동>을 통해 아빠라는 존재를 이해하게 된다. 아빠들은 도통 무엇이 문제인지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이미 밖에서 구시대적 생각을 너무나 많이 듣고 접해서 분간도 잘 안된다. 따라서 알아서 척척해주기를 바라면 안 되고 하나부터 알려주고 책도 읽으라고 권해야 한다. 이렇게 엄마가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상냥하고 민주적인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웃으며 차분히 설명해주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자기주장만 하고 엄마의 공감을 붙들고 끝까지 자기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계속 떼를 쓴다. 나도 마찬가지다. 머리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아이에게 훈육할 때마다 발견한다.  

훈육과 관련해서는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에서 말하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매사에 의사를 물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 안에서 3,4살 아이가 자동차를 타며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상냥하게 타이르는 것보다 자동차에 끌어내려 자동차를 안 보이는 곳에 치우라고 말한다. 아이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가 내 말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규칙을 정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라는 존재는 연약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놀랄 만큼 강하기도 하다. 어른들에게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는 생각에 울기도 하지만, 그 순간만 넘어가면 그 어른이 천사처럼 대해준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리고 영리하게 대처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어른의 특성을 꿰뚫어보고 필요에 따라 연약한 상태를 연출하기도 한다." 

<엄마됨을 후회함>이란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사회는 엄마라는 존재에게 후회라는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마땅히 감사하고 좋은 엄마가 되라고 '강요'한다. 여기에는 다른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이에 반기를 들며 사회가 모성을 신화화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강요만 하는 사회이다. 이렇게 여성은 엄마됨을 강요당하고 어디에도 감정을 표출하지 못한 채 조금이라도 힘들다고 말하면 우울증 딱지를 붙인다. 

저자는 큰 돌파구를 찾는데 바로 집안일을 아이들에게 분배한 것이다. 빨래를 돌리고 널고 개는 것을 아이들에게 시키자 신세계가 펼쳐진다. 이를 통해 행복과 가슴 벅참을 경험한다. 집안일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것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이롭다. 나도 아이들이 빨리 커서 제 몫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결국 관계는 솔직함과 진정성이라고 정리한다. 사회의 요구와 강요에 따라 가면을 쓰고 아이를 대하면 거짓된 관계가 만들어지고 언젠가는 무너진다. 기분이 나쁘면 솔직하게 아이에게 말하고 혼자 집안일하는 것이 부당하면 이야기해야 한다.  

"정말 좋은 엄마가 되려면 '조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그냥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내가 좋은 인생을 살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고, 다른 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면 된다. '엄마'가 나의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일 분, 나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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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8-09-12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할 수밖에 없는 건 저도 그런 엄마라는 것이고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흑흑! 읽어봐야겠어요.

데굴데굴 2018-09-13 08:35   좋아요 0 | URL
자녀 양육은 정말 답이 없나 싶기도하고 너무나 다양하게 이야기해서 쉽지는 않네요 저도ㅠㅠ 그래도 공부는 계속 해야 될 것 같고 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