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유명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저자는 신경정신과 교수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어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한다. 로고테라피는 환자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와 책임을 발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프랭클 박사가 인용한 니체의 말에 그의 철학이 들어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유대인들이 수용소에 도착하면 바로 판결이 시작된다. 저자는 함께 수용소에 들어온 사람 중 90퍼센트가 바로 화장터로 직행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에 많이 나오는 그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의 궁금증은 고개를 든다. 저자는 이런 끔찍한 수용소에서도 사람들은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했다고 전한다. 또한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스실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살을 보류하게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수감자들은 그리움과 혐오감을 느낀다. 더 시간이 지나면 혐오감, 공포, 동정심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사람이 괴롭힘당하고 죽는 것은 일상이 된다. 감정이 무뎌지고 담담한 감정 결핍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수감자들이 가장 자주 꾸는 꿈은 빵과 케이크, 담배 그리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이다. 물론, 꿈이 깨면 현실로 인해 매우 고통스럽다. 수감자들은 감시 조금 소홀하면 당장 먹는 이야기를 서로 꺼낸다. 좋아하는 음식을 이야기하고 조리법을 교환한다. 저자는 이것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내장기관에 쓸데없는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영양실조 태반인 수감자들은 먹는 것에만 집중했고 성욕도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올리며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올리며 아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저자는 수용소에서 중간에 발진티푸스 환자 수용소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말에 가기로 결심한다. 이때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내가 작업반에 들어갈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죽어야 한다면 나는 내 죽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의사로서 내 동료들을 돕다가 죽는 것이 그전처럼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로 무기력하게 살다가 죽는 것보다 확실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도 인간은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목숨을 건지기 위해 친구를 배반하는 수용소에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거슬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최종적 선택은 개인의 내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면 환경이 사람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한다.  

삶의 의미는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시련에도 삶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시련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 다시 말해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가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심지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를 제공한다." 

저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의 존재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있을 때, 그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라고 말한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는 수감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퇴락의 길을 걷는다.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일주일간의 사망률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추세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주치의는 이 기간 동안 사망률이 증가한 원인은 보다 가혹해진 노동조건이나 식량사정의 악화, 기후의 변화, 새로운 전염병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대부분의 수감자들이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희망적인 뉴스가 들리지 않자 용기를 잃었으며, 절망감이 그들을 덮쳤다. 이것이 그들의 저항력에 위험한 영향을 끼쳤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기에 이른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생존에 대한 책임과 그것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아주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로고테라피는 환자가 삶의 의미와 직접 대면하게 하고 나아가도록 돕는다. 환자가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은 정신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도 'Man's Search For Meaning: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이다. 덧붙여 이 과정을 위해선 책임감이 필요하다. 따라서, 로고테라피는 책임감을 인간존재의 본질로 본다. 

추가로 내가 정말로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추상적 삶의 의미가 아닌 구체적 과제를 수행하며 살아갈 때 인간의 실존이 발견된다.  

로고테라피는 의사가 직접 무엇을 결정하지 않는다.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시야를 넓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로고테라피로 우리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선, 진리, 아름다움, 자연, 문화)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사랑)을 만남으로써 
32)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저자는 역설 의도에 대해 설명한다. 역설 의도는 마음속의 두려움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일을 생기게 하고 지나친 주의 집중이 오히려 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잠이 달아난다는 점이다. 이때 잠을 자지 않겠다는 역설 의도로 바꾸면 오히려 잠이 온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인간은 어떤 환경이든 극복하고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인간은 고통과 죄, 죽음 속에서도 삶에 의미를 발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정신분석은 모든 문제를 성욕의 차원에서만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는 이 비판이 타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정신분석에는 이보다 훨씬 잘못되고 위험천만한 가정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범결정론이다. 범결정론은 어떤 조건이든지 그 조건에 대해 자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인간관을 의미한다." 

저자는 삶의 일회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없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게 된다.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당신이 지금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그 사람의 가치는 현재 그 사람의 유용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그 사람의 가치는 과거에 실현시킨 가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현재의 유용성에 기반을 둔다면 히틀러의 안락사는 정당화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인용한 니체를 말을 소개한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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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리나씨 2018-08-30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데굴데굴 2018-08-30 18:04   좋아요 1 | URL
너무나 강렬한 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