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은 엄마와 이별한다 - 하루하루 미루다 영원히 후회할지 모를 당신에게
최해운 지음 / 이와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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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그렇듯 효도에도 때가 있다. 부모님은 무작정 자식이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시지 않는다. 이제 조금이나마 부모님의 고마움과 사랑, 헌신을 깨달았는데, 이미 부모님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경우도 많다. 혹은 연로하셔서 여행 보내드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부모님께 연락하고 감사하다고 하고 사랑을 전해야 한다. 

저자는 <누구나 한 번은 엄마와 이별한다>를 쓰며 이 책은 '어머니께 쓰는 때늦은 반성문이자 미처 하지 못한 고백이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40대 후반에 남편을 여의고 여덟 자식을 홀로 키워내셨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바쁜 자식들 대신하여 손자, 손녀 학교 데려다주고 밥 먹이고 챙기며 그나마 건강하고 거동할만한 60-70대를 보내게 된다. 손자 손녀는 중학생만 되어도 각자의 삶을 살기에 바빠 자연스레 할머니, 할아버지와 멀어진다. 결국, 70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다시 외로운 신세가 된다.  

저자는 15년 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저자는 처음에 오머니를 모셔 온 것은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많은 세대가 사실 이렇게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이렇게라도 모시고 살며 함게 시간을 보내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른들의 마직만 시간을 뺏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저자는 이렇게 15년을 어머니와 살았는데도 여전히 마음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15년 동안 어머니와 마냥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저자의 고백을 들으며 나를 돌아본다. 

"살아보면 사실은 고부 갈등보다 모자간의 갈등이 더 자주 일어나고 정도도 훨씬 더 심각하다. 나는 어머니로 인해 짜증 내고 힘들어했고 어머니는 자식 때문에 무던히도 서운함으로 속을 태우셔야 했다." 

저자는 결국, 암이 걸린 어머니를 호스피스에 모시게 된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서는 저자의 발걸음과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그리고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지 가히 상상하기 힘들다.  

"항상 그러셨던 어머니는 그날 신발을 돌려놓지도, 현관문을 열지도, 엘리베이터를 누르지도 않으셨다. 나와 아내가 먼저 나와 현관문을 열고 한참 있을 때까지, 어머니는 방에서 나와 거실을 한번 둘러보고, 아이들을 한번 안아주고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셨다. 어머니 생에서 가장 느린 나들이 걸음이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평소 차를 타면 가장 말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호스피스 가는 길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저자가 인용한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말은 주기적으로 읽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삶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죽지 못한다. 죽음에 대한 걱정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삶에 대한 걱정은 우리에게 공포를 준다. (중략) 어떤 실질적 훈련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은 경험과 습관을 통해 고통과 수치와 가난과 그와 유사한 어려움 또는 시련에 맞서 자기를 굳건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은 평생 단 한 번밖에 겪어보지 못한다. 죽음에 직면해서 우리는 모두 초심자이다." 

저자는 어머니의 삶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머니는 스스로 '한평생 잘 살았다'라고 하신 삶을 사셨다. 사람들의 대단한 관심과 칭송을 받는 유명인도 아니고, 세상에 크게 남긴 업적이 없더라도 어머니의 삶은 위대한 것이다. 모두의 삶 하나하나가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없으리라." 

비단 어머니의 삶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개개인은 다 자신만의 짐을 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짐의 무게와 모양은 다르지만 각자 고유하고 특별한 삶을 산다. 비록,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인생 그 자체만으로 고귀하고 위대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더 자주 못 뵈고 더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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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1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굴데굴 2018-08-21 17:38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도 이 글 쓰고 나서 어머니께 전화드리고 왔네요.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전화드리려고 하는데 이 마저도 잘 안될 때가 많네요ㅠ

하나 2018-08-21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너무나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어머니의 사랑과 배려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아요.

데굴데굴 2018-08-22 13: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책 읽을 때도 그렇고 리뷰 쓸 때도 그렇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