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의 기술 - ‘남을 위한 삶’보다 ‘나를 위한 삶’에 몰두하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준만 교수의 <한국 현대사 산책>,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을 읽었는데 <평온의 기술>은 완전히 다른 색깔의 책이다. 인문 에세이라고 소개하는데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 계발서를 최근에 꽤 읽었는데 기존의 자기 계발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저자는 '평온'을 중시하는 행복을 추구한다고 먼저 밝힌다. 평온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문제도 아닐뿐더러 정신적 행복과 물질적 행복의 균형이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평온의 핵심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나를 위한 삶'이다.  

감정이 행동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이 감정을 만든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다. 그에 따르면 "울기 때문에 슬프고 떨기 때문에 무섭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감정 이론의 핵심이다. 그는 연장선상에서 '그런 척하기 원칙'을 제시한다. 어떤 성격을 원한다면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라는 것이다. 평온해지려면 평온한 척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말이다. 

많은 것들이 평온을 방해한다. 그중 하나가 솔직을 빙자한 무례함이다. 특히, 친밀함의 과대평가로 인해 배려나 공손함은 사라지고 솔직을 빙자한 무례함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설이나 추석 때 친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어폭력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난다. 어쩔 수없이 앉아서 듣고 있자니, 평온할 수가 없다. 무례할 땐 무례하다고 지적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평온을 지키는 것이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평온을 훼방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다. 지적 질하면 뒤끝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사람은 반드시 뒤끝이 있어야 한다고 우리를 격려한다. 

한국은 예민을 탄압하고 둔감을 예찬하는 사회라고 저자는 말한다. 둔감해서 상처를 주는 사람은 괜찮고 예민해서 상처를 받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저자는 이에 반기를 들며 예민한 사람한테 좀 둔감해지라고 권하는 것뿐만 아니라 둔감한 사람에게도 민감해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민한 사람은 평온해지기 위해 스스로 주눅 들지 말고 계속 민감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화를 내거나 저항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사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도 옳고 남도 옳다'라는 자기 긍정-타인 긍정의 태도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태도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누가 긍정 평가하면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의 긍정을 인정하는 단계에 나아가야 한다.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한다. 

"나의 의지는 굳다. 너는 고집이 세다. 그는 어리석을 정도로 완고하다." 

영국 한 잡지사는 주어에 따라 표현이 다르게 변하는 유형들을 모집했다. 

"나는 정의에 따라 분노한다. 너는 화를 낸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날 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너는 변심했다. 그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했다." 

이어서, '장점의 단점 법칙' 개념을 설명한다. 개인의 장점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단점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순발력-급함, 신중-느림, 신념이 강한-완고 등이 그렇다. 그렇다면 반대로 '단점의 장점 법칙'을 적용해 내가 그 사람의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이 다른 상황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저자는 논쟁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강준만'하면 논쟁과 토론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논쟁 강박증'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누가 비판하면 반드시 응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은 '독선과 오만'을 피하고 '성실과 겸손'을 실천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 '침묵'의 장점을 인정한다고 말한다. 또한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웃으면서 논쟁하는 법'을 실천한다. 저자는 이렇게 평온을 이루어가고 있다. 

평온을 유지하려면 잘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없다 하더라도 거절은 쉽지 않다. 저자도 여러 번 마지못해 승낙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애초에 거절하는 것이 옳다고 결론 내린다. 내키지 않는 요청은 거절하는 것이 맞다. 저자는 책에서 김호의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 할까> 인용한다. 

"거절과 부탁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모든 이들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그런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나를 싫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의 과제이지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며, 이렇게 과제를 분리하는 순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용서도 평온과 관련 있다. 그러나, 강압적인 용서나 부추기는 용서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는 주로 용서받고 마음 편해지려는 속셈이다. 상대방을 위한 용서가 나를 위한 용서가 바람직한 용서이고 감동적인 용서이고 훨씬 인간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가능한 용서는 '남을 위한 이타적 용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이기적 용서'다. 이렇게 해서 얻는 평온이 무작정 진정한 용서를 외침으로써 얻는 위장 평온보다 덜 위선적이거나와 수명도 오래간다." 

저자는 자기 계발서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입장이다. 넓은 의미로 모든 책이 다 자기계발을 위한 것이다. 독자들도 자기 계발서에서 나름 필요한 것만 취하는 능동적 독해를 한다. 미키 맥기를 인용하며 자기계발을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운동도 좋은 제안이라고 언급한다.  

성공을 위해 행운과 능력 둘 다 중요하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그러나, 부의 축적에선 운이 큰 역할을 하는데도 사람들은 능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행운의 힘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성공에 행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운의 중요성은 사회적 연대에도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보상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평온을 유지하고 싶지만 사회는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회적 구조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긍정적 태도를 가지라고 강요한다. 대학서열병, 속물근성, 내리갈굼, 갑을 관계도 우리의 평온을 방해한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것이 불의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견뎌내기가 훨씬 쉬어진다. 자책을 하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이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까지 생겨나면서 오히려 힘을 얻게 된다.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뽐내는 사람을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 경멸하는 마음, 이게 바로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한국만큼 의전 문화, 조직 문화가 발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승진의 길이고 살 길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상사가 호출하면 즉시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충성심은 조직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조직의 폭력성을 확실히 인식하는 것은 평온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직인간이 조직의 안전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충성이 내부 견제나 감시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절대화되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조직이 망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평온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포기와 적당한 성공을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표 없는 삶을 찬양하는 의견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 높고 거대한 목표보다는 낮고 작은 목표로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기며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실패에 대한 저자의 뼈아픈 충고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한국처럼 이른바 '패자 부활전'이 없는 나라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믿지 않는 게 좋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도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구조' 탓이 크다. 그래서 소심해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평온한 삶은 단순히 마인드 컨트롤의 차원이 아니다. 개인과 사회가 같이 노력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평온의 기술>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 구조의 문제와 한국 사회 특유의 문제도 같이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이 우리로부터 평온을 뺏어간다고 말한다. 무엇이 우리의 평온을 뺏어가는지 알아가면 반대로 그것들로부터 평온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