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인도의 知聖 아마르티아 센이 말하는 옳은 미래
아마르티아 센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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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다>의 저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아시아 최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후생경제학의 대가이다. 이 책은 아마르티아 센이 15년에 걸쳐 기고한 글 13편을 담았다. 

 

저자는 인도에서 기근이 사라진 일을 이야기하며 공적 논증과 연결 지어 이야기한다. 기근의 영향을 받는 인구는 전체 중 10퍼센트가 넘는 경우가 드물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주의인데 어떻게 소수의 인구에게 영향을 주는 기근을 근절시킬 수 있었을까? 바로 기근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공적 논증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도가 기근과 기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님을 또한 이야기한다. 여전히 복잡한 과제인 만연된 영양 결핍 및 기아 문제가 남아 있다고 언급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기회(소득 증대와 소득의 분배 패턴 등), 사회적 시설(기초 보건 및 교육), 여성에 대한 박탈적 대우(임산부 영양 결핍 등)의 개선 등과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다."

 

이어 인도의 기가 막힌 상황도 이야기하는데, 인도 중앙정부의 식용곡물 비축 재고량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7,500만 톤 또는 1억 톤에 곧 이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렇게 쌓여 있는데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의 영양 결핍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인도라는 것이다. 이렇게 재고량이 쌓이는 것은 정부가 최저보장가격으로 곡식을 매입하는데 그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너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량 생산자들과 판매자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국민들은 궁핍해진다. 이렇게 식품 가격 보조금은 농민들의 주머니만 채워주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어서 언론의 오보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인도의 보조금 정책과 관련하여 부유층에 대한 소비 보조금 지출액이 식품 보조금과 고용 보장 보조금을 합한 것보다 몇 배나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식품 보조금과 고용 보장 보조금만 비난하고 부유층에 대한 보조금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언론 자유가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네 가지 측면을 이야기한다. 바로 자유로운 발언의 본질적 가치, 정보 전달 기능, 약자들을 보호하고 대의를 촉진시키는 역할, 가치관을 형성하는 등의 건설적 기여이다. 동시에, 언론 자유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부언한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있어서 적절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교육, 보건, 영양 지원, 환경 보호와 관련된 공공 서비스를 언급한다. 이를 한 마디로 인적 재능 육성이라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성장을 통해 이런 서비스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동시에 공공 서비스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난한 나라에서 보편적 보건을 실행할 여력이 되는가?'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기본적 수준에서의 보건은 아주 노동 집약적인 활동인 데다 빈국은 비교적 임금이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사실은,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보편적 복지 수준은 그 국가의 경제적 수단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경제적 수단 내에서의 여력이 어느 정도이든 간에 보편적 적용을 실시한다면 복지가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공평하게 제공될 수 있다."

 

추가로, 많은 질병이 전염성을 띠고 있어서 보편적 보건이 오히려 적은 비용의 관리 감독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인도의 달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놀이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주제를 파고드는 깊이에 놀라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파고 들어가야 되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저자의 통찰력과 연구의 깊이는 가히 대단하고 역시 이 시대의 석학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특히 놀이는 약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겁고 어려운 주제도 조금은 희석시켜 전달할 수 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급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급식을 통해 영양 결핍을 완화시키고 학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은 학습의 효율과도 연결된다. 

 

세계화와 관련해서는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국가 간 무역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세계화가 실제로 여러 지역에 번영을 가져다 주었음을 인정한다. 동시에, 세계적으로 여전히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지역이 있음을 분명히 밝히며, 이로 인해 세계화에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으로 세계화의 혜택이 공평히 분배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분배와 관련해서는 현재 세계화로 인해 빈곤층이 더 가난해질까 더 풍족해질까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협력을 통한 이득의 분배가 '공평하거나 용납 가능한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핵심적 쟁점은 특정 합의가 협력이 전혀 없는 상황보다 모두에게 더 유리한가 아닌가의 여부가 아니라, 성사 가능한 선택적 합의안들을 고려할 때 특정 분배가 공평한가 아닌가의 여부다. 협력에서 이끌어낸 분배의 합의가 불공평하다는 비난은 모든 당사자가 협력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서 더 잘 살게 되었다는 지적만으로는 반박될 수 없으며 다음의 지적 또한 필요하다. 그러한 분배적 합의안들이 많이 -말 그대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 존재하며, 따라서 실질적 과제는 이런 여러 가지 합의안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일이다."

 

"대체로 세계화를 둘러싼 논쟁은 확립된 경제 질서를 통해 빈곤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느냐에 쟁점을 맞춰왔으나 이는 부적절한 초점이다... 오히려 중요하게 따져야 할 쟁점은 정치, 경제, 사회적 기회를 덜 불평등하게 분배하면서 더 공평한 거래가 가능한지 여부와 더 공평한 거래가 가능하다면 어떤 식의 국제적, 국내적 합의를 선택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글을 읽다 보면, 저자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 정말 엄청날 정도로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려고 한다. 찬성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의 논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서, 그중에서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을 가려내는데 뛰어나다. 나아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두 가지 진영을 취합하거나 혹은 새로운 관점을 문제를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정반합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큰 그림과 디테일한 부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탁월함도 갖추고 있다. 거기다 약자를 돌아보는 따뜻함까지. 그의 글을 들여다볼수록 이런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세계화와 분배에 대한 이슈에서 저자의 이러한 능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도의 교육이 해외의 찬사와는 달리, 결함투성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모든 교육이 장남에 편향되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많은 아이들이 교육에서 등한시되고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보편적 교육을 위한 여러 차원의 지원의 필요하다. 학교 운영에서 학부모의 목소리도 높여야 하고 학교 교육의 질도 높여야 한다. 

 

추가로 빈곤을 이야기하며 폭력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이를 근거로 빈곤 퇴치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고한다. 빈곤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고통이고 퇴치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폭력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면 논리가 훨씬 더 취약하게 되고 허점이 발생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모든 빈곤에서 폭력이 관찰되는 것도 아님을 설명한다. 결국, 한 이슈에 대해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등 통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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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ia 2018-08-0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데굴데굴 2018-08-03 22:57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르티아 센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