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를 땄던 여름이 시작될 무렵, 마침내 우리는 두 형제가 사는 곳에서 가깝고, 내가 있는 집에서도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갈 수 있는,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근사한 노인 전용 아파트로 어머니의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모든 것이 진짜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둡고 엉망이 된 집에서 어머니를 데리고 나온 일이, 사실을 익숙했던 일상과 사물의 배치로부터, 습관의 힘으로 버틸 수 있던 그곳으로부터 당신을 떼어 낸 셈이 되었다. 아니면 어머니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파악을 못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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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그런 파격적 변화를 그토록 신속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런 시스템 변화가 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시급한 문제에 대한 실용적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하던 조종사들은 복잡하게 배열된 제어장치를 다루며 안 그래도 조종이 버거운 터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계기판을 확인하거나 손에 간신히 닿는 스위치를 조작할 여력이 없었다. 말하자면 순간의 결정이 생사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조종사들은 가뜩이나 불리한 환경에서 비행을 수행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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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손 크기 같은 건 없었다. "저는 하버드대를 졸업할 무렵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개개인용 제품의 설계에서는 평균치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확신이었죠." 대니얼스가 나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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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지역마다 자연의 풍토가 다르다.
따라서 지역마다 사람의 발성과 호흡도 달라진다.
그러니 언어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글자 또한 서로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억지로 같게 만들려고 하면 조화에 어긋난다."

글자의 생태적 성격을 이보다 잘 드러내는 고전 문헌이 또 있을까? 타당하고 아름답다. 그는 세종 시대 집현전 대제학을 역임한 정인지(1396~1478)였다. 그의 이런 생각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에 남겨졌다. 글자는 지역적 생태성을 가진다.

그때도 문득 깨달았다. 프랑스인에게든 독일인에게든 영어란 국제공용어이기 이전에 불편한 외국어일 뿐이란 사실을. 사람에게 그가 처한 지역과 그곳의 풍토 · 언어 · 공동체는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한다. 세계화의 시대에도 지역의 실체는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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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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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스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다. 1952년에 대니얼스가 쓴 글을 읽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평균적 인간‘의 관점을 취하는 사고 경향에 곧잘 빠지는데 이는 조심해야 할 함정이다. 평균적인 공군 조종사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는 이 집단만의 어떤 독특한 특징 때문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특징, 즉 신체치수의 극도의 다양성 때문이다." 대니얼스는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정상에 대한 인위적인 이상을 더 열심히 따르도록 권고하기보다 이 책이 토대로 삼은다음의 반反직관적 결론에 이르렀다. 평균적 인간을 바탕으로 삼아 설계된 시스템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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