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촉촉한 감성 한 줄기, 10월 주목되는 신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그 자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욕망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책을 소장하는 것에 대한 쓸데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편이고, 그건 새 책과 헌 책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발신되고 있다.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인 듯 보인다. 그의 경우 헌 책에 대해 일종의 집착을 보이는데, <오래된 새 책>은 그가 원하는 책, 절판 위기에 놓인 책을 얻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모은 책이다. 단순히 오래되고 귀한 책이 아니라 꼭 읽고 싶고 읽어야만 하는 책에 대한 진한 애정 또는 집착은 단순히 한 사람의 욕망이 아닌, 좋은 책을 살리는 몫이 다름 아닌 독자에게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쌓여가는 책들로 점점 내 방의 공간이 좁아져가는 풍경에 가슴 뿌듯해본 적이 있다면, 먼지 냄새 가득한 헌책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래된 책들을 헤집은 적이 있다면 <오래된 새 책>에 분명 흥미를 느낄 것이다.  

 

<보그> 에디터가 자신의 인터뷰 후기 또는 인터뷰 글을 추려 만든 책을 얼마 전 읽었을 때만 해도, 사실 유명 패션지 베테랑 에디터가 쓴 책은 얼마나 대단한가 싶은 궁금증과 기대가 컸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소소한 매력을 느낀 나는, 다시 그녀의 또 다른 책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를 앞에 두고 있다. 그녀는 책을 읽는 것, 그중에서도 시를 읽는 것이 가장 큰 정신적 사치라고 여긴다. 고가의 명품 백이 채워줄 수 없는 기쁨과 위로를 주는 게 바로 시라는 것인데, 그렇게 만난 것 중 그녀의 어렵던 시간을 위로해주고 지지해준 시 50편을 추려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어렵게 생각하고 나 또한 그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만나본 사람이라면 그 짧은 한 줄 글, 표현 하나에서조차도 얼마나 큰 위로와 풍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백석의 시집을 덮는 대로 그녀가 고른 시 50편을 느껴보려 한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좋은 시 한 편으로 내 지친 일상을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나는 작년 봄부터 제주도 올레길에 풕 빠져 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마음에, 정말이지 숨을 쉬기 위해, 살기 위해 떠난 제주도 올레길에서 나는 막연하게나마 지금껏 상상하지도 못했던 미래를 조심스레 그려보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틈만 나면 제주도로 내려가며, 오늘 6시간 후면 난 또 다시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을 것이다.  

작가 노석미는 서울에서 살다 오로지 그림을 그리지 위해 20대 후반에 변두리로 거처를 옮긴 사람이다. 다른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만 그리며 차라리 가난한 삶을 택한 그녀는 3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서울 변두리에서 가난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서른 살의 집>은 그런 삶을 통해 얻은 자신의 생각과 지혜를 20대의 과도기를 거쳐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30대 독신 여성들에게 전하고자 쓴 책이다. 서울이란 도시에서만 살다가 소규모 사회로 편입하게 되면서 겪은 소소한 일들은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보고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떠올렸고,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감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과연 기대대로 이 책이 내게 뭔가를 전해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 또한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너무나 사랑하는 30대 싱글 여성이기에, 아주 작은 공감대라도 기대하며 이 책을 선택해보려 한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아마도 꽤 많을 거라 생각하며, 감히 이 책을 함께 읽어보자고 권하고 싶다.  

 

 


댓글(1)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내 마음에 촉촉한 감성 한 줄기, 10월 주목되는 신간
    from 뇌를씻어내자님의 서재 2011-10-03 01:23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그 자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욕망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책을 소장하는 것에 대한 쓸데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편이고, 그건 새 책과 헌 책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발신되고 있다. <오래된 새 책>의 저자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인 듯 보인다. 그의 경우 헌 책에 대해 일종의 집착을 보이는데, <오래된 새 책>은 그가 원하는 책, 절판 위기에 놓인 책을 얻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모은 책이다. 단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