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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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린 인간이기에 수많은 질병과 순간순간 맞닥뜨리고 살아갑니다.. 의학이 없이는 하루라도 쉽게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은 사실 우리들이 만든 인공적인 해로운 환경속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죠, 인간에게 있어 이제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란게 거의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위한 이기들을 만들어나갈수록 자연은 조금 더 인간과 멀어지고 이런 환경적 진화가 의학의 발전을 이루기도 합니다..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위한 의학의 발전과 제약의 발명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해나가죠, 이제는 웬만한 바이러스는 과거와 달리 쉽게 다스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종이 아닌 변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질병의 종류들에 맞춰 의학의 대책도 꾸준히 이루어지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이 사회적 환경의 무서움은 늘 우리 스스로 경각심을 쏟아놓을 정도로 수많은 상황적 연출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 중심이 언제나 대중적인 입맛에 잘 어울리는 좀비적 세상의 종말론적 디스토피아같은 상상적 미래를 다루곤 합니다.. 그 이유로 자주 언급하고 다루는 것이 인간의 자만심과 끊임없는 자기적 욕망과 배타적 폭력입니다..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고 다루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을 지금 이순간에도 하고 있지 싶습니다.. 많은 변종의 바이러스나 질병들을 극복하고 치료하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질병적 근원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이러한 생각치도 못한 발병의 원인으로 인해 종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스스로 경각심을 이끌어내는 것이겠죠, 혹여나 갑툭튀인 바이러스에 난 면역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2. 우린 근래들어 이러한 경험을 직접적으로 하게 됩니다.. 메르스가 그러했고 사스가 그랬습니다.. 이제는 아주 일반적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독감 인플루엔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수시로 급습하고 있습니다.. 면역이 되진 않았지만 약은 있으니까요, 여전히 살만한 세상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날, 인간에게 재앙이 될 무엇인가가 한순간에 우리들에게 다가온다면, 그래서 영화에서나 가능한 좀비의 세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면, 누군가는 면역성이 있어 살아남고 대부분의 사람이 면역성이 없는 일반 대중이라면, 그리고 이들에게는 선천적인 면역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약으로서 그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줄 수 있다면, 쉽게 말해서 좀비'에이즈' 바이러스가 인간의 90% 이상을 잠식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몇몇 제약회사의 약품으로 살아갈 수있다면, 이 정도만 해도 뭔가 세상의 중심이 어떻게 변질되어버릴 지 우린 인식할 수 있을겁니다.. 그 세상은 인간 위주의 삶이 지배하는 평등한 세상이 아닌 자신의 생명을 중심으로 종속적인 관계를 살 수 밖에 없는 대단히 위험한 세상이 되어버리겠죠, 이번에 읽은 작품은 이러한 설정으로 매우 독창적인 세계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익히 짐작하고 상상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세상이긴 하지만 위에 설정한 그러한 상상적 세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최민호 작가의 "창백한 말"입니다..


    3. 세상은 죽은 자로 되살아나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되는 사람과 면역이 되지 못한 보유자로 나뉩니다.. 그리고 면역이 되지 못한 선천적 보유자는 유전적으로 아이들 낳아도 역시 보유자일 뿐이죠, 이들은 면역을 유지하기 위한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지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수진 역시 그런 보유자중 하나이죠, 그리고 그녀는 그 약을 만드는 구인제약의 하청공장인 구인밴드에서 일하며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보유자의 싱글맘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하루하루 약값을 공제하고나면 살기도 빠듯한 그녀에게 해고통지가 벌어진 것이죠, 자신은 둘째치고 아이는 어떻게해야할 지, 여전히 세상은 그녀와 대부분의 보유자들에게 지옥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해고시킨 회사 사장인 진석호는 면역자로서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지배계층으로 그들을 종속적인 관계로 인식하고 살아갑니다.. 또한 바이러스에 취약한 보유자들의 삶을 개선시키고자 연구원으로 일하는 세영은 자신의 동생인 미영이 어느날 살해된 상황을 알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관계는 각자 인생의 영역에서 어울리지 못할 것 같지만 삶의 연결선은 어느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 거미줄에 묶여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닥쳐올 세상의 진실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 가졌지만 진실을 알고자 하는 자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들, 무엇보다 세상의 대부분인 인간이 되고 싶은 자들과 인간이 되지 못한 자들의 세상속으로 한번 들어가봅시다.. 안 물리도록 잘 오다싸매고, 


    4. 이 작품의 설정은 참 좋습니다.. 좀비적 개념을 바이러스에 면역인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비면역자들로 양분하여 세상의 틀을 극단적 대비로 만들어버린 상황도 좋구요, 무엇보다 이들이 가진 지배적이고 종속적인 관계적 산물인 비면역자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약품에 대한 소유적 배경도 무척이나 이 작품의 재미를 이끌어내는데 매력적입니다.. 뭐 이런 설정이나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없진 않겠으나 시작점에서부터 이어지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상황적 심리와 상호 대립의 관점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석호라는 아주 세속적이면서도 젠체하는 인간의 양면성이 두드러진 이 작품의 이야기에 흠뻑 빠졌더랬습니다.. 초반과 중반을 이끌어가는 사회적 시스템속에서의 인간의 이중적이면서도 대단히 위험한 시대적 디스토피아의 절망적 세계관은 뭐랄까요, 비현실적인 설정속에서 무척이나 현실감있게 다가온다고 느꼈습니다.. 계층관의 뚜렷한 지배적 격차가 발생하고 이에 대비적인 빈곤한 계층의 인간적 삶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개쳐져버리는 상황이 너무 와닿는다고 해야겠죠, 허구적 좀비의 세상속에 그려낸 비현실적 이야기가 현실에 공감하게끔 만들만큼 지금 우리의 세상의 삶이 그렇게 절망적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일 지도 모를일입죠, 그렇다면 참 무서운 일이기도 하구요,


    5. 이 작품은 위에 말씀드린 세명의 인물의 시점과 심리적 의도를 따라 상호 교차되면서 이어져나가죠, 개인적으로는 진석호라는 인물이 주는 전형적이지만 대단히 독창적이고 공감이 가는 캐릭터에 만족을 했습니다.. 사실 수진이라는 인물과 세영이라는 인물은 보다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캐릭터의 틀을 벗어나질 않습니다.. 주체성을 띄되 홀로 세상을 바꿀 능력이 없는 안타까운 개인적 인물들입죠, 하지만 이런 인물들이 모여서 하나씩 세상을 바꿔 나간다는 의도로 작품은 이어나갑니다.. 하지만 초중반동안 벌어지는 사건의 흐름과 이들과 관계된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진행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하지만 세영이 파헤치려는 진실의 도우미 역할로 등장하는 세영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스파이적 영역속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또다른 부조리의 방법론은 조금 어색했구요, 무엇보다 이 조직이라는 단체에 대한 독자적 이해를 시킬 수 있는 스토리의 전개가 거의 전무해 왜 등장하고 왜 흐름을 끊어놓는 지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만약 그들의 방법론적 해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제대로 판속으로 끌어들여야되는데 겉도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시작과 중반을 넘어서면서 후반부의 끝자락까지 가면서도 뭔가 해결될 기미가 그렇게 드러나지 않았는데, -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전개가 빠르고 인물과 상황이 주는 속도감이 뛰어나서 상당히 재미졌습니다만 - 한순간에 상황을 정리해버려서 대단히 대단히 아쉬웠습니다.. 진실에 대한 해결적 방법도 개인적으로는 초중반의 느낌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뜬금없이 끝을 내려는 의도가 엿보여서 안타까웠다니까요,


    6. 아쉬움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가 만만찮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좀비소설의 스토리적 대중적을 배경으로 두지만 그속에 앞서 이야기한 계층간의 지배적 부조리와 사회적 편향성과 인간이 가진 대단히 파괴적인 이기적 욕망들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사회파적 좀비소설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실적 공감이 잘 이루어지는 작품입죠, 대다수의 좀비소설이 가진 긴장감과 긴박감 넘치는 속도감과 대중적 재미를 이 작품도 끝나는 순간까지 놓치질 않습니다.. 오히려 중간중간 헐거운 부분에 대해 조금 이야기가 길어지더라도 이어나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드는 것이지요, 대체적인 좀비소설이 그렇게 길지 않고 감성적 흐름을 짧게 끊어가긴합니다만 이 작품은 조금 서사적인 기준을 길게 가져갔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즐거움을 가졌을거라고 혼자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설정의 좀비 아포칼립스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이 작품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조직과 가진자들의 암투와 그들 내부적 스파이적 세계를 적용시켜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디다.. 뭐 만고 제 생각이니 그러려니 하시고 전반적으로는 흥미롭고 재미지게 잘 읽은 좋은 좀비소설이라꼬 생각합니다.. 아쉬움을 금새 잊어뿔테니 또 좋은 작품으로 뵙게 되길 바랍니다.. 근데 난 몇번씩 간염 주사를 맞아도 항체가 안생긴다는데, 좀비 바이러스에 취약한 비면역자면 우짜지,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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