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머니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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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있어보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귀족풍의 고급스러움을 드러내고 싶을 때도 있죠, 쉽게 말해서 돈이 있는 척하는 그런 허세를 보이고 싶은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지 아무리 똑똑한 척, 매력적인 말빨로 주변을 현혹시킬 수 있다곤하지만 언제나 매력덩어리로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척의 대명사는 늘 돈이었습니다.. 돈이 있으면 조금 덜 똑똑해도, 조금 어설픈 매력에도 거하게 한방 쏴주시는 큼지막한 한턱으로 인해 보름달만한 후광이 머리위로 한순간에 올라오죠, 그런데다가 조금의 유머와 따스한 배려가 곁들여진다면 흐미,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뭐 그러고 싶을때가 있다는 것이지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주제도 못되고 그럴 돈도 없는 얘들 학원비가 모자라 걱정하는 이시대의 중년 아저씨니까요, 사실 남자들은 남자들 앞에서 허세를 피우는 것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여성분들이 있으면 이런 경향이 좀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불륜을 꿈꿀 수도 있고 바람을 피우고 싶을 수도 있고 또 아내의 친구들의 모임에서 잘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죠, 아니면 결혼전의 미혼 남성의 경우에도 이런 모습은 상당히 유효하죠, 일단은 보여지는 모습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거니까요, 아니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경험해본 바로는 다 그렇더라구요, 절대 저한테 관심있었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젊을때 없이 살아도 차는 좋은 거 타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뭔가 자기비하스러운 느낌적 느낌이,


    2. 늘 이야기하지만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허투로 돈을 쓰지않고 빚을 지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과거 제가 경험했던 어른들께서 보여주신 돈에 대한 자신감과 언제나 돈은 내곁에 있을 것이라는 방만들이 주는 고통을 여전히 기억하고 살기에 돈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아끼고 모으진 못하는 삶이라도 빚은 지지 말자는게 제 삶의 신조이긴 한데, 살다보니 신조는 개뿔, 이 많은 마이너스통장의 대출은 어찌해야한단 말이요, 여하튼 돈이 있으면 좋은 일도 많이하고 돈이 있으면 좋은 구경도 많이하고 돈이 있으면 책장도 많이 사고 돈이 있으면 그 책장에 좋아하는 추리스릴러소설을 무쟈게 꼽아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죠, 하지만 늘 많은 돈은 주변에 경고장을 날리게 됩디다.. 늘 그래왔죠, 돈은 늘 위험을 영수증으로 남겨주더라구요, 저의 어린시절도 그랬고 지금의 우리 주변의 모습도 그러합니다.. 늘 쉽게 들어온 돈은 문을 닫아놓질 않고 주변의 시기와 질투와 모함과 위험을 줄줄이 달고 들어옵니다.. 뒤늦게 문을 닫으려해도 온갖 지저분한 돈의 냄새을 묻힌 발들로 막힌 문은 닫히지 않죠, 하지만 인간은 돈을 다시 문 밖으로 던져버리기에는 너무 미련스럽기 때문에 문만 닫으려다 쏟아지는 돈의 오물에 묻혀버리기 일쑤죠, 돈은 그렇게 사람을 망가뜨립디다.. 하지만 망가지기 전까지 인간은 돈의 냄새와 매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로스 맥도널드는 이런 인간의 모습을 대단히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중 한명입니다.. 루 아처 시리즈는 그를 하드보일드 삼총사인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와 함께 최고 명예의 자리에 올려놓은 유명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그중에서도 "블랙 머니"라는 제목의 1966년도 작품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된 작품이지요, 고전입니다.. 그것도 대단히 즐겁고 매력적인,


    3. 루 아처는 부자 청년인 피터 제이미슨의 의뢰로 자신의 약혼녀인 버지니아 파블론이 자신을 버리고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지도 모를 프랑스 귀족의 후손이라는 프란시스 마텔에게 빠진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프란시스 마텔이 누구인지 행적을 조사하게 됩니다.. 조금씩 마텔을 파악해감에 따라 피터의 말처럼 마텔이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죠, 부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버지이나 파블론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주변을 탐문하면서 갑자기 이곳으로 온 마텔의 의도와 함께 그에게 한순간에 반해버린 버지니아의 이야기를 알아갈수록 마텔에 대한 의심을 짙어져만 갑니다.. 그리고 자신처럼 마텔을 염탐하던 해리라는 인물에게 다가온 마텔의 행동에서 폭력적이면서 과격한 모습을 보고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자 하는 마텔의 의도를 간파한 후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하나씩 진실의 타래를 풀어가기 시작하는데, 마텔은 이런 사실을 아는 지 아처가 탐문하기 시작하자마자 그 지역을 떠날 준비를 마칩니다.. 아처는 그럼에도 테니스 클럽등에서 마텔에 대한 조사를 거듭하던중 과거 버지니아의 아버지인 로이의 자살이 있었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의 타래는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루 아처는 진중한 무게감을 중심으로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가죠, 그리고 이 매듭을 풀어나가는 그의 방식을 보면서 추리의 맛이 바로 이 맛 아입니까,라고 외칠 수 있습니다..


    4. 예전에 루 아처시리즈중 한편인 "소름"이라는 작품을 읽었을때 느꼈던 충격적인 반전이 떠오릅니다.. 말 그대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매력적이더군요, 이후로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을 몇 편 더 소장을 하고자 했지만 이렇게 멋진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그렇게나 출시가 안되었다니요, 중고로 오래된 작품을 사서 소장을 하고서도 여즉 읽지 못한 "위철리가의 여인"이나 "지하인간", "움직이는 표적"과 같은 작품들이 눈에 밟히는 와중에 이번에 밀클에서 출시된 "블랙 머니"는 간만에 느껴보는 하드보일드 고전의 맛을 제대로 살려줍디다.. 아휴, 읽는 동안 짜임새있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작가의 추리적 구성과 탐정소설이 주는 기본적 호기심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살아나서 엄청 즐거웠습니다.. 시작점에서 끝점으로 이어나가는 방식의 구체적 단서를 발견해나가는 발품팔이와 그 와중에 드러나는 진실의 연결고리들이 너무나도 촘촘하고 다듬어져서 독자들이 이야기의 흐름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익히 "소름"에서 느꼈던 인물의 심리와 상황적 이면의 인간의 불안한 심리적 이중성에 대한 신랄한 시선을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생명감을 불어넣어주는 듯한 문장의 기법은 정말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다른 탐정소설에서의 주인공의 활약상과는 다른 루 아처는 듣고 보고 파악하는 역할에서 주변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게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듯한 스타일의 진행방법론이 독자들로 하여금 대단한 흥미를 이끌어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처는 숨겨진 이야기의 추악한 인간의 내면을 인물들 스스로 드러내게 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듯 싶어서 좋았습니다..


    5. 충격적이 반전은 아니지만 이 스토리가 시작에서 벌어진 약혼자의 변심에서 비롯된 질투많은 한 남자의 시기어린 단순한 진실찾기가 까면 깔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과거의 추악한 인간의 이면으로 서서히 번져나가는 방식이 너무 좋아서 읽는동안 간만에 느껴보는 추리적 흥분이었습니다.. 이처럼 모든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속에서 어떠한 방식이든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가는 쉽게 보기 드물죠, 심지어는 스쳐지나가는 노숙자 삼총사의 한구절에서조차 그 캐릭터의 생명력을 느낄 정도니까요, 그러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 보여지는 느낌은 오죽하겠습니까, 뭐랄까요, 추리적 완전함을 추구하는 작품중 하나처럼 느껴지더이다.. 결말의 마무리에 있어서도 어떻게보면 무덤덤하게 마지막 단추를 여미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끝문장 하나에 담긴 이미지의 느낌은 이 작품이 주는 전체적 이미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작품을 읽어보신 분이나 읽어보실 분들은 마지막 한문장이 주는 임팩트에 대해서 독자적 반응을 이끌어내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잘나고 똑똑하고 돈 많고 권력적인 인물들의 내면과 그들의 주변의 모습속에 감춰진 추악한 일면을 로스 맥도널드는 어렵지 않게 드러내고 이들이 스스로 벗겨나가는 무력하고 허허로운 인간의 본성적 비겁함은 로스 맥도널드가 왜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죠, 구구절절 드러내지 않아도 독자들은 충분히 그 의도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감상하기에 역시 부족함이 없습니다..


    6. 왜 이 시리즈는 띄엄띄엄 나오는걸까요, 그만큼 국내에서 인지도가 떨어지고 과거 수십년도 더 이전에 집필한 감성이나 고전적 느낌이 지배적이다보니 빠른 흐름과 긴박한 긴장감이 넘치는 현실적 대중소설의 스릴감에 못미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강합니다.. 저 역시 고전이라하면 일단 제껴놓고 우선적으로 펼쳐보진 않습니다.. 일단은 과거의 이야기는 지루하기 딱 알맞습니다.. 이 작품 또한 요즘 세대에 맞는 스토리의 구성으로 빠른 진행을 가져가진 않으니 젊은 독자에게는 호응을 쉽게 얻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늘 밝히는거지만 저 역시 아주 대중적이고 스릴감 넘치고 긴박한 스토리의 집중력이 한순간에 몰아치는 가독성 넘치는 요즘 스타일의 소설에 적응되어 있지만 이 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또다른 매력이 있어서 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좋아할 생각이 있으신 분, 무엇보다 그냥 차분하지만 그 내면의 인간의 하드보일드한 카타르시스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을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어떻게보면 이 소설은 그렇게 고급진 느낌을 가진 작품이 아닌 대중추리소설에 불과합니다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나 문장과 인간의 심리를 다룬 작가의 현대 사회의 숨겨진 진실에 대한 신랄한 단면의 표현은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전 확신합니다.. 그리고 어디가서 누가 물어봐도 나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 정도는 읽어본 사람이야라고 품위있게 드러내셔도 될법한 그런 작품이라는 것이지요, 저 역시 쉽진 않지만 시간 나는대로 몇몇 아처 시리즈를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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