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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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가 묻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까매라고, 그러면 어떻게 대답할 지 고민스럽습니다..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임에도 전 고민합니다.. 이 고민 자체가 인종에 대한 차별적 근거에 따른 머뭇거림일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어떻게 아이에게 우리와 다르지 않다라는 설명을 할까라는 머뭇거림이라는 것을 전 압니다.. 아이는 그냥 물어본 것일뿐임에도 전 머뭇거리는 것이죠, 아이들이 바라보는 서양인의 생김새는 단지 그냥 궁금하고 다를 뿐임에도 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 기인한 흑인이라는 존재적 차별성을 미리 판단하고 아이에게 설명하길 머뭇거리는 것일겝니다.. 물론 아이들은 하얀 피부에 조막만한 얼굴에 쌍꺼풀이 짙은 큰 눈의 서양인에 대해 모습상의 긍정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새까맣고 부담스러운 덩치의 서양인에 대해서는 일종의 무섭다거나 못생겼다라는 등의 부정적 판단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자체가 인종차별의 모습은 아닐겝니다.. 단지 익숙하지 못한 모습에서 오는 단순하면서도 편협한 거부감일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그냥 자연스럽게 부모로서 아이들의 궁금증에 대해 우리 동양인이나 서양인들 모두 각자의 피부색과 삶의 터전이 있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지역적 연고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주고 특히나 그동안 수많은 세월동안 아픔과 고통으로 점철된 지옥같은 삶을 살아온 아프리카계 아메리칸들의 차별적 대우와 여전히 그들의 삶과 우리의 주변에 자리잡은 차별적 시선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해주면 좋겠죠, 그리고 현재까지도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들과 아픔을 당하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이들에게 해주면 좋을 듯 싶은데, 뭐 노력은 합니다만 쉽지는 않은 이야기입니다..


    2. 그래서 아이들을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는 곳을 데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여전히 흥미위주의 서양 미디어의 영화적 발상속에선 백인 우월주의적 이미지가 알게모르게 담겨져있죠,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공주는 다 금발이거나 백인의 미모를 가진 바비같은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수많은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도 영웅적 바탕에 늘 백인적 상상력이 중심이 되는 모습은 아무렇지도 않게 우린 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늘 흑인은 사회적 차별성과 주체적 역할에서 제외되거나 부수적 주변인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를 저를 비롯한 많은 대중소설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문득 떠오르는 어벤져스라는 캐릭터들의 집합체를 보면 그 속에 영웅적 주체들중에 백인을 제외한 유색인종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헐크는 제외) 며칠 전 보았던 저스티스 리그라는 작품의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유색인종에 대한 대중적 차별성에 대한 일반화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저 역시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이 흑인이라면 어색하고 거부감이 들 수 있을테고 슈퍼맨이 크립톤 행성에서 온 흑인이라면 더욱 어색할 수도 있었을겁니다.. 뭐 그냥 그렇다구요, 이번에 읽은 작품의 제목인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괴물역을 맡은 캐릭터가 흑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백인인 에이머스 데커라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이지요, 그리고 이 작품은 시리즈의 2번째입니다..


    3. 죽음을 앞둔 사형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름이 멜빈 마스라고 불리우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사연으로 소설은 서두를 여는 것이지요, 멜빈은 20년 전 자신의 부모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사형 언도를 받은 후 20년만에 사형집행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 하루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 시간마저 이젠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전도유망한 미식축구 선수로서 프로 데뷔를 앞둔 남자였으나 지금은 사형수로서 20년동안 세상에서 잊혀진 체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는 신세입니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부모를 자신의 산탄총으로 살해한 후 집과 떨어진 한 모텔에서 발견됩니다.. 처음 그에게는 부모를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여러가지 정황적 알리바이의 모호함과 함께 살인이 벌어지는 시점에 그에겐 전혀 알리바이가 없다는 점과 그의 차에서 살해된 어머니의 혈흔이 발견된 점으로 인해 사형을 언도받게 된 것이죠, 그리고 사형 집행이 진행되는 시점에 누군가 그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살해한 진범이 그 당시의 살인사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밝히며 자백를 하면서 그의 누명은 사형을 앞둔 시점에서 벗겨집니다.. 20년만에 밝혀진 진실에 멜빈 마스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에이머스 데커는 자신과 함께 팀을 이루어 미해결 사건을 다루고자 제의한 FBI수사관 보거트의 팀에 합류하고자 콴타코로 향하던 중 우연히 라디오에서 멜빈 마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 멜빈과 맞붙었던 경기에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 지를 기억하죠, 그리고 콴타코에 도착한 후 그는 새로운 미제 사건의 목록에 멜빈 마스의 사건을 우선순위에 둡니다.. 그리고 하나씩 그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가기 시작하죠, 우선은 멜빈 마스부터 만나보게 됩니다.. 일단은 이 괴물같은 남자가 무죄인지 먼저 알아야될테니 말이죠, 그는 무죄일까요,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요,


    4. 솔직히 이 작품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한 남자 에이머스 데커의 원맨쇼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처음으로 그가 우연히 들었던 라디오에서 떠올린 기억속에서 존재하는 남자를 현실로 끄집어내는 것이죠, 그리고 그에게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풋볼선수로서 눈부신 미래가 펼쳐져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살인범으로 몰려버린 비논리적 상황에 대한 의구심으로 진실찾기를 해 나갑니다.. 이 소설은 데커의 추론으로 시작하고 추론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자백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단순한 사건의 틈을 찾아내 그 속에 담긴 엄청나고도 무지막지하게 큼지막한 진실의 매듭을 찾아나가는 것이지요, 독자는 데커와 마스의 진실찾기에 발맞춰 그들의 발품파는 현장에 동행을 하게 됩니다.. 단순한 살인사건처럼 보이던 이야기가 조금씩 찾아들어가는 논리적 추론에 따라 단서들마다 놓인 틈새를 열어나가는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일반적인 스릴러소설로서의 재미보다는 논리적 진실찾기라는 미스터리적 측면이 강조된 매력적인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이 작품속에서 지배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주는 거대한 몸체들이 움직이는 흐름은 충분한 긴장감과 긴박감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즐거움도 가득합니다.. 한순간에 빵하고 터지는 충격적 반전같은 것은 없지만 추론에 따라 단서를 찾아나가는 과정에 밝혀지는 상황적 반전은 상당히 흥미롭죠, 뭔가 뜬금없어 보이는데 그 과정까지 치밀한 상황적 단서를 징검다리처럼 하나씩 놓고 건너가는 방식이 무척이나 재미집니다..


    5. 그렇다보니 이야기가 조금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데커라는 인물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상황적 잔재들로서 벌어지고 그가 추론하고 판단하는 단서적 해석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주변의 인물들을 대단히 부수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설정이 될뻔한 "괴물이라 불린 남자"인 멜빈 마스의 캐릭터도 데커에 가려져버려 읽어나갈수록 그 기대치가 줄어들어버려 안타까웠습니다.. 전작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는 그 자체가 피해자로서 진실에 근접하기 위해 고통속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한발 떨어진 상태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동지의 입장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다보니 그 쪼임이 덜할 수 밖에 없죠, 단순한 탐정적 역할이 더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독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아니 저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제목으로 번역된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못마땅합니다.. 아니 가장 못마땅하다고 봐야겠죠, 전작의 제목에 따라 한글식을 라임을 따라간 부분은 이해가 가나 제목 자체의 의도가 소설의 내용에 크게 어필하지 못할뿐더러 버젓이 원제의 제목인 "THE LAST MILE"이라는 공부 못하는 저조차도 대강 알아들을 수 있을법한 문장이 등장함에 따라 제목이 주는 괴리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초반부의 이야기에 원제에 대한 사형수의 상황적 심리와 설명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주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지도 모르겠네요,


    6. 한마디로 에이머스 데커는 멋져요,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 스며든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일종의 애증의 능력으로 인해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스릴러독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죠, 논리와 뭐든 잊지 못하는 과잉 기억에 따른 뇌의 활성화로 또다른 능력인 사회성의 결여로 인해 주변인물들과 쉽게 혼합되지 못하던 그에게 조금씩 팀 플레이와 주변인물들의 관계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발전해나가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기억속에 남겨진 단서를 중심으로 추론의 거듭된 논리적 판단으로 상황을 전개시키는 서사적 흐름은 미스터리적 가독성과 집중력에 엄청난 즐거움을 주죠, 또한 그가 가진 육체적 매력과 풋불선수로서의 그의 과거가 선사하는 스릴러적 감성도 이 작품의 전반적인 취향에 한몫을 단단히 합니다.. 아직까지는 조금 어색한 감이 있지만 FBI수사관 보거트팀의 일원으로서 팀적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사건의 이야기도 처음과 마지막을 비교하면 상당히 나아져 있습니다.. 그만큼 데커라는 캐릭터에 생명감을 더욱 많이 불러넣어주려는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도 있었구요, 멋진 시리즈의 시작과 더불어 조금 안정감이 있는 2편으로 앞으로 이 작품의 진행은 더욱 기대되는 바입니다.. 다음 시리즈로 이어지면 어설픈 대중독자의 입맛에 맞는 덩치에 걸맞는 데커의 액션스러운 활약상도 조금 더 두드러지면 보다 매력둥이 데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잘 키워서 잭 리처와 맞짱 뜨더라도 절대 꿀리지 않는 뭐 그런 능력치를 보여주셔도 개인적으로는 좋을 듯, 물론 이 이야기를 작가가 읽어볼 일은 없겠지만서도, 저 덩치라면 리처도 몇 수는 접고 덤벼야 할 듯.... 아님 말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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