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일반적인 기준의 법의 테두리내에서 큰 죄를 짓고 살아본 적이 없는 평범한 서민의 입장에서 기껏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수 있는게 교통사고에 따른 과실이나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공공장소에서 다툼을 벌이다가 젊은 혈기로 폭행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가장 큰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딱히 숨겨야할 과거도 아닐뿐더러 그렇다고 대놓고 나 이런 상남자야라고 떠들어될 이유도 없는 그런 평범한 삶이 여지껏 제가 살아온 인생의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죄라는 것도 일방적으로 제가 잘못한것도 아니니 굳이 죄라할 것도 없죠, 그런데 어린 아이에게는 전혀 몰랐던 과거의 아빠의 인생의 숨겨진 이야기에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었던 모냥입니다.. 전 아니구요, 제 친구가 과거 젊은 혈기에 깽판을 쳤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술자리에서 우스개소리로 그 당시를 떠올리는데 그 친구의 아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엄청 고민을 했다고 하네요, 자신에게 세상 누구보다 상냥하고 큰소리 한번 질러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아빠가 과거에 큰 싸움에 휘말려 경찰서에 잡혀간 적이 있다는 사실에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디다.. 왜냐하면 아빠는 늘 폭력은 옳든 그르든 절대로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시는 분이시니까요, 하지만 그 아빠는 참 멋진 남자인 관계로 과거에 어른들이 보기에 별 것 아닌 치기가 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하면서 결국 멋진 상남자로 남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모인 자리에서 그 친구의 말이 진실이 될 수 있게끔 최선의 공범의 역할을 담당했더랬습니다..


    2. 지나고 나면 대부분 잊혀지죠,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저지른 치기어린 행동도 시간이 흐르고 그 어리석음을 깨닫고 사회의 흐름속에서 대체적으로 정화되어가는게 일반적인 우리의 삶입니다.. 굳이 들춰낼 필요가 없다면 묻어두는게 좋은 인생인 것이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속에서도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는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수시로 보여집니다.. 어차피 현재는 과거의 삶에서 이어져온 것이니 말입니다.. 과거에 행한 어떠한 판단이 현재를 있게한 이유이기도 하니 우린 결국 과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는 것이죠, 그렇게 어느순간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행동에 대한 약속은 지금 이순간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야쿠마루 가쿠 작가는 그러한 한 인물의 인생의 굴레를 아프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3. 무카이와 오츠아이가 만나 공동으로 바를 개업하여 현재까지 아무 탈없이 이어온 시간이 벌써 15년입니다.. 이제 무카이는 자신만의 아내와 딸아이를 둔 어엿한 가장이 되었죠, 15년 전 무카이는 초보 바텐더로서 자신의 앞날에 대한 희망이 없을때 오츠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제사한 공동사업의 제안에 대해 고맙게 받아들이며 안정적인 인생을 설계하게 되죠, 그런 그에게 한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오츠아이를 만나기 전 자신의 인생에서 결정해야했던 과거와 현재를 끊어낸 칼자루가 지금 이순간 등장하게 된 것이죠, 15년이 지난 현재의 삶과 그가 살았던 15년 전의 삶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바꿀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무카이는 그 당시 한 노모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약속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부여받게 되죠, 하지만 현재의 안정적 삶에서는 절대로 행할 수 없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약속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과 무엇보다 자신의 딸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무카이는 과거 자신의 약속을 거부할 수 없게 됩니다.. 그는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행하기 위해 15년 전에 끊었던 칼자루르 다시 쥐게 됩니다..


    4. 상당히 스릴러틱한 느낌이 많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흐름이 기존의 야쿠마루 가쿠 작가의 심리적이고 정적인 흐름의 미스터리의 경향이 아닌 대단히 역동적이면서 인물적 집중이 중요한 작품이네요, 작품속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긴박감이 넘칩니다.. 그동안 제가 읽었던 작가의 사회속의 범죄적 문제에 대한 딜레마보다는 한 인간의 속죄적 경향을 중심으로 과거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과거에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 약속한 또 다른 범죄의 공모를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속에 내재된 단죄되지 못한 아픔에 대한 인간적 고뇌를 보여주고자 하네요, 상당히 속도감 넘치게 이어지는 현장감 넘치는 상황적 재미가 작가의 이전 작품에 비해서 더욱 잘 살아난 느낌인지라 읽은 독자분들의 가독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제가 읽어 본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의 특징은 사회적 딜레마에 대한 독자적 공감대가 아주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사회적 문제의 제시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그런 이야기를 펼쳐내죠,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단순하고 간단 명료한 사회적, 법률적, 규범적 판단 이외에 인간이이게 그리고 어떻해서든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성원이기에 상호 영향을 주고 받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단히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사회적 동물로서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 그들의 심리와 아픔과 고통과 후회와 연민과 번민에 대해 너무나도 공감가는 심리적 소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작품은 이전에 제가 읽었던 "악당"같은 작품보다는 조금 단순한 구조와 내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등장시키지도 않고 단순하고 간결하게 한 인물의 상황에 집중하고 있죠, 그리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독자적 공감보다는 상황적 이야기와 재미에 조금 더 치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장르소설적 재미는 이전보다 더 가독성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6. 하지만 작가는 현실속에서 공공연하게 침착되어온 사회적 딜레마와 인간적 딜레마보다는 한 인간의 삶에 집중한 부분이 전반적으로 이전의작품에서 제가 받았던 공감적 측면에서는 조금 약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일반적인 인물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가 행하고자 한 약속의 측면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어떻게 펼쳐지든 일반적이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전 사회파소설로서의 느낌보다는 일종의 미스터리스릴러소설로서의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해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여느 미스터리스릴러소설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점을 발견하질 못하겠습니다.. 흐름이 그동안 겪어본 주인공에게 닥친 최악의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수많은 비스므리한 스토리의 이야기를 우린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딱히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지요, 단지 그동안 가쿠 작가가 쌓아온 인물적 공감대에 대한 일면에서는 다른 소설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것 이외에는 말이죠,


    7. 사실 재미적 측면만 놓고 보면 상당히 좋습니다.. 가독성이 좋아서 금새 읽힙니다.. 그렇게 어려운 진행도 아닐뿐더러 한 인물의 입장에서 상황의 변화와 해결에 함께 동참한다면 금새 마지막까지 다다를 정도로 읽는 재미가 많은 작품이죠, 그리고 위에서 여느 미스터리스릴러소설과 큰 차이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긴했지만 일본소설이 가진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속에 묻어두는 암시와 복선의 연결적 방법론은 가볍게 넘길 부분은 아닙니다.. 단순히 대중적 재미만 고려한 새로운 느낌의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이 아닌 새로운 방법론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보다 더 독자들에게 다가가고자한 의도가 엿보인다고나 할까요, 사실 제가 가쿠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은 것 처럼 보이지만 꼴랑 두권밖에 못 읽은 놈인데 뭔가 아는 척 하는 것도 우낀 일입니다.. 그 유명하다던 "천사의 나이프"도 읽지 않고 염치없이 책장에 버젓이 꽂아둔 놈이 말이죠, 어설픈 분석을 삼가하도록 하구요, 여하튼 대중적 재미가 상당한 야쿠마루 가쿠표의 사회파 미스터리스릴러소설이라고 보시면 큰 문제가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무게감이 있는 작품으로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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