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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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인적으로 얼마나 오래된 기억까지 떠오르는 지 더듬어보니 어떤 자료나 사진등이 아닌 있는 그대로 머리속에서 기억하는 과거는 거의 국민학교 고학년부터인 듯 싶습니다.. 간혹 뜬금없이 떠오르는 그 이전의 기억들은 하나의 이미지적 영상처럼 단편적 기억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라서 제가 참 머리가 나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니면 딱히 충격적이거나 임팩트가 강한 기억이 없어서 무난하게 정말 아무 생각없이 어린 시절 즐겁게만 보냈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어머니가 늘 과거의 아들에 대한 레퍼토리로 알려주시는 난감했던 아랫도리를 벗은 체 동네를 하루종일 활보하고 다녔던 이야기로만 머리속으로 그려볼 뿐이죠, 여하튼 그렇게 나쁜 기억이 없는걸 보니 상당히 무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것 같긴 합니다.. 이게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들의 삶과 대입해보면 큰넘은 초등학교 6학년의 이제는 성숙한티가 물씬나는 여중생이 될터이니 충분히 훗날 지금의 시절을 기억을 할 테이지만 큰 아들은 이제 초등5학년이니 저랑 비슷하다면 거의 이제부터 기억이 어느정도 머리속에 새겨질테고 나머지 밑의 쌍둥이는 이제 초딩 입학을  하니 여전히 그 시절의 아빠라는 현재의 저를 얼마나 기억을 할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뭐 결론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 아이들이 커서 나중에 자신들이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되었을때 기억하는 어린시절이 늘 행복하고 즐겁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처럼,


    2. 일반적인 경우에 우린 과거의 기억이나 회상에서 안좋았던 추억보다는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의 단상들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뭐 저는 그렇습디다.. 홀로 생각할때도 그렇고 주변에 과거에 함께했던 누구들이랑 회상을 떠올릴때도 늘 웃을 준비를 한 추억들이 먼저 주제로 떠오르곤 하죠, 그렇듯 우린 대체적으로 과거의 안좋은 기억들은 메모리저장소의 기타라는 방에 따로 곰팡내날때까지 묻어두었다고 비슷한 상황이나 현실적 어려움이 벌어지거나하면 조금씩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또 그 기억이 끈을 놓지않고 어느순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동안 외면하고 있다고 어떠한 계기로 현실속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말이죠, 근래들어 보여주는 스티븐 킹 작가의 작품들의 느낌이 대체적으로 그러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추리소설로 쓰여졌던 탐정 호지스 삼부작을 제외하고 최신작들은 킹쌤의 자전적 과거의 회상적 화법이 많이 작용하는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는 많이 느껴지더라구요, 이번에 읽은 "리바이벌"이라는 작품도 한 남자의 일생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토대로 스티븐 킹 특유의 묘사와 긴장감을 잘 보여주는 재미난 작품입니다..


    3. 제이미 모턴의 기억은 여섯살부터 시작됩니다.. 그것도 아주 그 당시의 기억이 정확하게 이미지화되는 뛰어난 아이였던 모냥입니다.. 역시 소설의 주인공은 이정도는 되어줘야된다는거죠, 여하튼 메인주의 한 시골지역인 할로에 젊은 목사가 부임을 해오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 목사는 찰스 제이컵스라는 이름의 누구나 좋아할만한 선한 사람의 전형이었죠, 이 목사의 가족인 부인과 아이 역시 주변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주민들과 아주 잘 어울리는 가족이었습니다.. 특히나 어린 모턴에게 있어서 제이컵스 목사와의 첫만남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가 보여주었던 전기에 대한 열정은 모턴의 최초의 기억과 함께 마지막까지 함께 합니다.. 여하튼 이렇게 제이컵스는 할로의 목사로서 찬찬히 자신의 명성을 만들어가던 중 제이미의 형인 콘이 사고로 목소리를 잃자 전기자극으로 목소리를 돌려주게만드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렇게 선망이 높던 제이컵스의 가족은 우연한 교통사고로 인해 망가져버립니다.. 부인과 아들을 한순간에 잃은 제이컵스 목사는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신에 대한 절망과 부정을 하게되고 동네 주민들의 예배에 신앙에 대한 부정적 발언으로 인해 할로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떠나기전날 제이미는 마지막으로 제이컵스 목사를 만나고 그의 기억을 자신이 약물에 의해 지배되어 나락으로 떨어질때까지 잊죠, 하지만 어느날 제이미는 제이컵스와 우연히 재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되어쓰까, 잘 되어쓰까, 잘 안되어쓰까,


    4. 근데, 이 작품이 공포소설이라는 말은 좀 믿기 힘듭니다.. 일종의 성장소설상에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부 접목시킨 약간 호러소설이라고 봐야될 것 같은데 본격 호러소설이라느니, 공포의 대가가 돌아왔다느니 하는 홍보는 조금 과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구요,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느냐라고 한다면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근래들어 킹쌤이 보여주시는 성장적 측면의 흐름의 구성은 늘 정겹고 우리네 인생의 흔적들을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그려지게 만들어줍니다. 그 이면에 숨겨진 공포적 감성은 이 작품속에서는 후반부에 집중되어 그려지죠, 이 작품에서 전반적인 중심을 잡고 그려지는 이야기의 주체는 제이미 모턴과 찰스 제이컵스라는 한 어린 아이와 상실을 겪은 목사이죠,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전기라는 자연적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 전기로 인해 제이미 모턴은 자신의 인생의 진실과 기억을 하나둘씩 끄집어내는 것이죠, 그 기억속에는 전기를 다루던 제이컵스의 인간적 상실과 이에 따른 광기가 중심이 되는 겁니다.. 고로 이 소설의 초중반은 제이미라는 한 인물의 성장을 중심으로 우리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여느 대중적 성장소설과 큰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성장을 중심으로 그 속에 끊임없이 후반부에 드러날 최악의 상황을 넌지지 제시하면서 독자들은 제이컵스와 제이미의 관계 및 대결의 구도를 미스터리하게 그려보는 즐거움을 선사하죠,


    5. 일단은 늘 말씀드리는대로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는 대중적 취향과 장르적 성향에 대해 정말 입맛을 잘 맞추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리바이벌"이라는 작품은 사실 별 이야기도 없어요, 예를 들어 똑같은 이야기를 킹쌤이 아닌 다른 작가가 만들었다고 한다면 정말 허접하게 느껴질 그런 구성임에도 울 킹쌤은 하나에서 열까지 독자들이 중간중간 탈락하지 않게끔 끊임없이 흐름의 주체를 작가 스스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 중심에는 생생할 정도의 추억의 상황을 꼼꼼하게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사실 동양적 사고와 인식과는 조금 차별화되어 딱히 공감적인 부분이 없음에도 희한하게 킹쌤의 작품의 서양적 과거의모습은 우리의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아무래도 저희 세대가 접한 서양적 세상의 틀과 경험적 이미지가 그의 소설 곳곳에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킹쌤은 굳이 서양적 취향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전세계적 대중적 취향에 대한 경험적 노하우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리 대중적이고 허구적인 발상의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공포소설이라는 조금은 과하고 억지스러운 홍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니 저가 이 소설에 대한 칭찬을 하고자 하는 부분은 킹쌤이 그려내는 묘사와 추억의 표현은 정말 진실되고 그가 겪고 우리가 보아온 삶과 다름없기 때문에 대중소설의 가치의 우위에서 흡입력과 집중력을 선사한다는거죠, 그래서 재미집니다..


    6. 이야기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동안 킹쌤이 보여준 서사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근래 제가 읽은 킹쌤의 작품들에 대한 선호에서도 크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이 작품의 초반부와 중반부의 느낌은 충분히 재미지고 행복하고 따뜻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나 작가가 의도한 시작점의 회상의 서두는 너무나도 따사한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성장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되어가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상실에 따른 초자연적 미지의 세상에 대한 의구심과 인간적 고통이 따라오죠, 이 작품을 읽다보면 떠오르는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킹쌤의 작품들을 비롯해 고전 고딕소설의 신화적 방법론을 차용한 한 형태도 보여지고 기독교적 사고방식에 따른 성경에 대한 불신적 바탕도 이 작품이 의도한 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적 의도의 중심이 마지막에 치우쳐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든 임팩트가 후반부에 몰려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어지는 주인공의 인생적 이야기에 대해 집중한 부분으로 인해 작품의 느낌이 가볍게 다가오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의 성장사가 뭔가 대단한 임팩트가 있었던 부분도 저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즐겁고 읽을만한 킹쌤의 가벼운 소설의 감성이 주를 이루게 되더군요,


    7. 사실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마지막 챕터 두세개는 아주 대단한 서스펜스와 기존 킹쌤이 보여주었던 말 그대로의 공포적 흡입력이 뛰어납니다.. 이 작품의 홍보적 관점에서 드러나는 공포의 대가라는 표현은 마지막에 점철되어 있는 상황과 원초적 공포의 묘사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또한 위대한 킹쌤의 의도였겠지요,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재미집니다.. 초중반의 한 인물의 인생과 그 인생에 대한 변화를 유발하는 제5의 인물의 배치 그리고 꾸준히 이어지는 클라이맥스를 만들어가는 수많은 복선과 암시의 연결등은 독자가 한순간도 이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티븐 킹 특유의 능력이라꼬 전 생각합니다.. 과거에 보여주었던 킹쌤표 호러소설의 범주에는 포함되진 않지만 그동안 제가 읽은 킹쌤의 작품의  진실적 느낌이 가득한 자전적 성장의 경험이 담긴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 감성과 더불어 오래간만에 마지막에 마주친 원초적 공포의 느낌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데 킹쌤은 트럼프가 절대 대통령이 될 일이 없을꺼라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하셨는데 요즘 심기가 어떠신 지 궁금하구만,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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