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놀이 펜더개스트 시리즈 2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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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독후감에도 자주 언급하는 옛날 이야기, 제가 살던 어린시절의 삶에 대한 주변환경에는 동네라는 개념이 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골목을 통해 수많은 주택들이 다닥다닥 벽과 벽을 이어 붙어서 이웃사촌이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던 시절이었죠,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네 집에서 자고 아침에 학교를 가더라도 전혀 부담이 없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골목으로 이어진 동네는 누구네 집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모르는 어른들이 없었죠, 소일거리가 없으신 어른들은 군데군데 모여앉아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서로 공유하고 힘을 얻거나 아픔을 덜거나 했죠, 말그대로 이웃이었습니다.. 요즘하고는 판이한 세상이었죠, 도시생활마저 그럴진데 시골에서는 오죽했겠습니까, 읍내 마실까지 나가는 길이 천길만길이면 동네 어른이나 마을 사람들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 받으며 옆집의 숟가락, 밥그릇이 몇개인지 조차 알 수 있었던 시절이었죠, 집 잔치가 있으면 모자른 식기는 옆집에서 얻어서 손님을 맞이하고 했으니까요, 그러니 이집저집에 구석구석 모르는게 없을 정도였죠, 그렇다보니 좋은 일도 많지만 안좋은 일은 소문은 소문을 만들고 이야기는 쉬쉬하면서 조심스럽게 집집마다 이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조심스러운 가정의 사생활이라도 이런 이웃과 함께라면 사실 조용할 일이 없는게 맞습니다..


    2. 그렇죠, 이웃이라 좋은 점도 많지만 이러한 개인적 사생활과 숨기고 싶은 부분마저 어쩔 수 없이 드러나면 누군가는 이에 대한 상처를 받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편견은 한번 경험하게 되면 누구라도 그러한 사람처럼 인식되어 버리기도 하지요, 아직도 그런 경우는 허다하죠, 제가 살던 시절이 그리 오래된 시절도 아닙니다.. 친구가 아직 장가를 안갔습니다.. 못가는게 아니라 안가는게 맞습니다.. 혼자라는 생활이 너무 좋아서 그냥 때를 놓친김에 굳이 안달복달하며 결혼이라는 걸 하려 하지 않은 주의죠, 그런 친구가 명절이 되면 본가로 가질 않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여전히 그 동네에서 골목을 지키며 서로의 삶과 생활을 논하고 계시니까요, 그리고 친구에 대해 무슨 병이 있는 건지, 아님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해하며 동네 이웃들은 쉬쉬하면서 창원댁 큰아들은 와 아직 저라고 살꼬, 하시면서 조용히래라, 저짜 창원댁 온다,, 그리고 눈치를 채신 모친께서는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와 느무 아들 혼사길 망칠일 있냐고 하시면서 같잖은 소문이나 퍼트린다고 난리난리를 치시니 이제는 민망해서라도 더이상 본가에는 잘 안간다고 하더군요, 이제 마을 어른들조차 스맛폰을 사용하시는 곳이지만 여전히 그곳은 도시와 동떨어진 산속 동네이니 아직은 그들의 삶속에서 살아가시는 모냥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이러한 시골적 인간적 풍경과는 사뭇 다른 미국의 광활한 들판속에 고립된 한 지역의 무서운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죠, 펜더게스트시리즈의 2편격인 "악마의 놀이"입니다.. 그러니까 펜더게스트라는 인물이 어떤 지는 전작인 "살인자의 진열장"에서 대강 다루었으니 소설의 감성이 어떠한 지는 짐작하시리라 여겨집니다.. 모르시면 줄거리 함 더 읽어보시고,


    3. 미국의 캔사스주는 미국 영토의 딱 중간쯤 위치한 지역입니다.. 상당히 메마르고 건조한 지역에다가 불볕더위가 기승인 곳이죠, 캔사스주하면 먼지와 옥수수가 떠오를 정도로 척박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은 고립되고 쇠퇴가 진행되고 젊은이들은 다들 도시로 떠나버리는 그런 곳입니다.. 그리고 메디슨 크릭이라는 이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소도시는 특히나 이런 고립된 상황으로 거의 소멸 직전의 지역입죠, 주변의 조금 큰 마을까지 가는데 조차도 30키로가 넘는 주변의 환경속에서 고립된 변화가 없는 퇴락해가는 작은 마을에서 옥수수밭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한건의 살인사건조차 발생하지 않던 곳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죠, 그런데 전작에서 뉴욕에서 큰사건을 해결한 펜더게스트가 이 마을을 찾아옵니다.. 살인사건을 조사할 목적으로 휴가차 들렀다고 하니 전작처럼 여전히 본연의 임무인 FBI수사관이 공식임무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호기심이 발동한 이유인 듯 합니다.. 하지만 펜더게스트가 나타나면 전작에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그가 등장하면 단순한 살인사건은 대형 연쇄살인사건이나 큰 이슈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이죠, 넵, 역시나 펜더게스트가 나타나고 그가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모든 마을 주민이 서로를 아는 이곳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고고학과 역사적 미스터리의 이야기에 방점을 둔 작가들답게 과거 인디언의 삶과 그들의 고통속에 비롯된 복수와 폭력적 죽음의 이면에 담긴 역사적 사실에 살인이 어떠한 영향이 있는가를 조금씩 파헤쳐나가기 시작하는거죠, 그러던 와중에 동네 주민이 또다시 엽기적인 것을 뛰어넘은 잔인하고 기괴할 정도의 폭력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메디스 크릭의 주민들은 공포의 현장속에서 죽음의 소용돌이가 자신들을 덮칠까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과연 진실은,


    4. 이 두명의 공저가가 보여주는 장르적 취향은 여느 영미스릴러작가의 감성과는 좀 다르죠, 대단히 입체적이고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기괴한 고고학적 미스터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리즈의 주인공인 펜더게스트라는 조금은 신비스러운 인물이 자리잡고 있죠, 이번 작품에서도 뜬금없이 그는 나타나 하나의 살인사건이 어떠한 방향성으로 번져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소설속의 장소와 살인사건의 엽기적 형태는 가공할만한 상황으로 변화되어갑니다.. 전편에서는 상황이 주는 긴장감과 고고학적 미스터리의 이야기를 다룬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있는 그대로의 살인사건의 중심에서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나가는 정통적 수사미스터리의 방식이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고립된 지역이라는 대단히 황폐하고 메마른 감성이 이 작품의 장르적 취향에 불을 붙여주죠, 작품은 현실과 일반적이지 않은 비현실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듭니다.. 누군가는 현실속에서 대단히 엽기적인 비현실적 살인사건을 저지르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공포감이 극단적으로 치솟게 되죠, 그리고 작가는 그러한 대중적 불안감을 토대로 상황을 더욱 긴장감 넘치게 펼쳐냅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사건의 진실이 어느정도 드러나 상황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는 구성속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상황적 표현과 디테일한 긴장감의 면면은 이 작품이 왜 뛰어난 스릴러소설인가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나 전작에서도 후반부의 이러한 스릴러적 속도감은 매우 뛰어났지만 이번 작품 "악마의 놀이"에서는 말그대로 악마에게 쫓기고 그에게 놀아나는 힘없는 인간의 공포감이 극대화되어 있죠, 그 이유는 읽어보시면 앱니다... 진짜루,


    5. 재미진 스릴러소설임에도 이 작품은 초중반에 걸쳐 이루어지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이야기와 이를 진행해나가는 이야기의 방식이 상당히 말이 많습니다.. 후반부의 속도감을 생각하면 초중반은 지리하기 짝이 없는 그런 구조이기도 하죠, 굳이 이렇게까지 길게 끌어서 상황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형적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사실 전작에서도 이러한 구성적 지리함은 조금 있었죠, 초중반은 여차저차, 이런저런 이유와 상황을 들며 암시와 복선과 낌새를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장치를 했더랬습니다.. 물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전작에서는 여러 장르적 소재가 복합적인 느낌이 좀 들어서 그런지 그런 지리함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고립된 한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역의 과거의 역사속에서 등장하는 인디언과의 양키들의 싸움을 제외하고는 단순한 지역내 엽기적 살인사건을 휴가온 펜더게스트가 호기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 밖에는 없죠, 그러니 전작보다 지리한 상황이 생각보다 일찍 머리속에 자리잡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후반부의 상황이 훅하니 다가오는거죠,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요, 밥상 차릴때 나물류를 하나로 좀 뭉치고 튀김류를 좀 줄이고 고등어조림과 삼겹살중 하나만 올려서 마지막 김치찌개 나왔을때 집중해서 조금 빨리 맛남을 즐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말입니다.. 아님 말고,


    6. 그렇지만, 하지만, 스릴러미스터리독자라면 펜더게스트는 꼭 읽어야되는 매우 재미진 작품입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스릴러적 긴장감이 폭발하기 때문에 매우 재미집니다.. 후반부의 상황적 이야기는 여태껏 읽어본 뛰어난 스릴러소설의 박진감적 독후감과 비교해서도 전혀 딸리지 않을 정도로 작품의 상황속으로 깊이 빠져듭니다.. 이 두분의 작가들은 얄팍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아닌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여러 비현실적 현상이나 고증을 바탕으로 매우 뛰어난 고품질의 스릴러소설을 만들어내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금 아쉬운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전초전도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매력이라면 충분히 참아낼 수 있는 그런 즐거움입죠, 솔직히 이 작품 역시 출간된 시점이 아닌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읽었지만 원작이 발매된 거의 15년전의 시점에서 이 작품속의 매력적인 스릴러의 향연이라면 깜짝 놀랠 수 밖에 없는 영화적 입체감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이 작품을 읽어보셔야지만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저로서는 확하고 저를 잡아 당기는 극단적인 매력은 없지만 이어지는 작품속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또다시 펼쳐질까하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만 영미스릴러에 대한 부담과 약간의 장광설의 흐름에 거부감을 가지신 일본쪽 적성의 독자분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큰 재미를 못느끼시지는 않을까하는 의문은 듭니다.. 반면 영미스릴러에 적응하시고 이러한 서양적 이야기에 편안함을 가지신 독자분들시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글자로 이루어진 실감나는 3D 입체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나쁘지 않아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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