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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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워낙 둔한데다 '개발'이라서 학교 다닐때 축구나 족구경기에 참여하면 늘 수비나 하곤 했습니다.. 물론 동네 아이들 경기에서는 공 못차는 애들은 골키퍼나 수비 세웁니다.. 그것도 족구같은 게임은 서브 받는 것도 중요하다보니 개발이 들통나는 경우가 많죠, 조금 뛰다보면 잘하는 놈이 자기가 대장인냥 다른 친구와 교체해버립니다.. 그리고 바뀐 체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곤 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좀 다르죠, 못해도 수비를 하다보면 악바리처럼 끈질기게 사람과 공을 쫓아가다보면 나름 성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우리 팀의 골 에어리어 근처에는 공이 못오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죠,, 물론 빌드업으로 미드필드진에게 공의 연결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긴 합니다만 동네축구에서는 어디까지는 골대 근처에 공이 오면 차내면 장땡입니다.. 그래서 수비수로서 나름 활약을 하곤 했습니다만 그것도 잠시, 평범한 수비수는 공격을 함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에게는 당할 수가 없죠, 그런 놈들이 하나씩 꼭 있습니다.. 동네의 메시죠, 이런 메시같은 놈은 자신이 대장인냥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를 판단하고 자신의 결론을 주변에 전파하고 공유하죠, 아이들은 그를 따릅니다.. 그리고 쟤는 타고난 '개발'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며 아이들을 몰아갑니다.. 그럴수록 저는, 또는 다른 '개발'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죠, 그러던 어느날,


    2. 우연한 기회에 반대편 팀에서 선수가 하나 모잘라 제가 끼게 됩니다.. 물론 수비수죠, 그동안 저는 둔한데다 '개발'이라는 확실한 평판이 자리잡아 버렸으니까요, 물론 그 이유중 하나가 동네 메시인 그넘의 보온도시락을 제가 부셔버린 일이 아주 크게 작용한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그건 중요치 않으니 여하튼 그렇게 그넘과 대치한 팀의 수비수로서 그를 만납니다.. 여전히 빠르고 아무도 쉽게 그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치부심이라 그러나요, 그동안 나를 깔아뭉개버렸던 그넘에게 나름 복수의 감정이 가슴속 깊이 사무친 초딩 5학년의 저로서는 끈질기게 그를 따라잡습니다.. 그리고 그를 미친듯이 짜증나게 만듭니다.. 그 넘은 빠르긴하지만 키가 작고 민첩한 것 빼고는 딱히 저보다 힘이 세진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숨을 헐떡거리며 독하게 그를 무너뜨리는게 가능하더라구요, 어느순간 그 동네 메시는 운동장에 주저앉아 목놓아 분노의 울음을 터트립니다.. 제가 계속 반칙을 했다는거죠, 그래서,,, 우짜라고,,, 뭐 그랬습니다.. 그 이후 심지어 제가 골을 넣기까지 합니다.. 자신감 하나가 얼마나 많은 상황을 변화시키는 지 그때 전 알았습니다.. 물론 그 자신감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습니다.. 태생적으로 '개발'은 저에게 시간이 지나 몸이 성장할 수록 그런 운동신경은 몸 전체를 지배하니까요, 이후로 전 하는 대신에 보는 것을 택하고 지금도 여전히 보는 것을 즐기곤 하죠, 보고 판단하고 혼자 떠들고 상황 정리하고 이기기 위해 분석하는 부분으로는 국대 감독 못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 하나 들어주진 않지만 말이죠, 여하튼 운동경기는 그런 삶의 활력은 주는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3. 전작에서 배크만은 스웨덴의 한 작은 동네인 '베어타운'을 중심으로한 이야기를 끄집어냈습니다.. 몰락해가는 소도시지만 아이스하키 하나만으로 그들은 숨을 틔우고 살아가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에게 지옥같은 세상이 발생하지만 그 지옥보다는 동네가 숨쉴 수 있는 이유를 택하는 아픈사람과 외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죠, 대단한 감흥과 즐거움을 주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또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들고 나왔습니다.. 여전히 베어타운은 지옥속에서 견뎌낸 사람들과 지옥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지옥에 갇힌 사람들이지만 그게 지옥인 지 모르는 사람들의 삶이 가득한 아픈 곳입니다.. 제목은 이렇게 정했더군요, "우리와 당신들", 여기서 우리라는 구성의 서클안에는 누구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라는 서클안 또한 누구든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린 압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끄집어낸 이야기속의 우리는 누구인 지, 전작인 "베어타운"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속에서 아직 아물지 않은 시간이 흐름은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은 여러 이유로 흩어지죠, 벤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진실에 대해 아파하며 사람들의 시선속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마야는 또다른 지옥을 견뎌냅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은 각자의 지옥과 각자의 아픔을 간직한 체 조금씩 무너져내려가고 있는 것이죠, 그 와중에 베어타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마저 무너져내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팀을 해체하는다는 의회의 결정과 함께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합니다..


    4. 그날의 그일이 벌어지고 지옥과도 같은 아픔과 고통이 혼재한 삶의 잔재가 유지되어가는 무너져내릴 듯한 베어타운에게 마을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한 체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위해 지역을 벗어납니다.. 베어타운은 아이스하키가 없으면 무너져내릴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삶이 무너지고 세상이 끝나고 그들의 인생이 종치는 시절과 그 끝이 드러나는 와중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팀을 위해 목놓아 응원가를 부르는 곳입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지역이 망가지고 돈을 가진 자들은 그들보다 조금 삶의 여건이 나은 헤드타운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옮기려고 하죠, 수십년동안 앙숙으로 두팀의 라이벌 구도가 이루어졌던 베어와 헤드의 아이스하키 팀은 이제 베어타운의 팀이 해체되면 헤드가 전체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회는 베어타운의 여러 문제로 인한 팀 운영적자를 만회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체를 결정하죠, 하지만 그중 릭샤르드 테오라는 의원은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는 목적으로 베어타운의 아이스하키팀을 새롭게 재건하려 합니다.. 그러는 대신 그동안 베어타운의 팀을 좌지우지했던 지역 훌리건인 그일당 깡패들의 응원석을 제거하고 건전하게 팀을 운영하겠다는 이유로 페테르를 이용한 새로운 자신의 권력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로 인해 베어타운의 아이스하키팀은 해체되지 않습니다.. 그리곤 그곳에 새로운 코치인 전 국대선수였던 사켈이 부임해옵니다.. 또다시 하키의 시즌과 함께 아픔과 고통과 지옥이 그들속에서 다시 되살아납니다.. 여전히 베어타은은 아프고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베어타운입니다.. 나머지 전부는 그들을 이겨낼 수 없죠,, 이제 시작합니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5.  배크만 작가가 전작에 이어 초반에 펼쳐놓는 이야기는 대단히 멋집니다.. 탕탕탕탕탕이라는 의성어와 함께 주변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 세상의 이야기, 무엇보다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그들에게 남겨진 모든 감성을 보여주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대단한 연작의 시작점을 가진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전작에서 제가 느꼈던 수많은 감성의 흔적들이 또다시 가슴을 적시고 그들의 아픔과 사랑과 고통과 외로움과 진실에 대해 함께 숨을 쉬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게 작가는 하나씩 상황을 만들고 이어갑니다.. 독자들은 그런 작가의 의도에 충실히 따라가죠, 그리고 다시금 베어타운의 세상속에서 그들과 함께 새로운 인생의 전쟁에 참여합니다.. 전작에서는 사회적 문제와 공동체속에서 소외된 누군가의 아픔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반면 이번에는 지역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스하키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그들의 삶을 드라마틱한 감성을 끄집어내며 들여다보죠, 벤이의 아픔과.. 여전히 힘든 마야와 그의 가족들이 감당한 고통, 무엇보다 베어타운에서 살아가는 아이스하키에 목을 매는 수많은 삶의 무너짐의 경계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그속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속성과 대중적 편견과 사회적 외면과 권력의 탐욕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죠, 아픕니다.. 고통스럽고 이를 견뎌나가는 수많은 소수자들의 눈물이 대중적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배크만 작가는 대단히 할 말이 많아보이고 또 말이 많습니다만 그 말속에 대중에게 감응되는 공감적 주파수를 제대로 맞춰나갑니다.. 드라마틱한 삶이 주는 대중적 공유가 무엇인 지 제대로 알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디다.. 젠장, 책보다 수시로 울컥하는 경우는 간만에 느껴봤습니다.. 물론 전작에서도 그런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나니 이 연작의 이야기는 대단한 감정적 드라마를 그려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죠,


    6. 제가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작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이 작가가 보여주려는 작품적 감성은 따스함과 인간이라는 존재의 관계적 필연성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그려내는 삶과 세상의 이야기속에 인간은 언제나 고통과 아픔과 외로움과 분노로 물들어 있지만 그 내면의 깊은 곳에서는 늘 희망과 사랑과 행복을 그려내고자 합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지옥같아도 그 지옥의 내면속에서는 서로 다독거리고 견뎌내고 함께 이겨나가는 나름의 인간만이 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는 것이죠, 후반부 작가는 말그대로 지옥의 끝으로 작품을 끌고 갑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모든 고통이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감당못한 아픔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개 허구의 소설임에도 전 그순간 책을 덮어버릴 정도로 분노했습니다.. 왜, 꼭 이렇게 해야되느냐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짜증과 분노가 감정적으로 휘몰아쳤지만 숨을 고르고 견뎌내는 그들과 같은 우리의 마음으로 다시 작품을 펼치고 우리과 나머지 당신들 모두에 대한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그리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단 한가지의 이야기를 다시한번 머리속에 그립니다.. 전작인 "베어타운"과 이어지는 "우리와 당신들"의 이야기속의 삶과 사람들은 나에게, 우리에게서 아주 먼 북유럽 끝자락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웨덴의 아주 작은 다 스러져가는 소도시인 겨울이 일년의 대부분인 지역속에서 동떨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삶속에서 숨쉬고 견뎌내는 나와 다름아닌 세상인거죠, 누군가는 아픔으로 기억될테고 누군가에게는 고통으로 점철된 삶일 테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의미없는 추억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잊혀진 시절이겠지만 배크만이 그려놓은 소설속의 이야기속에서 나와 우리는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우리와 당신들, 흔한 헐리우드식 드라마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나 울어버렸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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