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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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인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 본인이 처음부터 가지고 살아가는 성향적 이미지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러합니다.. 겉으로는 사교성이 있어보이는 목소리톤이나 잘난 척하려는 표정들이나 깔끔 떨고 있어 보이는 척,, 그놈의 척척척, 그리고 일반적이고 사회적으로 이러한 가식적인 제 이미지는 저의 모습처럼 보여지죠,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이러한 가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립니다.. 소심하고 눈치보고 상처받고 고민하고 혼자 삭히는 그런 찌질한 모습이 되곤 합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척, 외롭지 않은 척, 다 양보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상처받고 혼자서 아파하고 결국 돌아서 스스로 자존감 낮은 포기를 해버리는 그런 류입니다.. 나이가 들고 흔히 말하는 타성에 젖어 스스로에 대한 고집이 옛날과 달리 쓰잘데기없이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본연의 성향이 조금씩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옛날처럼 사교성을 가식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조금씩 스스로에게 침착되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게 되죠, 남들이 나와 같이 않음에 대해 보이는 모습만이라도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대신 너는 그러하니, 나는 그런 너를 보느니 그냥 혼자 할래,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그게 가장 편하니까.. 나이가 들면 더 그렇습니다..


    2. 그렇다보니 예전만큼 많은 친구나 사람을 만나질 못합니다.. 기껏 가족을 제외하곤 몇명의 어린시절 친구뿐이죠, 그런 와중에서도 각자의 삶과 시간과 공간이 다르니 어느순간 마지막 남은 친구들과의 헤어짐도 생깁니다.. 잃거나 외면하거나 거부하거나, 고통스럽고 고독하고 외롭고 안타깝고 후회스럽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기가 참 힘이 들고 어렵습니다.. 더욱 더 나이가 들고 홀로 된 시간이 오래되면 제가 먹어가는 나이만큼 제 쓰짤데기없는 꼰대적 고집은 더 심해질테죠, 친구나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조차도 절 이해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저의 성향이 짜증스럽고 다시금 과거의 젊은 시절의 가식적인 사교성이라도 끄집어낼려고 하지만 뒤늦게 스스로에게 묻어버린 가식이 되살아나는게 두렵고 힘들고 거북하긴 매한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다를 지는 몰라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적든 많든 누구나 혼자된다는 것의 다른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해리 흘레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그런 것입니다.. 애초부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홀레이지만 그도 나이를 먹고 주변의 삶과 동화되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을 갉아먹는 범죄의 세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체 그 집요한 자신의 고집만으로 자신을 끝없는 나락으로 내몰죠, 그동안 나름 앞뒤없이 해리 흘레 시리즈를 읽어왔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거의 중간쯤 되는 작품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재미진 작품중 하나라해도 되겠네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던 엄청난 데뷔작(?!)이었던 '스노우맨'이 나오기 전 작이자 해리 흘레시리즈의 6번째 작품 "리디머"입니다.. 원제의 해석은 예수 그리스도를 칭하는 구세주라는 뜻이랍니다..


    3. 자, 이로서 '스노우맨'(7번째 작품)부터 시작된 해리 홀레가 7년 여가 지나 "리디머"가 나오면서 시리즈의 9편까지 모두 국내에서 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중간이 비었는데 이렇게 꽉 채웠습니다.. 하지만 가장 늦게 나온 이유가 개인적으로는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줄거리부터 시작해볼까요, 시리즈의 기준으로 전작은 '데블스 스타'입니다.. 각 편마다 각각의 사건이 펼쳐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지만 전체적 인물적 구성은 연작의 형태의 모습을 띕니다.. 물론 단권으로 읽더라도 큰 무리는 없지만 가능하면 시리즈의 순서대로 읽는게 가장 재미지겠죠, 이왕 다 나왔으니 말입니다.. 이번 편 "리디머"에서도 새로운 이야기의 프롤로그와 함께 전작의 끝자락에서부터 새로운 시작이 이어집니다.. 이번에 벌어지는 이야기의 전제는 제목처럼 노르웨이 구세군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살인 청부업자의 스릴러가 복합적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성인의 모습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14세의 한 여학생의 시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한순간 끔찍한 범죄사건을 펼쳐지는 것처럼 보이면서 미스터리와 함께 해리 흘레가 등장합니다.. 노르웨이의 마약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조금씩 드러내며 하나의 사건을 자신의 파트너인 할보르센과 수사하죠, 또한 크로아티아와 관련된 한 살인 청부업자의 개인적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인가라는 역사적 사건속의 비극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이번 소설의 가장 중심적 소재가 되는 크리스마스무렵의 노르웨이의 구세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구세군의 중심에는 욘 칼센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자, 지난번 '데블스 스타'의 사건 해결 이후로 금주중인 해리 홀레는 새로운 계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동안 자신을 유일하게 믿어주고 신뢰를 주었던 상관인 묄레르가 물러나고 새로운 상관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와 동시에 살인 청부업자가 오슬로로 오게 됩니다.. 살인 청부업자는 오슬로의 번화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 콘서트를 진행중인 구세군을 총으로 쏘아 죽인 체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 구세군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욘의 동생 로베르트입니다..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은 체 사라진 살인 청부업자는 또다른 사건을 저지를 준비를 하는데,


    4. 줄거리에서 사설이 길었습니다.. 위에서 대강 떠들었으니 간단하게 넘어가죠, 이번 편은 무척이나 재미지고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전형과 함께 미스터리적 측면이 아주 많이 부각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홀레 시리즈를 사랑하긴 하지만 전체적 시리즈의 느낌에서 "리디머"와 "스노우맨"이 조금  미스터리적 즐거움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그중에도 이번 작품에서는 살인 청부업자과 관련된 상황적 긴장감과 스릴러적 대치감이 아주 뛰어다나는 생각도 듭니다.. 그동안 두껍한 네스뵈의 글쓰는 방식에서 여러 곁가지같은 내용들에 조금 지리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고맙게도 그러한 지리함이 한순간도 들지 않더군요,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 전의 일주일 가량의 시간동안 벌어지는 숨막히는 사건의 속도감이 챕터의 시간순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독자로서 매우 뛰어난 가독성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사단계의 극적 궁금증도 소설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과할 정도로 많습니다..


    5. 이번 작품에서는 소설의 구성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내막속에 펼쳐지는 사회적 문제와 역사적 굴레에 대한 변함없는 네스뵈의 플롯이 더할 나위없이 꼼꼼하고 치밀하게 그려집니다.. 솔직히 제가 전작들을 읽었던 마지막 시점이 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하다는 단점때문에 오히려 이번 작품 "리디머"가 주는 미스터리스릴러소설의 감성이 더 와닿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요행님의 작품적 기준에서 가장 대중적인 즐거움이 많은 작품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리디머"를 고르고 싶긴 합니다.. 그 선택의 기준중에 하나가 아무래도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없이 무너져내리는 해리의 자아적 상처의 생채기가 느껴지지만 극단적이리만큼 파괴적 양상을 띄는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보다는 조금 나은 형태의 대중적 공감이 보다 쉽게 들어서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감성은 시리즈를 쭈욱 읽어보신 분이시라면 충분히 공감하실터이지만 단지 이 작품만으로 해리를 판단하실 수 밖에 없는 첫 독자분들이시라도 이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해리의 고독과 감성적 외로움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히 공감 가능하리라 여기지고 대중적으로도 수긍이 되기 때문입죠, 해리는 최고의 수사관이긴하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누구보다 외롭고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소외되어버린 자기 중심적인 남자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그를 이해하는 몇명의 사람들은 늘 그를 떠나거나 그에게 자의든 타이든 상처를 주게 됩니다.. 이번 작품속에서는 그러한 해리의 단면을 대중적으로 이해가능한 모습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이야기에 독자들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듯 싶습니다..


    6. 해리라는 이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같지만 다른 해리로서 미국의 해리와 함께 오슬로의 해리도 변함없이 고독하고 외롭고 세상의 모든 범죄의 중심에서 자신을 버리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아픈 영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리 보슈와 해리 홀레는 형제같죠, 전 그렇게 봅니다.. 보슈가 형이겠죠, 조금 더 경험과 사회적 아픔이 많다는 것과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것에 대한 연륜때문기이기도하고 무엇보다 해리 홀레는 자기 중심적이고 외로운 인물이지만 물불을 가리지않고 자신이 파괴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잘하는 일을 위해 자신을 내던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자기파괴적 행동은 늘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아픔과 배신과 범죄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러한 고통적 환경은 해리 홀레가 더 심하고 더 극단적이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의 노르웨이가 늘 화사한 LA와 다른 점이죠, 해리 홀레는 그런 사람입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도 해리 홀레의 자기파괴적 행동이 자신의 이기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삶에서 범죄와 인간의 욕망이 안겨주는 파괴적 행위들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파괴되고 고통을 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끝없이 자신의 주변을 안전하게 만들려는 그의 의지때문이기도 하죠, 해리는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아파하고 고통받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정의는 끊임없이 독자를 즐겁게 해줍니다.. 이제는 중간을 끼워넣었으니 '팬텀'으로 달려갈 차례입니다.. 조만간 10번째 시리즈 '폴리스' 출간되겠죠, 기대와 기다림은 늘 큰 즐거움이 없는 중년 아저씨의 삶에 활력을 줍니다.. 오래 살아야쥐,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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