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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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범인이 아닙니다. 억울합니다..'라는 범죄 가해자의 변, 있는 그대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변호하고 자신을 지킬 필요는 있죠, 하지만 대다수의 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거짓으로 꾸미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중에 정말 가해자가 아닌 누명이 씌워진 피해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린 알 수가 없습니다.. 보여지는대로 판단되어지는대로 우린 그들은 단죄합니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그들은 범죄자이자 가해자이니까요, 아무리 억울하다고 피를 토하며 무죄를 부르짖어도 거짓으로만 보여집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지고 법을 집행하고 죄를 판단하는 사법의 영역속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죠, 익산의 한 오거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한 어린 소년이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살인의 가해자가 되어 구속됩니다.. 그리고 경찰이 제시한 정황적 증거로 인해 10년동안 영어의 신세가 되죠, 그 와중에 이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가해자라는 한 인물이 자신의 죄를 자백하지만 경찰은 무시해버립니다.. 이미 그 사건의 가해자는 죄에 대한 판결을 받은체로 복역중이기 때문이었죠, 어리고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이 뭔지 제대로 파악도 못한 소년이 어느날 자신이 목격한 사건때문에 파렴치한 살인자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만기복역을 한 후 그 소년은 성년이 되어 사회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또다른 단죄를 하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인한 누명도 벗지 못한 체 이 소년은 살인자로 살아가야만 합니다.. 대중은 그를 그렇게 기억합니다..


    2. 살인자, 범죄자, 전과자, 세상을 제대로 배워보고 경험해보지도 못한 한 소년은 이제 성인이 되어 사회속에 나왔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존재적 판결은 그를 사회에서 배척하는 인간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언론은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 소년의 사건을 경찰의 권력으로 몰아갔던 조직의 말단 형사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그 진실이 드러나게 되죠, 재심과 사건의 정황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누명으로 더럽혀진 한 어린소년의 진실은 탁하고 더럽고 암울하기 그지없는 사회권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나의 인격이, 존재가 사회와 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무너지는 상황은 우린 그대로 목격합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사회와 권력에 대한 분노를 던지죠, 대중은 그런 존재입니다. 또다른 범죄의 가해자나 누명을 쓴 피해자가 아무리 자신의 무고함을 스스로 변호하더라도 우린 있는 그대로 믿질 않습니다.. 우린 당사자가 아니니까요, 죄를 찾고 진실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이들은 사법이라는 제도속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가진 이들이 해야할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적 책임과 인격에 대한 신뢰를 우선적으로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이겠죠, 아무리 범죄와 악에 휘둘려 주변이 혼탁해지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옳고 그름의 판단과 대단히 기본적인 사회적 기준을 잃어버리면 안되는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린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무고한 한 소년을 보며 대중적 울분을 토하지만 또다시 세상과 사법이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르더라도 우린 알 수 없습니다.. 부디 제대로된 판단이 한 무고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지말길 바랄 뿐이죠, 뭐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아주 좋은 공감이 드는 작품입니다.. 일본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테미스의 검"입니다.. 테미스라는 율법의 신을 일컫는 그리스의 신이 들고 있는 상의 한쪽 손에 쥐어진 검을 뜻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검은 범죄에 대한 사법적 단죄와 판단에 대한 상징일 터입니다..


    3. 1984년 한 부동산 주인 부부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나루미와 와타세 형사는 현장으로 출동한 후 사건을 맡게 되죠, 나루미형사는 베테랑으로서 검거율이 뛰어난 형사입니다.. 하지만 나루미는 집요한 면이 있죠, 신참 형사인 와타세는 그를 따를 수 밖에 없지만 그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그런 와중에 부동산 부부의 피살과 관련한 한 용의자를 취조한 결과 나루미는 그를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하고 그에게서 자백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과 피의자의 심문이 용이하지 않자 폭력과 압박을 통해서 거짓 자백을 강요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피의자인 구스노키 아키히로의 피묻은 점퍼를 발견하게 되면서 끝내 아키히로는 심리적 압박과 경찰의 집요한 강요로 인해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재판을 받게 되죠, 하지만 아키히로는 사형을 구형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를 요구하고 항소심에서 판사조차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되나 그동안 제시된 증거등과 자백등의 근거를 이유로 원심을 그대로 판결하고 아키히로는 사형을 언도받죠, 하지만 와타세는 자신이 저지른 판단적 오류를 나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나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어느날 아키히로가 감방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죠, 그리고 5년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검거한 강도살인 용의자를 심문하던 중 이전 부동산 부부 살인사건과 그 상황이 비슷한 부분을 이유로 심문을 하던 중 엄청난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가 과거 사건의 실제 가해자라는 것을 와타세는 알게 된 것이죠,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경찰의 폭력적 심문의 조직적 문제와 경찰 내부 전체의 와해가 발생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와타세는 올바른 진실의 무게에 조금씩 자신의 신념을 쌓고자 하지만 정의의 결과는 와타세에게 있어 지옥같은 사회적 배척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 자명한 일입니다.. 와타세는 조직과 양심의 판단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4. 사회가 이루어지고 규범과 법치가 형성된 곳에서는 어느 곳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누군가에게 이루어지는 단죄의 판단에 대한오류에 대해 우린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대다수의 가해자속에 단 한명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적 오류라는 이유로 흘려버릴 수 있을까하는 사회적이고 대중적 공감에서 이 작품은 출발합니다.. 만약 그게 나의 가족, 나의 아이, 나의 부모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인 것이죠, 이 작품은 그러한 사회적 공감을 중심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상황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조직의 구성원이 그들 속에서 합치되어야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홀로 어긋날 수도 있는 혼란적 진실에 대해 어떻게 살아가고 판단해야하는 대단히 고민스러운 사회적 정의를 내세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면을 아주 심도깊고 현실적이고 상황적 동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그려내고 있는 상당히 즐겁고 집중도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인물이 자신의 심리와 시선을 통해 주변과 사회적 철학의 규범적 잣대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그 판단이 주는 고통속에서 사회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라는 물음이 무척이나 전형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읽는 내내 주인공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의 진실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5. 상당히 많은 작품을 선보여주신 작가님이신 모냥인데 전 그렇게 많이는 읽어보질 못했네요, 그래도 이름이 눈에 익어서 과거에 읽었더 작품중에 "살인마 잭의 고백"이라는 의학추리스릴러소설이 있더군요,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질 않지만 제가 작성한 독후감상으로는 추리스릴러적 방법론에 대한 조금은 박한 이야기를 한 것 같습디다.. 그런데 이 작품 "테미스의 검"이라는 작품은 대단히 훈륭한 방법적 구성과 연결적 전개가 이루어지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흐름과 시간적 연결구도가 무척이나 재미지고 상황이 주는 심리적 딜레마와 인물 개인적 혼란의 사회적 기준선을 독자들도 하나같이 공감하면서 그의 시선과 상황을 따라가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이 무척 뛰어나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보통의 이러한 공감적 방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 대체적으로는 반전적 충격의 임팩트가 조금은 부족한 면이 없진 않은데 이 작품은 후반부의 상황적 급변이 주는 추리적 카타르시스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말그대로 사회파 미스터리의 바탕속에서 장르적 즐거움을 아주 잘 이끌어내는 재미진 작품이라는 것이지요, 딱히 흠잡고 굳이 들춰내고 싶은 밉쌀스러운 단점같은것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더라구요, 전 그랬습니다..


    6. 처음부터 읽는 순간 이 작품은 대중적이고 현실적인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일반적인 접근방식으로 독자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면서 상황을 연결해나갑니다.. 그런 작품의 서사적 방식이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맥을 끊는 부분도 없고 이야기의 중심에 선 한 경찰의 인생과 그의 정의적 판단에 대해서도 사회적 기준에 걸맞는 동조적 방식을 목적으로 독자들과 으쌰으쌰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죠, 독자들은 와타세라는인물의 인간적이되 영웅적인 사회적 정의의 독단적(?) 칭찬하고 옹호하고 그를 무너뜨리려는 보수적 조직과 사회의 통념적 부조리에 대해서 분노하고 거부감을 표출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사회속에서 더불어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에도 조직과 사회의 관행적 통념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외면되고 왕따당하면서 홀로 견뎌내야할때에는 그 스스로의 초능력적 자존감과 사회적 정의의 실천 역량이 조직보다 뛰어나야한다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도 이 작품은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연약하고 가진 것도 능력도 부족한 한 어설픈 대중의 한명이 사회적 정의의 중심이 된다면, 과연 세상과 사회와 조직이 그를 아무 어려움없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줄까요, 대다수의 이 작품의 공감적 대중들은 이 사회의 약자이기 때문에 그런 의문적 두려움도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아주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사회적 딜레마에 대한 어떻게 보면 가장 익숙하고 대중적인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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