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1. 맨날 행복한 하루가 되면 얼매나 좋겠습니까만 우리 삶이란게 그렇지 않죠, 늘 서민 코스프레에 넋두리에 푸념만 늘어놓은 독후감이긴하지만 또 이런 삶이 우리네 인생이고 현실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부처님도 아닌 이상 도를 닦는 구도자의 삶도 아닌 것이 하루에서 수십번씩 쌍욕이 목구녕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한두번이겠습니까, 그래도 참죠,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고 그렇게 사는 것이 타인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 때문임을 알기에 스스로 참습니다.. 어제는 벌써 10일가량 입원해 있는 아이랑 장난스레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갑자기 영어로 어머니 포크라는 단어를 내뱉자 아이가 자지러지게 웃더군요, 그래서 내질러버린김에 이런저런 쌍욕을 시전했습니다.. 뭐 아직 어린 아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초딩졸업반이기도 하니 엄청 즐거워하더라구요, 한참을 웃으며 이런 저런 세상에 대한 욕지거리를 해대고 나니 뭔가 마음과 기분이 정화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아이에게도 너도 그러냐고 물었습죠, 고개를 미친 듯이 아래위로 흔들면서 재미지고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갑갑하고 힘들고 지치는 병실에서 한번씩 이렇게 풀어지지 않으면 얼매나 힘들었을까 싶어 조금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빠랑 같이 하는 욕은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모냥입니다.. 가벼워보이는 아빠의 욕설, 한번 시전해보심 어떠실 지, 초딩 5학년 밑으로는 금지입니다..


    2. 일년에 한번 어떠한 살인이든 상관없이 누군가를 처단할 수 있는 날을 선정한 영화 '더 퍼지'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단한 창의적인 발상이죠, 인간이이게 이러한 창의적 발상이 주는 공감을 이해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가진 포악하고 파괴적인 본성의 모습을 발현하고자하는 원초적 본능을 가진 존재들이죠, 특히나 사회라는 울타리와 규범의 세상속에서 갇혀서 살아가는 이성적 존재로서의 삶속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려는 비이성적 감성들을 제어해야된다면 특히나 사회가 인정한 살인과 단죄가 가능한 시점을 기다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저 역시도 그 영화를 보면서 알게모르게 나름의 동조와 상상적 카타르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 역시 세상과 우리의 삶에 대한 분노가 끊임없이 들끓어오르는 일반 대중이니까요, 그리고 언론과 미디어와 대중적 잣대속에 아무렇게나 재단되어 지는 꼭두각시같은 인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 보여지는 부분속에 세상의 말종, 패륜적 범죄자이니 누군가가 그를 단죄하여야한다면, 그래서 어떤 기준으로 그러한 단죄의 방법을 대중에게 쥐어준다면, 과연 한결같은 부처의 마음으로 착한 대중으로만 남을 수 있을까하는 자신에 대한 의문을 떠올려보면서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잘나가는 독일 스릴러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내가 죽어야하는 밤"입니다.. 원제로는 8&8로서 네이티브식 발음으로 에이트앤드에이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척이나 속도감이 넘치는 추격스릴러소설입니다..


    3. 소설의 시작은 한 여인에게 걸려온 전화로 뭔가를 암시합니다.. 전화를 받기 전 그녀는 자신에게 닥쳤던 사건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오즈라고 불리우는 존재와 함께 행한 실험을 인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던 것이죠, 그녀는 오즈와 함께 참여한 실험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실험을 거부하게 되지만 그래서 실험의 대상자로서 자신들을 추천하려하지만 오즈는 그녀는 참여하지만 자신은 빠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죽고싶은 마음이 없다고하죠, 뭔 실험일까요, 그리고 또다른 존재가 등장합니다.. 유명밴드의 드러머였던 베냐민 뤼만은 밴드에서 탈퇴한 뒤 현재에는 이런저런 음악 세션으로 하루를 지탱해가는 빈털털이입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현재 병원에서 투병중인 딸아이가 있습니다..  율레는 얼마전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의 상태로 있죠, 그런 그에게 이번에는 술집 밴드에서조차 축출되어버립니다.. 갈곳도 가진것도 없는 벤은 술집 밖에서 우연히 비명소리를 듣게 됩니다.. 어줍잖은 영웅행세를 하려던 벤은 오히려 구타를 당하게 되죠, 그리고 그곳에서 8n8이라는 사이트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처 제니퍼에게서 전화를 받게 되죠, 제니퍼는 율레의 사고가 단순 자살이 아니라 타살의 가능성을 이제서야 벤에게 물어봅니다.. 벤은 그렇게 율레의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게 되지만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질 않습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8N8이라는 웹사이트의 인간사냥의 타겟으로 자신이 올려져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지금 이순간 8월 8일 저녁 8시부터 12시간동안 온갖 SNS와 미디어를 통해 사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지정된 것이죠, 사회적 문제로 온갖 미디어에서 이러한 비이성적인 상황을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와중에 8N8에서 제시한 타겟 두명이 선정됩니다.. 바로 현재 사회 낙오자인 베냐민 뤼만, 그 자신과 또 한 명은 전혀 알지 못하는 여대상 아레추 헤르츠슈프롱이라는 인물이죠, 그리고 이 두사람에 대한 온갖 음해와 신상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대중은 이들이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변질되어가는 것이 진실인냥 이들을 처던하기 위해 자신들의 비이성적 합리화를 하게 됩니다.. 과연 이들은 12시간동안 세상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4. 제가 '더 퍼지'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그 영화가 떠올랐고 이 작품의 마지막 작가의 말속에서도 버젓이 '더 퍼지'라는 영화에 대한 소재적 아이디어를 받았다고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사회적 단죄를 비이성적으로 해결하려는 군중심리와 바이러스처럼 번져나가는 공포적 인식의 사회적 동조의식을 비꼬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공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착하디 착한 한 인물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변질시켜가는 모양새로 바뀌어간다면 소름끼치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속에서도 우린 알게모르게 이러한 언론과 수많은 미디어적 영향력에 잠식되어 옳고 그름의  판단이 흐려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대중스릴러소설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문제에 대한 판단적 인식은 상당히 강도있게 다가옵니다.. 물론 이 소설속의 상황들은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통해 인식되어진 부분이니 엄청난 충격이나 반전이나 획기적인 사회적 비판의식이 있지는 않습니다만 단순한 스릴러소설로서 주는 즐거움 이외에 인간이고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벤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심리적 위축감과 사회적 고립감과 연약한 반항심의 절망감은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공감을 주긴 하더군요,


    5. 그동안 제법 많은 피체크의 작품을 읽었더랬습니다.. 굉장한 스릴러적 감성과 속도감으로 대중적 재미를 보여주는 작가였고 이 작품속에서도 이러한 작가의 방식을 이전 작품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적 입체감이 예전 작품속에서 보여주었던 심리적 스릴러의 감성과 더불어 대단히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역시 피체크는 쫓고 쫓기는 상황이 주는 아주 짧은 시간적 챕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는데 재주가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분타임으로 시간을 쪼개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속도적 긴박감과 상황적 서스펜스는 장난이 아니죠, 아주 대단한 가독성과 스릴러적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합니다.. 그리고 우익히 알고 있는 영화적 소재를 활용한 미디어적 장치와 SNS의 대중적 군중심리의 비이성적 대처방식에 따른 사회적 문제와 범죄자들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방식의 범죄양상은 작품의 극단적 진행방식에 긴장감을 끌어올려주죠, 뭐 나쁘지 않은 인물들의 고군분투이긴 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이끌려가는 상황적 몰입감으로 독자들은 즐겁고 재미있되 뭔가 개운치않은 뒷맛을 느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시작점부터 마지막 몇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상황적 압박이 주는 긴장이 끊임없이 이어지거덩요, 가독성과 집중도는 그 어떤 스릴러소설보다 뛰어나지만 끝을 내고나서 만끽할 수 있는 개운함은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6.  피체크는 자극적인 스릴러소설을 그려내는데 대단한 장점을 가진 작가입니다.. 무척 대중적이면서도 이야기의 힘을 끝까지 유지하는 재미가 가득한 작품을 많이 집필하셨죠, 그동안 많은 작품이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비슷한 소재와 이야기의 구성이 이어지다보니 꾸준히 피체크를 찾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식상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바스티안 피체크라는 걸출한 스릴러작가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이나 근래 들어서 읽기 시작한 독자분들의 입장에서는 스릴러소설의 추천 작가로 소개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런 분이기도 하시죠,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스릴러 소설로서의 즐거움은 영미 어느 작가의 작품보다 뒤떨어지지 않은 재미가 있으니 고민없이 선택하셔도 좋을 그런 작품입니다.. 특히나 이 작품 "내가 죽어야하는 밤"이라는 작품은 뭐랄까요, 대단히 전형적인 스릴러의 구조를 따르는 헐리우드적 스토리의 극적 구성을 가진 흔한 소재이나 설정임에도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속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긴박하고 속도감 넘치는 상황적 재미가 가득합니다.. 물론 인물적 공감과 소재가 주는 강렬함도 이 작품의 즐거움에 크게 한몫합니다.. 제바스티안 피체크를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에게는 무조건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이고 피체크를 조금 아시는 분들은 흔쾌히 꺼내드리리라 믿고 그동안 피체크를 선호했던 저같은 독자분들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리라 믿습니다.. 재미만큼은 갑입니다요, 하여튼 스릴러소설은 빨리 읽고 시간 가는줄 모르면 최곱죠, 난 그래, 여러분들은 안그래요, 아님 말고,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