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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11월
평점 :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아사쿠라 아키나리 / 북플라자
첨단 IT기업 '스피라링크스'의 신입 사원 공채 채용의 최종 전형에 남은 여섯 명의 대학생들이 남게 되고, 그들은 한 달 후에 있을 그룹 토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사 측은 최고의 팀으로 좋은 토론을 펼친다면 여섯 명 전원이 합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기에, 이들은 회사의 말을 믿고 함께 모여 열심히 토론 준비를 했고 그러는 동안 서로간의 유대 또한 돈독해진다.
그런데, 최종 전형 며칠 전에 갑자기 회사 측은 채용 인원을 1명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하고 이들은 혼란에 빠진다.
함께 하는 든든한 동료에서 잔인한 경쟁자로 몰려버린 상황, 그리고 최종 전형인 그룹 토론 당일에 토론을 진행하는 회의실 한쪽에서 봉투가 발견되었고, 그 봉투 속에는 여섯 명 각각의 치명적인 잘못을 고발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다.
이로 인해 회의실 안은 서로 간에 대한 불신과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혼란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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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프롤로그', '입사 시험', '그리고 그 후'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사건이 있었고 진실을 알고 싶다는 프롤로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입사 시험'과 '그리그 그 후'는 각각의 화자가 다른데, '입사 시험' 부분은 그룹 토론에서 발생한 그 '사건'에 대해 여섯 명 중 한 명인 H의 시점으로, '그리그 그 후' 부분은 스피라링크스에 최종 합격한 S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을 위해서 계속 공부하다가, 대학에 가서는 이제 취업을 위해서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가 온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사회 초년생의 경우에는 첫 취업이라는 것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더더욱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여기 여섯 명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그들은 온 힘을 다했고, 자신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비열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물론 완전한 진실을 알게 되기 전엔 그런 생각이었다. 자신이 최종 합격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잘못을 드러내어 이 '운'을 자신 쪽으로 당기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H의 시점을 따라 사건을 살펴보다 보면 어느 순간 '범인'에 도달하게 되는데, 다음 이야기에서 완전히 '범인'이 뒤집어진다.
그리고 독자는 다시 S의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도대체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해 다시금 호기심을 안고 책을 계속 읽게 된다.
살인 사건 등의 큰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책을 읽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취업'이라는 것이 어쩌면 나이가 든 이제야 보니 엄청난 시기는 아니라지만, 취준생 당시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일로 여겨지고 또 그런 마음들이 이 여섯 명에서 느껴졌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지나쳐지지 않았다.
"솔직히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는지 겨루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P. 88)
봉투 사건의 범인 자체에 놀랐다기보다는, 범인이 그런 사건을 일으킨 이유가 놀라웠다.
물론 놀라우면서도 일응 납득이 가기도 했다. 굳이 사건을 일으킬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기는 했지만 취업 과정 혹은 면접에 대한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또, 한편으로 달의 앞면과 뒷면이 다른 것처럼 한 사람 안에서도 서로 다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려깊은 누군가의 행동에는 감명을 받았다.
물론 이 누군가에게도 뒷면은 있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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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라 아키나리 작가님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는데, 묘하게 계속 책을 붙잡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 하다.
맑고 청량한 느낌의 청춘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청춘이 겪어내야 하는 현실의 한 순간을 깊게 들여다본 것 같아 공감이 갔다.
또한 나 역시 달의 한면만 보고 살듯이, 사람들의 한 단면만을 보고 판단하고 결정내리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