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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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부터 계속 읽었던 이상문학상을 2015년인가 그쯤부터 읽지 않기 시작했다.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었는데 한 번 읽지 않기 시작하니까 그 이후로는 이상하게 다시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문학상 수상집에서 멀어졌는데 이번에 생각지도 않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올해가 24회니까 밀레니엄 들어서면서 시작한 문학상이라 그렇게 오래 되었다고, 혹은 아주 짧은 역사의 문학상이라고 얘기하기에도 그런 문학상이지만 한국 단편 문학의 흐름을 가장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문학상이라는 평을 많이 들어 평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품집이었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을 수상한 안보윤 작가의 <애도의 방식>과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5편의 작품, 그리고 기수상작가인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까지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집답게 현시대에 사람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학교폭력, 성소수자, 추락한 교권 등을 다룬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참 가슴이 아픈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추락한 교권에 관한 이야기는 어린 시절을 정반대의 상황에서 보냈던 나에게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요즘 뉴스에 하루건너 한 번은 흘러나오는 소식이 생을 마감한 교사들에 관한 것이다 보니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짧은 단편에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낸 이상문학상 작품들은 소설로도 값어치가 상당하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바로미터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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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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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쯤 전인가,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염세주의자로 알고 있었던 쇼펜하우어의 또 다른 모습을 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책이었는데, 철학적 사상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글쓰기를 넘어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들여다보겠다는 생각에 이 책, 저 책을 읽었지만 문장론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쉽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이번에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으면서 그의 생각을 일부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염세주의자라는 말과는 어쩌면 너무나 다른 듯한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조금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5장에 걸쳐 마흔이라는 나이에 각자의 내면을 무엇으로 채워야할지를 들려준 쇼펜하우어, 그리고 그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세심하게 풀어준 저자 강용수 교수의 도움으로 인생 2막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커다란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삶의 무게를 가볍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마흔이라는 나이는 그 어느 때보다 삶의 무게를 더 깊이 느끼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 무게감에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그 때, 쇼펜하우어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길을 찾아 행복을 느끼라고 말한다.

마흔을 넘어 또 다른 고개를 넘어가는 나이에 이르러보니 쇼펜하우어의 말이 더욱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행복이란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만의 시선으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조금 더 절절하게 느끼는 때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모든 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삶의 무게에 눌려 내 안에 있는 행복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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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인간 -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민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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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책을 읽으면서 삶의 단면들을 참 잘 그려냈다는 생각을 했었다. 뭐랄까, 살면서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그런 인생의 조각들로 한 폭의 멋진 그림을 그려낸 듯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 있어서 그랬는지 이번에 읽은 <완전한 인간>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어쩌면 누구나 꿈꾸는 그렇지만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그런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25가지의 꼭지 안에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발타자르 그라시안, 역시 멋지다. 삶의 구석구석을, 인간의 말 그대로 온전히 해체한 듯한 그의 글들이 폐부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아프게 움직인다. 아프지만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고통이랄까.

인내할 줄 아는 사람, 현명한 사람, 통찰력 있는 사람, 절제하는 사람, 진실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 25가지 중에서 고른 몇몇 모습들만 보더라도 얼마나 완전한 인간을 그려내고 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쉽게 그런 인간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단언컨대 완전한 인간은 없다. 완전함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어울리는 말이니까. 그렇지만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완전함을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이 땅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지혜이자 디딤돌이니까. 그런 점에서 책 표지 귀퉁이의 짧은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이 말 한 마디에 이 책의 진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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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잼 쉬운 여행 일본어 - 아주 쉽게 따라하는 여행 일본어의 모든 것) 잼잼 쉬운 여행
서지위.장현애 지음, 와타리 카오리 감수 / 반석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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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깐 일본어를 공부한 적 있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히라가나랑 가타가나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인지라 11월에 예정된 일본 여행을 위해 딸아이와 함께 일본어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다양한 책들이 있지만 짧은 시간에 여행지에서 바로 사용할만한 내용이 실린 책을 찾던 중에 <잼잼 쉬운 여행 일본어>라는 발견하고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 책을 선택한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여행 언어를 다룬 대부분의 책들이 비슷비슷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이 책으로 공부하면서 일본어 공부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장점은 단어 부분과 회화 부분이 나누어져 있어서 단순히 몇 문장만 암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다양한 응용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파트 1에서 그림과 함께 다양한 일본어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현지에서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순간에 필요한 단어들로만 의사소통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단어를 어느 정도 외웠다면 실제 여행지에서 필요한 문장들을 파트 2에서 공부하면 된다. 바꿔 말하기, 핵심문장 익히기, 상황별 대화, 사진이나 그림으로 설명하는 단어 등으로 다양한 문장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일본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같아서 공부하기에 쉽다고 하지만 막상 공부해보면 결코 쉬운 언어는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워서 엄두도 못낼 그런 언어도 아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으로 부담 없이 일본어로 말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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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컨스피러시 옥성호의 빅퀘스천
옥성호 지음 / 파람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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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쓴 소설이었는데 추천사를 쓴 이들이 그 소설을 쓴 소녀를 칭찬하며 세기가 낳은 천재라느니 소설적 매력이 넘치느니 하면서 정말 대단한 소설인양 소개하였다. 정말 대단한 작품인가 싶어서 읽었는데 천재는 무슨, 맞춤법조차 제대로 교정하지 않아서 읽는 내내 무슨 글을 쓴 건지 알아먹을 수조차 없었다. 옥성호 씨의 <유다 컨스피러시>를 읽는 기분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건 왜일까?

배신의 대명사 유다에 대한 이야기, 특히 신의 섭리에 의해 예정된 희생자로서 유다를 동정하고 그의 역할을 오히려 높이는 이들의 시각은 이 책 이전에도 수많은 이들이 제기하던 화두였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던진 질문은 그렇게 새롭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유다의 배신이 예수님과의 또 다른 관계에서 이루어졌다는 시각만은 새롭다고 해야 할까?

여튼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책머리의 저자 소개를 읽었다.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와 <서초교회잔혹사>는 예전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와 확연히 다른 저자의 시각을 알 수 있었다. 옳고 그름은 논외로 하고 과연 저자가 이렇게 변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빅 퀘스천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처럼 기독교에 해박할 수밖에 없는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3대를 넘어 4대를 향해 가는 기독교 집안이다 보니 저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은 확고부동하다. 물론 이 자리에서 그 부분을 논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다만 한 가지는 정말 궁금하다. 이 책에 흐르는 논조를 보면 저자는 성자 예수님에 관한 성경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저 그런 신화라고 치부하면서도 성부 하나님에 대한 논조만큼은 그와는 전혀 다르게 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런 걸까? 그렇다면 왜 그런 걸까? 십자가의 의미가 정말 가장 잔혹한 것이라면, 유다라는 인물에 그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그보다 앞서 창세기의 하나님을 더 깊이 파고들어야 했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데... 혹 그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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