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묻고 지혜가 답하다 - 내 안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고전과 마주하는 시간 EBS CLASS ⓔ
전근룡 지음 / EBS 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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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른들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하지를 자주 느낀다. 어렸을 때는 그저 잔소리에 불과했던 말들이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 말들이 실제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깨닫게 되자 어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저 말이 아니라 지혜임을 깨달았다. 한 세대를 산 어른들의 말이 그러할진대 수많은 세대를 넘어 우리에게 전해진 고전들에는 얼마나 큰 지혜들이 담겨있을까?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수없이 많은 고전을 읽고, 실제 삶 가운데서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 저자가 EBS 클래스ⓔ 방송에서 진행한 강의를 책으로 펴낸 <삶이 묻고 지혜가 답하다>는 고전에서 얻는 삶의 지혜를 12개의 주제로 구분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고전을 소개하는 다른 책들과 이 책을 뚜렷하게 구별하는 특이점은 고전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고 작가가 현실 생활에서 경험한 고전의 지혜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고전이 아무리 좋아도 실제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면 별반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저자의 경험처럼 고전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 고전은 그냥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책이 아니라 반드시 우리 안에 담아야할 보물이다.

한 권의 책에 동서양의 모든 고전을 담아낼 수는 없다. 한 권의 책에 저자가 경험한 모든 지혜를 담아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모두가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할 이유는 지혜를 향해 나아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살아가면서 가지게 된 모든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시초가 되기 때문이다.

고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어렵지 않다. 다양한 사례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고 살아가는 동안 한번쯤은 경험한 이야기들이라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다. 물론 더 깊고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아니기에 이 또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책 한 권이 우리 삶을 얼마나 바꿀까 싶지만 책 한 권의 지금과는 180도 다른 삶으로 우리를 이끌 수도 있다. 이 책에 바로 그런 전환점이 숨어있다. 놓치지 말고 모두가 그 길에 들어서기를 바란다. 삶의 주는 기쁨과 행복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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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영어 교과서 씹어 먹어 봤니? - 상위 1% 아이들만 알고 있는 영어 교과서 100% 활용법
이지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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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를 보면 참 안쓰럽다. 코로나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안쓰럽고,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야할 공부의 무게에 벌써부터 짓눌리는 듯한 모습도 너무 안쓰럽다. 가능하면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디 세상사가 내 마음대로 되던가? 가능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 공부에만 집중하는 편이지만 마음 한견에 불안한 마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워킹맘으로 영어 교과서를 만들어온 교육 전문가인 저자 이지은의 <너, 영어 교과서 씹어 먹어 봤니?>는 표면적으로는 영어 공부에 관한 책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공부의 기본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위 1% 아이들만 알고 있는 영어 교과서 100% 활용법이라는 문구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교과서 중심의 공부가 중요한 이유와 실제 학습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오로지 공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필요에 따라 사교육에서 배워야할 부분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교육 과정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아이의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교과서, 다시 말해 공교육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모든 공부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교과서는 너무 쉽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쉽다는 교과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한때 학원 강사로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그 시절의 경험에 비춰 돌이켜봐도 분명 그렇다. 교과서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쉬운 건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공부도, 온라인 학습도 그다지 재미있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교과서 내용이 학습에 필요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이를 전달하는 선생님, 강사가 누군지에 따라 혹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학원에 보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교육이 중요하다, 아니다, 사교육이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이런 논의들을 여기에서 다루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한번쯤은 모두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다.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면서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영어 공부가 필요할까? 영어도 어느 날 우리 곁을 슬며시 떠난 한자와 마찬가지 운명이 아닐까?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영어보다 더 귀중한 무언가를 경험하게 그런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지만 정말 그 답이 무엇일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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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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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철학의 시조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철학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김 인물이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그가 어떤 말을 남겼는지를 물어보면 고작 ‘너 자신을 알라(물론 이 말도 소크라테스가 한 말은 아니다)’ 정도만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소크라테스 본인이 직접 저술한 책이 없기 때문에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가 남긴 생각의 단편들은 그의 제자인 크세노폰과 플라톤이 전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에 읽고 싶은 책에서 출판한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에서는 플라톤의 저술에서 드러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추린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데 엮은이 이채윤은 플라톤이 스승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첨가된 플라톤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소크라테스가 말했을 법한 내용들만 추리고 추려서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총 12 Chapter로 나누어 인간과 삶의 본질을 꿰뚫어본 소크라테스의 말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그의 선언과는 달리 그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인간사의 진실을 담고 있다. 지혜, 인간, 교육, 사랑, 도덕, 정의, 예술, 영혼, 신, 행복 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삶의 단면들을 다루고 있기에 철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삶이라는 일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좋을 내용들이다.

위대한 철학자의 말이라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 크세노폰의 저술에서 인용한 글들이기에 짧게는 1-2줄에서 길어야 1페이지를 조금 넘기는 분량이라 여타의 철학책들과는 다르게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각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닫는 건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더라도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바는 Chapter 1의 첫 번째 글에 담겨있다.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

짧은 이 한 문장에 이 책에 담긴 모든 말들의 중심이 숨어있지 않나 싶다. 사랑도, 우정도, 삶도, 행복도, 정의도.. 그 어떤 것들도 성찰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그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살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일 뿐.

오늘 소크라테스의 말에 잠시라도 귀를 기울여보자. 흐릿했던 삶의 굴곡진 여정이 그 자태를 살며시 드러내 보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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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사라지던 밤 1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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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아빠로서 참 마음이 아프다부모의 마음이란 게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그들이 한 행동은 당연히 용납되지 못하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니까

박영광 작가의 <소녀가 사라지던 밤>을 읽은 부모라면 다들 나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아픔이 곳곳에 묻어나는 그래서 그 아픔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를 선뜻 말하기 힘든 그런 이야기다게다가 이 소설은 현직 형사가 실화를 토대로 써서 그런지장면 하나 하나가 세밀하다너무 세밀해서 그 자리에그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 사람의 범죄가 누군가의 삶을한 가족의 일상을 순식간에 무너뜨린다인간의 악함으로 인한 이런 범죄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문제는 이런 악한 범죄의 사슬을 어떻게 예방하고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한걸음 잘못 내디디면 모두가 서로를 의심의 눈길로 쳐다봐야 할지 모른다한걸음 잘못 물러서면 강영식 같은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어떤 범죄를 저지르게 될지 상상할 수도 없다그렇기에 하태식 팀장 같은 이들의 묵직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않나 싶다무모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묵직함이.

범죄 없는 세상은 그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꿈의 세상인 걸까그럴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런 세상이 꼭 오기를 바란다우리 아이가 세상에서만큼은 정말 그러기를 바란다그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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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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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유쾌하다유쾌하면서 폐부를 꼭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다이번 작품 <코로나와 잠수복>도 그렇다. 5편의 짧은 단편들이 지닌 엉뚱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들에는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무언가 우리의 가슴을 저리는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에 5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이야기는 코로나와 잠수복이었다책 제목이기도 하고 코로나와 잠수복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도 궁금했고여전히 끝나지 않는 현실에서의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다.

다섯 살 된 아들 우미히코에게 코로나에 걸린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아빠 야스히코는 아들을 통해 자신도 코로나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아내에게 방호복을 사오라고 말했지만 방호복도 우비도 구할 수 없었던 아내는 결국 중고용품 가게에서 잠수복을 사온다.

코로나 때문에 잠수복을 샀다고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에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잠수복을 입은 채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그것도 집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잠수복을 입고 밖에 나가서 아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괜시리 짠하다.

코로나와 잠수복’ 이야기도 짠했지만 회사에서 강제로 밀려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파이트 클럽’ 역시 짠하다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청년들은 청년들만의 아픔이 있듯이 중년의 아저씨들에게는 그들만의 아픔이 있다밀어내고 또 밀어내도 결코 밀릴 수 없는 그들만의 아픔이.

짧은 이야기들에 담겨있는 유쾌함과 따스한 삶의 온기가 코로나로 지치고힘들어진 경제생활로 가정이 무너져 버린 듯한 이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살포시 더해준다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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