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이쓰키 유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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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노아의 홍수’이다. 홍수로 인간을 벌한 하나님이 약속하신 희망의 증거가 무지개이다. 이런 이미지가 강해서였는지 책 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희망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면서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의 이미지는 역으로 불행, 고난, 역경 등이었다.

  

 

프롤로그에서 드러난 일련의 사건이 이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천재적인 게임 개발자 하루. 그녀는 자신이 만든 게임 <리빙데드·시부야)와 드론을 이용해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처음부터 희망과는 다른 모습이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결국 무지개를 만나지 못했던 걸까?

 

하루의 죽음은 뒤로 하고 소설은 이제 가상의 미래(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지만)세계로 들어간다. 인공지능 연애 앱 ‘프리쿠토’를 만든 개발자 구도 겐은 겉보기와는 달리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채 살아가는 냉소적인 인물이다. 그 어떤 것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겐은 고인이 된 하루를 인공지능으로 되살리자는 안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후 하루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하는 그에게 하루에 대해 더 이상 깊이 파헤치지 말라는 낯선 이의 협박이 날아든다. 이미 하루의 삶에 깊이 빠져든 겐은 모든 것을 무시한 채 그녀의 삶에 더 깊이 빠져드는데..

 

프리쿠토가 야기한 다양한 문제들,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 등을 통해 작가는 미래의 세계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한편 하루의 과거를 통해 과연 그녀가 기다리던 무지개가 무엇인지를 하나씩 밝혀나간다.

 

하루가 기다렸던 무지개는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역자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하루의 무지개는 결국 사랑과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만의 폐쇄된 물리적, 심리적 공간에서 지내던 하루에게 아메는 분명 어둠을 걷어내고 밝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무지개였다. 아쉬운 건 무지개를 알아차리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걸 말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그런 시간의 어긋남이 결국은 죽음이라는 결말을 가져왔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작가가 불행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전히 무지개라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하루의 모습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겐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그에 대한 반증이다.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형식적으로 대하기만 하던 그가 사랑에 녹아들어가는 과정은 여전히 모두에게 무지개가 있음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세상은 앞으로도 엄청난 속도로 변해갈 것이다. 그 속에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은 결코 따라하지 못할 그런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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