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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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아주 유쾌하고 즐겁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도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읽기 시작했다. 남극이라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쩌면 영원히 가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그곳을 상상하면서.

 

소설의 첫머리부터 남극으로 출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태어나자마자 시력을 잃어버렸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강인한 의지로 노력하여 경제학 박사가 된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박사와 무광대학교에 다니는 ‘나’와의 만나 남극을 향해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앞부분은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 장면들에서 작가의 필력이 아주 잘 드러난다. 그러니 남극으로 떠나는 과정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소설 읽는 재미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앞부분에서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은 부분은 아무래도 어니스트 헨리 새클턴 경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절망하고 또 절망할 것 같은 상황에서 결코 무너지지 않은 그의 모습은 모두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길 수 있다면 싸울 필요도 없지만 이길 수 없다면 싸워야 하는 거야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이길 수 있는 데, 누구나 다 아는 데 굳이 싸운다는 건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다. 반면 이길 수 없는 데, 누구나 다 그 사실을 아는 데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인간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

 

우여곡절 끝에 남극을 탐험하고 돌아온 ‘나’. 이제 남극을 향해 탐험의 길을 떠나기 전의 나와 탐험에서 돌아온 ‘나’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많은 고통과 희생이 뒤따랐지만 그 가운데 희망을 품고 나갔기에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실제 탐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경험을 쌓고 나를 세워가겠지만 나를 세우고 갈고 닦는 가장 큰 시기는 바로 그 도전을 시작하려고 마음 그 순간부터라는 걸. 그런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탐험을 떠나기 전의 분량을 탐험 분량보다 더 많은 할애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작과 비슷하기에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하지만 그게 또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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