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기술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 지음, 김영선 옮김 / 심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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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얼굴이랑 이름이 모두 기억이 났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름도 얼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얼굴이나 체형이야 나이가 들면서 바뀌었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름을 들어도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던 그 순간,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데 친구는 또 어찌나 기억을 잘하는지.

 

기억이란 참 묘하다. 누구한테는 그 옛날 일도 어제 일 같고, 누구에게는 10분 전 일도 몇 십 년 전 일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람들이 무언가를 잊어버리거나 혹은 계속해서 기억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망각의 기술>은 학습과 기억을 연구한 신경생물학자인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가 저술한 책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기억과 망각의 메커니즘을 역사적 개념과 문학적 견해, 과학 실험 결과 등을 토대로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 방식에는 네 가지가 있다. 습관화, 소거, 차별화(변별), 억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방식들은 기억을 지우는 대신 기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들이다.

 

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망각하도록 학습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를 토대로 현재, 미래를 계획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는 절대 우리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상당하다. 내가 보냈던 수많은 나날들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 가운데는 소소했지만 결코 잊고 싶지 않았던 추억들도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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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 관심있는 주제가 바로 기억의 조작이에요....소거는 의식적인 차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