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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이 소설, 대체 뭐지? 이런 기분은 또 뭐고?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았다. ‘네거티브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출현이라는데 정말 새롭다. 무언가 끔찍하고 징그럽고 소름끼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은 마미와 나미라는 두 자매의 시선으로 사건의 전말을 설명한다. 먼저 마미라는 언니의 시각에서 그녀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생각들을 들려준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마미의 모습에 사실적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정의 성과 건강의학전집>이라는 책을 통해 마미에게 일어나는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객관적으로 묘사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얼마나 사실적이었는지 책을 읽다말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볼 정도였다.
기괴한 느낌을 버릴 수 없는 상태에서 이제 화자는 동생 나미로 바뀐다. 화자가 바뀌면서 점점 더 기묘해진다. 이게 뭐지, 점점 분위기가 묘해진다. 마미의 실종은 동생과 관련이 있는 걸까?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나미가 저지른 일일까?
그런데 마지막 순간 저자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묘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히야,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보니 저자가 모충도 불분명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특이한 습성을 지닌 고충이란 기생충에 대해서 알 게 된 후, 6년간 공부하여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6년이란 긴 시간에 걸쳐 공부하였기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가 있구나. 저자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분간 이 책이 준 여운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