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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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물론 누군가나 너무 미워서 정말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었지만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서는 일이라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도 못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사회파 작가로 분류되기도 하는 그의 작품 <살인의 문>은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살의를 품게 되는 과정과 살인이라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인간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또한 작가는 살인혹은 살의로 표현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아픔들을 함께 그리고 있다.

 

다지마 가즈유키와 구라모치 오사무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라고 부르기에도 뭐한 두 사람은 악연으로 이어진 삶을 산다유복한 치과 의사 아들인 다지마는 가난한 두부 가게 아들인 구라모치에게 어렸을 때부터 이용만 당한다구라모치를 향한 증오와 분노가 때로는 살인까지 생각하게 하지만 막상 그를 만나면 그를 향한 다지마의 살의는 어느 순간 흐지부지 사라지고 만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구라모치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게 당하고도 구라모치의 꼬임에 넘어가는 다지마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우유부단하다고 해야 할지아무 생각이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야 할지구라모치를 향한 살의를 드러내는 다지마를 생각하면 그냥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도 그렇고.

 

두 사람의 악연으로 살인의 과정과 심리를 묘사한 것도 압권이지만 구라모치의 꼬드김에 넘어간 다지마가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 장면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강력하게 다가오는데특히 노인들을 대상으로 ’ 예탁 증서를 파는 장면은 영화 약장수를 떠올리게 하면서 이 모든 일들이 결코 가상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주는 매력은 우리의 현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다.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어쩌면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넘어갈 현실의 문제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게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갈림길에 선 인간의 심리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두 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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