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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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단편 소설을 모아 놓은 책이다. 매년 이효석 문학상을 시상하는데, 2023년 영광은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으로 갔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것은 학생일 때 읽은 '일그러진 영웅' 제목의 단편 소설이 포함되어 있는 책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단편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 읽어보니 나에게 안 맞는 거 같다. 분량의 제약이 있기 때문인지 내용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 함축적이라고 할까? 나의 이해력, 독서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암튼, 별로 감회가 없다.

학교폭력, 동성애, 부당한 해고 등 사회 문제를 주제로 삼은 단편 소설들을 읽었지만, 색다른 접근과 전개가 새롭기는 했지만, 결말이 모호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여러 가닥으로 꼬아서 독자가 숙고할 수 있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그저 나의 수준이 못 미쳤을지도 모르겠다.

2023.10.28 Ex. Libris HJK. 


소란하다. 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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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이윤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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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책을 읽는 것과 다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글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책을 많이 읽으면 글 쓰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글을 쓰는 행위, 그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기는 나만 읽는 글이다. 일기를 쓰면서 남에게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기는 자신만의 내면을 그대로 투영해서 남긴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쓸 필요가 있나? 어차피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일기를 잘 쓸 수 없어서 일기를 못 쓰는 것이 아니다. 잘 쓰는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일기를 쓰는 행위, 그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 어렸을 때 방학 때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지금 나이 들어도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


책을 읽고, 소감을 남기는 과정은 어느 정도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귀찮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이 마음에 든다면 더욱 소감을 남기고 싶다. 책을 통해서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이야기는 굳이 글로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내가 살아온 과정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여곡절이 있는데, 남이 쓴 책은 읽고, 쓰면서 왜 나에 대한 글은 못 쓰는 것일까? 항상 의문을 가져왔다. 대체 왜 글을 쓰는 걸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글쓰기에 대한 적지 않은 책도 읽었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전반부에 나오는 좋은 글들이 내가 가져왔던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책이다. 비록 후반부로 갈수록 전반부의 인상이 이어지지 못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책의 일부분이라도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이라도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품고 있던 화두인 왜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베스트셀러가 나의 베스트셀러가 아닌 것처럼 내 의문의 답도 누군가에게 답이 아닐 수 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이를테면 밥벌이의 현장에서 부당한 시스템에 부딪혔을 때, 그리고 그것에 이의를 제기할 능력이 없을 때, 그래서 그 무능이 모멸로 돌아왔을 때, 나는 '이따 집에 가서 글을 쓰면 돼'라고 생각했다. 이미 세계에 공고하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운 권위들이 내게 순종을 요구할 때, 그를 따르지 않으면 내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더 많아질 때, 넙죽 고통을 받아 들지 못하는 비겁함이 또 다시 모멸로 돌아왔을 때도 '이따 집에 가서 글을 쓰면 돼'라고 생각했다. 글을 쓴다고 실제로 달라지는 건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을 언어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한하게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것이 구체적인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도 '쓸 수 있다'라는 사실 자체는 내게 구체적인 힘을 되었다. 내 힘을 내가 안다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이따 집에 가서 글을 쓰면 되니까. <P.33>


더 나은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 더 정확한 글을 쓴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글쓰기는 나를 둘러싼 거대한 미지를 구획하여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 내가 처한 상황과 거기서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마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단어는 언제나 모자랄 수밖에 없다.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같아 보일 수 있는 '그 상황'과 '이 상황'이 왜 다른지 알고, 어떻게 다른지 표현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짜증의 덩어리일 뿐인 감정이 귀퉁이마다 얼마나 다양한 맥락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P.38>


모든 인간이 한평생을 지지고 볶아도 결국 제 인생 하나 살다 간다는 사실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니면 안 될 일들이 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도 맞지만 태양 아래 '나'는 나 하나라는 것도 맞다. 모든 글은 쓴 사람의 몸(마음)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태양빛이다.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 때 내가 저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은 그래서 전부 진심이다. 많이 팔릴 책, 세상에 균열을 낼 책, 비평적 찬사를 받을 책의 저자는 따로 있을지 몰라도, '단 한 사람'을 통과한 원고는 언제나 내 앞에 있다. <P.112>


저자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명언이라고 소개한 한 문장이 있다. 대단하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먼저 기죽지 말고,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노력은 필요하다. 겸손하게 물러서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에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그냥 대단하지 않은 내가 이 정도까지 했으면 잘했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생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이 아닐까?

- 겸손해지려 하지 마. 넌 그만큼 대단하지 않아.


2023.10.21 Ex. Libris. HJK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는 제목은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가제로 붙여둔 것이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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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타락시아 2023-10-30 21:03   좋아요 0 | URL
앞으로 마음에 두고 싶은 말입니다. ㅎㅎ
 
위험한 일본책 -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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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의 험한 코너나 가보고 이런 책을 쓰기를 바란다. 이 책을 반일 이면 무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욕할 거라고 가정하는 정신 승리부터 놀라울 뿐이다. 무료로 이스라엘 주재 일본인을 탈출시켜 주고,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교과서가 없는 한국에게 할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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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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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읽은 '셰임 머신'과 비슷한 주제이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서로 다른 책인 도파민네이션을 읽었다. 동일한 주제이지만 접근 방식이 다른 책들을 동시에 읽는 경험을 했는데, 생각이 좀 더 깊어진 거 같다. 물론, 깊어졌다고 해도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의 판단일 뿐이다.


이 책은 중독에 포커스를 하고 있다. 왜 도파민네이션인가? 중독에 빠질수록 도파민이 나오고, 이로 인해 쾌락에 빠지는 악순환을 경고하기 위함이다.


저자는 저울의 양쪽 끝에 쾌락과 고통을 위치시키고 설명을 한다. 쾌락을 추구하면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정 하계점을 넘으면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고통을 줄수록 쾌락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임계점을 넘으면 위험하다. 즉, 쾌락과 고통을 서로 조율하면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중독에 빠졌다가 극복한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설명한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못하는 중독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자기가 중독되었다는 것을 판단하지 못할까? 아니 판단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
소셜 네트워크 중독, 홈쇼핑 중독, 유튜브 중독, 인터넷 중독 등 예전에 없는 중독들이 많아졌다. 어쩌면 알코올 중독, 성 중독, 마약 중독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빈도수 측면에서 더 높으면서 우리가 중독이라고 자각하기 힘든 이러한 중독들이 일반인인 자신들에게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고 쓴 소감문이 생각났다. 정보 접근의 편의성을 앞세워서 점차 우리의 사고 능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인식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 책은 세 번째로 읽은 전자책이다. 주로 출근 시 지하철에서 읽었다. '셰임 머신'은 종이책으로 주로 자기 전에 침대에서 읽었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접근하지만, 해결 방식이 다소 다른 두 권의 책을 동일 시점에 읽은 것은 처음이다. 꽤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자주 시도해 볼 생각이다.


2023.10.15 Ex. Libris. HJK
 


이 책은 쾌락을 다룬다. 동시에 고통도 다룬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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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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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로자의 저공비행'이라는 알라딘 서재를 운영 중인데, 이 서재는 매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다. 서재 지수가 무려 1,700,000 점이 넘는다. 주로 러시아 문학 관련 이야기가 많지만, 다양한 분야의 소감문이 있고,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하는 바에 공감을 많이 느껴서 그의 서재를 좋아한다.


이 책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다. 저자가 읽고, 여러 매체에 기고한 서평을 묶여서 만든 책이다.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읽거나 가지고 있는 책은 소수이다. 정치, 경재, 사회, 문화 등에 대해서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의 넓은 관심사와 식견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 독서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다. 하나의 분야에 대해 입문서, 전문서, 서로 상반된 견해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첫 번째로 선택한 주제는 책에 관한 것이다.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결과는 독서력 부재에 연결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독서력이 높다고 정의할 수 없다. 독서력은 책을 읽는 정도에 따라 결정되고, 시간이 걸린다. 꾸준한 독서가 습관으로 형성되어야 독서력이 높아질 수 있다. 여행을 떠나 직접 그 장소에 가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 그 장소에 얽힌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여정이 여행에 뒤처진다고 볼 수 없다. 독서력을 키워 평상시에 책과 함께 하고, 직접 여행을 하면서도 책과 함께 한다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자. 양도세를 높이는 법안에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도 반대를 했다는 기사를 기억하니 자기를 식별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치 참여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이 지하철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인 무료 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그에게 투표하는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통합이 긴급한 정치의 화두로 제기될 만큼 분리의 장벽이 높다. 통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흔히 하는 말로 먹고사는 문제가 이념보다 중요하다면 선거를 다시금 문화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의 장으로 돌림으로써 가능하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선동대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는 KFC를 지지하는 병아리와 다름없다"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계급 투표를 하는 것이다. 자기가 누구인지 식별하고 이익을 계산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국민 통합도 불가능하지 않다.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 통합이 아니라 부자는 부자 정당에, 가난한 사람은 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통합이다.  <P.379>


저자는 일부 책에 대해서 원서와 비교하여 번역이 잘못된 것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어떤 번역서는 상반된 의미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이는 독자가 심각한 생각의 오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번역가의 양심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많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제목 선정을 책 제목으로 하지 않았다. 책을 온전히 읽고, 이해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생각한 후에 서평 제목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서평 제목만 선정하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책을 읽고, 바로 서평을 쓴다고 해도 전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다시 책 내용을 숙고하고, 읽는 동안에도 흐름을 파악하면서 중간에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책을 빨리 읽고, 매월 캘린더에 읽은 책 한 권을 더 추가하고 싶은 마음도 정리할 여유를 뺏고 빨리 다음 책으로 넘어가게 이끈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구분하는데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고,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과감하게 읽지 않을 책을 버리는 선택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모든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책 중에서 내가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을 발견할 때 뿌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력을 높이는 실천도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정리하고, 느낀 점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오늘도 꾸준하게 책과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2023.10.15 Ex. Libris. HJK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책이 필요한가.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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