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 도서관을 갑니다. 주차장이 협소해서 주차를 하기 위해서 오전 9시까지 가야 합니다. 차로 10분도 안 걸립니다. 

오늘은 늦잠을 잤습니다. 일어나 보니 10시. 아마 도서관에는 이미 차가 꽉 차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토요일 오전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했기 때문에 항상 토요일에는 책을 반납해야 합니다. 도서관을 자주 가는 방법 중의 하나는 책을 계속 대여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반납할 수 없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매주 1권 이상은 꼭 대여를 합니다.


도서관과 집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직선으로 그어보면, 가깝습니다. 차로 갔을 때 2.5Km입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개천을 따라가면 도서관 후문으로 이어지는 거 같았습니다.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 도착하고, 스톱워치 확인해보니 40분 정도 걸리더군요. 그런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에 편도 35분이면 가능할 거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차 타고 가지 않고, 걸어서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개천을 따라 도서관에 가서 커피와 함께 책을 읽고, 몇 권의 책을 반납하고, 한 권의 책을 대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개천 옆에 박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버려진 종이 박스 같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길고양이 겨울 집이었습니다. 도서관에 갈 때는 못 봤는데, 돌아올 때 보았습니다.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는 여유를 가져야 하겠네요. 



상자를 공기 완충제로 꼼꼼히 싸 놓았습니다. 앞에 이불도 놓았더군요. 따뜻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안타까움도 느꼈습니다. 그냥 길고양이 겨울 집이라고만 쓰여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파손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쓰여있었습니다. 이 박스를 설치한 분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이런 선의를 무시하고, 박스를 걷어차거나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저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죠.


요즘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을 키웁니다. 영어로 companion animal 입니다. 친구 같은 동물이라는 뜻이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흔히 반려동물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좀 더 보편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많은 동물이나 곤충도 반려동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 삶을 살고 있는 동물이나 곤충 말이죠. 

인간이 지구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인간도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종 중의 하나일뿐입니다. 거창하게 동물 보호 캠페인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소중하듯이 우리 주변의 들고양이나 유기견도 잘 대해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최소한 선의의 마음으로 길고양이 겨울 집을 만든 분이 경고 문구 같은 것은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19.2.9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