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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정세진 지음 / 개미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책 소개를 읽고 궁금해졌다.
도시의 삶 반, 제주도에서의 삶 반이 주는 일상이.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 정세진 / 개미북스]
저자의 딸아이가 초등학생 1학년에서 5학년이 될 때까지 매해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제주로 내려가 보낸 시간을 글로 써낸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감동이나 도움을 주는 글은 아닐지라도 여름방학이라는 단어는 설레는 단어이니깐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여름방학의 마음을 느끼길 바라며 썼단다.
1장은 여름을 제주에서 보내게 된 과정이 담겨있고, 2장은 바다 생활에 대한 꿀팁으로 가득하다. 3장은 제주에서 먹은 여름 밥상이 담겼고, 4장은 제주의 자연(특히, 숲)을 담아줬다. 5장은 제주에서 연이 닿은 이웃들 이야기이다. 마지막 6장은 앞장에서 담지 못한 무구한 구좌읍 생활의 조각들로 차있다.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고 있는 곳은 저자가 마련한 세컨드하우스다. 방학 때마다 잠깐 빌리는 게 아님. 제주도에 집 지을 땅을 구하기 위해 부부 합쳐 비행기 표 티켓팅을 60번인가 했다는 문장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해서 정한 곳은 구좌.
여름에는 속옷 대신 수영복을 입고 다니고, 어디 해변에서 놀지 모르니 2리터 물병에 물을 채워 다닌다. 한낮의 바다는 너무 뜨겁고 오후 4시가 바다에서 놀기 적격? 제격이라고 한다. 바다놀이를 갈 땐 무조건 가벼운 걸 챙겨야 한다는 꿀팁도 추가. 가령 목재 테이블이 아닌 양은 상. 돗자리는 모래가 탈탈 잘 털리는 게 개꿀이고 바다에서 잡은 조개는 바닷물을 그대로 담아와서 그대로 두면 자연 해감 된다고 함.
여름의 돈내코 계곡이 궁금해지고, 비 오는 날의 비자림이 궁금해진다. 비자 열매 향이 궁금하다.
살짝 육아서 보는 기분도 들었다. 내가 아이를 키우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이와 주고받은 대화,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밌게 읽었고 만족스러웠던 만큼 저자의 전작이 읽고 싶어졌다.
★ 시간이 좀 지나고 깨달은 것이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감수하는 것 없이, 난 내가 즐거운 것을 하고 남편은 남편이 즐거운 것을 할 때 모두가 오래 즐거울 수 있다. (17)
★ 한 가지에 심하게 몰입한 사람은 미친 사람 비슷하니까. (20)
★ 부동산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주머니에 가진 돈이 많은 것을 결정해 준다. 내가 결정할 것은 주머니 사정이 결정해 준 매물을 살 거냐, 말 거냐 하는 것뿐. (21)
★ 그러고 보면 '문득' 답을 얻었다는 것은 '줄곧' 생각해왔다는 반증 일 것이다. (35)
★ 역시 소독은 그 뭐냐. 일광소독이 최고다. (61)
★ 으이그! 가슴을 치게 되더라도 장점이 너무 강력해서 도저히 절교를 할 수 없는 친구처럼. 그 모든 지랄을 받아들이고 만다. (131)
★ 여름은 모든 생명의 전성기 같아서 풀은 물론이고 벌레도 기승이다. (146)
★ 아무리 잔잔하고 온화한 사람이어도 마음속에 태풍의 씨앗 하나쯤 품고 있어야 이 모진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159)
★ 삶은 진공상태도, 멸균실도 아니어서 부모가 아무리 울타리가 되어주려 해도 살면서 좀 앓게 될 것이다. (173)
★ 동네 아이들에게도 혀짤배기 소리를 하지 않고 한 명의 어른을 대하듯 대화를 한다. 옆에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걸 들으면 언제나 아이를 아이로 낮춰 보지 않고 동등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든다. (191)
★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 시절 아주 가깝게 지내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변함없어도 각자 사는 데 바빠지면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205)
★ "저 좀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하면서 손들고 자진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니, 세상에 아름다운 부분을 소개하는 것도 일정 부분은 내 몫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충분한 체력과 체격을 키워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내가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에 세운 양육 목표다. (249)
★ 영어, 수학은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실패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체력에 투자해서 실패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249)
★ 국어와 영어와 수학 공부에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것, 몸을 단련하는 것, 어떤 순간에 자신이 즐거운지 아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