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뱃멀미를 겪으면서 어른이 되더라
엄 영 훈
제주 가는 밤배였다
뱃전을 치는 밤바다는 물귀신의 옷자락으로 펄럭였다
처녀 귀신은 총각만 부른다는데
열일곱 소년은 마지막 목숨줄인 양 난간을 움켜쥔 채 떨고 있었다
흰 옷자락을 펄럭이며 겨울 바다가 유혹하고 있었다
엄마 뱃속 같을 아늑한 잠
장막 뒤의 아득한 열락으로
일렁이는 노래로 재촉하고 있었다
난간을 잡은 빨간 손이 곧 부서져 쏟아질 유리창처럼 떨 때
울컥 올라왔다
몸이 울컥울컥 토하고 있었다
맛나던 목포의 저녁이 시큼한 콧구멍으로 올라왔다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샛노란 위액 한 방울까지 다 쥐어짜도 질책은 멈추지를 않았다
제 육신에 담긴 소년을 척추를 접으며 토사물 위에 무릎 꿇렸다
뒤채는 바다와 흔들리는 여객선과 더 사나운 악몽에서
몸이 먼저 깨어나 샛노란 경고장을 날렸다
인생이란 항해는 본디 흔들리는 것이고
사납게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시선만은 멀리
저 멀리 수평선의 소실점을 바라보라고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봐야겠다*
기착지의 등대가 깜박이고 있다
고향 집도 식구가 돌아올 때까지 밤을 새워 졸고 있을 게다
미몽(迷夢)의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고 있었다
갓 벼려낸 호미의 색깔로
이빨 맞부딪치는 몸의 소리로
*남진우 <로트레아몽백작이 방황과 좌절에 대한 일곱 개의 노트 혹은 절망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