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학야구 유망주였다 프로구단 입단을 앞 둔 해에 부상으로 꿈을 접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막상 없었다 소도시 하루 사납금 채우기 급급한 택시기사가 되었다 화려한 야간조명의 프로구장에 한 번 서보지 못했지만 야구를 잊지 못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한 시가 되면 어김없이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영업택시 세워 둔 채 야구를 한다 테니스공으로 야구하는 리틀야구단 무료코치다 그가 입은 야구복은 누렇게 흙물이 빠지지 않았다 대학배번이 들어간 야구복을 입으면 전성기 그 때처럼 활기가 넘친다 오후 여름 햇빛과 맨땅 구장 흙먼지는 구단 스카우터 앞에서 실전 연습하던 것처럼 흙땀 범벅으로 만든다 연습이 끝나면 어린 선수들 둥근 원 만들게 하고 라인에 같이 서서 훈련을 평가한다 허리에 닿을 정도의 꼬마 선수들 사이에서 그는 우람한 거인이 되어있다 진지하기는 꼭 승부에 목숨 줄 달린 프로구단 감독 같다 손뼉 치며 파이팅을 외치고 모자를 벗고 빈 중심을 향해 90도로 허리 굽히며 목청껏 격려한다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복창이 끝나고야 아이들은 기다리는 부모에게 달려간다 먼저 사람이 되야죠 뿌리를 키우는 일이에요 야구에 인생을 걸었던 퇴물선수의 제 유니폼 같은 개똥철학이다

 

오늘도 구장은 만석이다 10억 연봉 선수가 돈값을 하느라 만루 홈런을 쳤다 관중이 발을 구르며 환호하고 영웅의 주제가가 울려 퍼진다 살아 있는 전설은 천천히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며 전율을 만끽한다

 

치악산 녹음이 우거졌다 아름답게 푸르러진 영광의 힘은 흙 속에 갇힌 무수한 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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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 2017-12-1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