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55.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아주 많은 일들이 기억나는데 정작 기억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때의 내가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무언가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냈기에 뭐가 그리 힘들고 혼란스러웠는지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어쩌면 주인공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뭘 해도 되지가 않고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으며 그저 여동생이 탄 채 돌아가는 회전목마만이 위로가 되는 시절이 아니었을까.

인생은 호밀밭의 파수꾼 정도로 살면 충분하다는 교훈을 새삼 얻는다. 어느 누구의 말을 들어도 그 말이 가식처럼 느껴지고 행운을 빈다는 말이 그저 우스꽝스럽고 불쾌하게 느껴질 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살고싶다는 말은 비교적 담백하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 과장되거나 극적인 느낌이 없어 좋다. 그렇다고 그런 파수꾼의 삶이 이루기 쉬운 것은 아니다. 어쨌든 호밀밭에 서서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역할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비정상적인 아이는 무슨 일들을 해나갈까가 궁금했다. 아이는 화를 내고 쓸쓸해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울고 결국 행복해진다. 여동생이 회전목마를 타는 모습을 비를 맞으며 바라보면서. 그리고 다시 바보같은 사람들을 바보같다고 느끼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그들을 추억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를 추억하며 살고 있는가. 우리에게 회전목마를 타는 여동생의 모습은 어떤 모습과 같은가.
샐린저가 어떤 의도로 책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책을 덮고 나는 계속해서 물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내게 행복이란 것은 대체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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