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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먹고 헬스하고 영화 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
멘탈 닥터 시도 지음, 이수은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3월
평점 :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기술의 발달로 생활은 예전보다 늘 시간에 쫓기며 워낙 숨가쁘게 살아가다보니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식욕 불안감과 우울증을 넘어 자살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고,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에는 그 사건에 대한 공포감으로 외상후 스트레스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게임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면서 해소한다. 이 책은 제목 <케이크 먹고 헬스하고 영화 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처럼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저자 나름의 팁을 제시하는 터라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다.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에서 구독자가 10만명이 넘는 유튜버이기도 한데, 그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정신과 질환이다.
이 책 외에도 <멘탈 닥터 시도가 알려주는 인간관계와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리셋하는 법>,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지친 마음을 단번에 회복하는 방법 - 초조함, 격정, 짜증이 급세 사라진다> 등 정신 관련 책을 다수 저술하였다.
저자는 어느 환경에서도 신체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일정한 체온이나 맥박, 혈압 등을 유지하는데, 갑작스레 기존과 주변 환경 등이 달라지면 이에 대한 불편함, 익숙하지 못함으로 인해 두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끼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것도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낯선 곳으로 떠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를 극도로 싫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다.
저자가 책 속에서도 강조하고 있는지만, 결국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풀려고 하면 그 원인에 잘 대처해야 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스트레스 코핑 (stress coping)’이라고 한다.
물론 적당한 스트레스가 일상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감이 아닌, 즉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없는 스트레스라면 오히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마음에도 적지 않은 상처와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1) 가능한 쌓아두지 말고, (2) 적절하게 해소하라 고 조언한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스트레스를 받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 간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결국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에서 와닿았던 내용은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기 위해서는 완벽을 추구하지 말라는 부분이었다. 돌이켜보면 늘 실수할까봐, 무언가 빠드렸을까봐 불안해하면서 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아왔다. 어릴 적에는 워낙 촐랑거리고 다녔던 터라, 성인이 되고 나서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긴장감, 즉 스트레스를 주면서 살았던 거 같다.
최근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있었다. 물론 아직도 그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름 조언과 용기를 얻었던 거 같다.
너무 힘들고 짜증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척했지만 워낙 포커페이스를 하지 못하는터라 얼굴에서 티가 팍팍 났던거 같다.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술도 마시고 신나게 기분을 풀어보려고 했찌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저자는 “차라리 실컷 울어버려라’라고 조언하는데, 나름 과학적 근거도 있다. 눈물을 흘리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고 한다.
어쩌면 짜증나고 답답할 때 눈물을 흘리는 여성들이 현명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남자라고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화가 나면 어떤 사람은 주변에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폭언을 일삼는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만만해(?) 보이는지 나한테 폭언과 언성을 높이면서 화를 푸는 가까운 지인이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냥 듣고만 있었다.
물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내가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한건가?’라는 의구심까지도 들었다. 다행히 나는 뭐든지 쉽게 잊어버리는(?) 성향이라, 그 순간에는 엄청 기분이 나빠지만 지금은 괜찮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지인과 멀어진 거리가 좁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의 뇌는 참 간사하다. 원래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잘 기억한다고 하지 않는가? 왜 그럴까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 네X버와 유X브를 열심히 검색해 보았더니, 인간은 구석기 시대부터 공룡이나 야수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더 잘 기억하도록 뇌가 진화하였다고 한다. 좋은 일만 기억해도 머리 속 저장용량이 부족할텐데 참 뇌구조가 안타깝다!
나는 타인을 잘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남을 많이들 의식한다. 저자의 말대로 ‘놀랍지만 저럴 수도 있지’, ‘나름의 이유가 있을꺼야’라는 부처(?)의 마음을 갖기에는 우리는 너무나도 소박하고 속 좁은 중생이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막말을 서슴치 않는 빌런을 만날 때가 있다. 당연히 그런 빌런을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가려고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런 말 하지 마세요”라고 정색하며 말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그런다고 모든 빌런이 막말을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때는 그 빌런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지를 염두해두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받고 기분이 나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신다. 그것도 코알라(?)가 될 때까지 마시곤 한다. (나만 그런가?) 여태까지 그렇게 하는게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면 술은 언제 마시나?? 저자는 “기분이 좋을 때 술을 마셔라”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을 마시면 숙취를 일으키거나 신체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알코올 중독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간혹 여성분들 중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쇼핑(지름신이 강림한다고 하죠?)을 하면서 푸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저자는 쇼핑할 때 설레는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감정일 뿐, 나중에 날라오는 카드명세서를 보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저자는 지름신을 모시지 말고 나에게 작은 선물, 예컨대 내가 좋아하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주라고 한다. (카드명세서 걱정할 일은 없겠다!)
일본 기준이기는 하지만, 최근 15년간 정신질환 환자의 수가 2배나 늘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통계가 남의 나라(일본) 얘기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고,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제목과 같이 맛있는 케익을 먹고 헬스(운동)를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는데 실제로는 풀리지 않은 저자의 경험담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해주는 하라고 말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미국의 심장 전문 의사 로버트 엘리엇(Robert S. Eliet)의 저서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서 나온 명언(?)처럼, 어쩌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을 즐기는 것만큼 더 좋은 처방도 없는 것 같다.
케이크를 먹으면 오히려 칼로리를 과다 섭취했다는 죄책감만 들고, 헬스를 하면 안하던 운동을 해서 피로만 누적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결말이 허무하거나 황당해서 오히려 더 허탈한 저자가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잘 풀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