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을 기다리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4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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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만인들 없이 우리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사람들이 모종의 해결책이었는데." 

-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전집 中



작가 존 맥스웰 쿳시는 카바피스의 시 <야만을 기다리며>에서 소설의 제목뿐만 아니라 주요 모티브까지 차용했다. 소설의 화자인 ''는 어느 이름 모를 제국의 변경 도시를 통치하는 치안판사다. 평화롭던 이곳에 어느 날 수도의 제3국에서 파견된 졸 대령이 시찰을 나오게 되고, 이들은 국경 너머의 야만인들에 대한 대중의 공포심리를 조장한다. 공포를 이용한 선동에 현혹된 대중들은 야만인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제국에 변고가 생길 때마다 그 배후에 야만인이 있다고 여긴다. 졸 대령은 시민들에게 야만인은 실재하는 적이라고 공표하고 그 증거로 그가 포획된 포로들을 내세우지만, 그들은 물고기를 잡거나 물물교환을 통해 근근이 살아가는 힘없는 부족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적대감과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의 눈에 비친 그들은 방화, 약탈, 강간을 일삼는 자신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피에 굶주린 적이다.



"야만인들이에요. 그들이 저쪽 둑의 일부를 터서 들판을 물바다로 만들었답니다. 아무도 그들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요." (163)



제국주의에는 태생적으로 폭력과 억압, 강제성이 내포되어 있다.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일으키는 반복 속에서 제국주의는 확산되었고, 국가의 경계가 바뀔 때마다 주변부의 인간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의 틀 안으로 끌려 들어가거나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제국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경 밖의 타자들을 억압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것이 공포다. 생존과 안전을 겁박 당하는 공포는 가장 강력한 원초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공포의 대상은 국경 밖에 존재하는 타자 (他者) , 야만인들이다. 제국은 진실의 은폐, 거짓 선동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지의 공포의 대상을 확대 재생산해낸다.



"제국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상상이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220)



많은 시민들이 침묵하거나 제국의 방침에 동조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제국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 야만인들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요." (250)라는 어느 여인의 외침이 소시민의 목소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대중들의 침묵과 동조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중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는 시민들은 제국의 배신자로 모함 받기 때문이다. 야만인은 국경 밖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제국의 체제를 위협하는 이들은 국경 안에 있어도 '야만인'으로 규정되고, 이들을 야만인으로 규정한 이들은 자연스레 '문명인'으로 격상된다. 결국 제국에의 동조는 생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삶의 방편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상 속 존재인 야만인들은 거대한 먼지와 자욱한 모래구름을 뚫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국주의의 상징인 졸 대령이 있다. 그는 색안경을 쓰고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야만인들을 바라보고,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그만의 진실을 찾아 제국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치안판사인 ''도 도시의 통치자로서 제국의 유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제국으로 인해 파생되는 부조리에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는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마치 먼지 속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 이물감을 느낀다. ''는 경험을 통해, 한 세대에 한 번씩은 꼭 야만인들에 대한 히스테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19), 문명이 야만인들이 가진 미덕을 타락시키고 그들을 종속적인 존재로 만든다면 문명에 반대하며, 자신은 이러한 입장에서 행정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주장한다. (66) 또한, 그는 역사의 바깥에 살면서 (254), 다양하고 풍요로운 세계가 저 너머에 있다고 스스로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141), 제국과 거리를 두기도 한다.



"지금 이순간 군중으로부터 큰 걸음으로 멀어지는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건, 막 일어나려고 하는 잔혹행위에 내가 오염되지 않아야 하며, 또한 가해자들의 무기력한 증오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 제국의 변방 오지에도 마음속에서는 야만인이 아니었던 자가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하자." (172)



''는 고문 후유증으로 눈이 먼 젊은 야만인 여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녀로부터 얻을 수 있는 희열 때문이 아니라, 그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제국주의의 모순과 부조리의 흔적 즉, 그녀의 몸에 난 상처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건 그녀일까, 아니면 그녀의 몸에 배어 있는 역사의 자취들일까?" (108)



''는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녀에게 문명의 편안함을 제공한다. 또한, 험난하고 열악한 상황, 개인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그녀의 부족에게 데려다 주기까지 한다. 그로 인해 ''는 야만인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생각지도 못한 치욕까지 겪지만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문명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과 상처를 위로하고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진실과 정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그 나름의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편안한 시절에 제국이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거짓말이고, 대령은 거친 바람이 불며 세상이 험악해질 때 제국이 얘기하는 진실이다. 제국의 통치술의 양면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23쪽)



치안판사는 졸 대령 뿐만 아니라 자신도 제국주의를 이루는 한 부분이며, 체제 유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결국 졸 대령은 강압과 폭력을 통해서, 치안판사는 호의와 온정을 통해서 제국주의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에 공조하는 동시에 모순과 부조리도 인식하고 있는 치안판사는 제국과 문명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내포한다. 하지만 우리는 치안판사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인간성 회복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위대한 생명의 기적이야. 그러나 이 기적적인 몸조차도 어떤 타격을 받으면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을 봐라! 사람들이다!" (177)

"당신은 사람들을 그렇게 다룬 다음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가 있지? 그게 가능하오?"207쪽)



인간은 의도의 유무를 떠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서로의 고유한 존재 방식, 상실과 결핍의 기억들은 우리 각자를 섬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삶의 흔적, 아픔을 매개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간에 존재하는 적당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과 온기로 서로를 알아보고 오직 사람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을 공유한다. '사람' 그리고 ''은 결코 이데올로기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동물 농장>에서 특정시대만의 산물이 아닌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근원으로 반복되는 사회구조와 역사에 주목하였고, 이는 <동물농장>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이다. <동물농장>의 풍자 대상은 당시의 전체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을 착취하는 모든 형태의 독재체제에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동물농장>은 반세기 이전의 과거에 일어난, 이미 확정되어버린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우리 삶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야만인을 기다리며>의 작가 존 쿳시는 특정 시대와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제국주의로 인해 생겨나는 폭력과 억압, 부조리가 특정 시대와 장소에 국한된 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일임을 암시한다



또한 소설은 치안 판사인 ''가 소설의 화자가 되어 현재시점으로 자기고백적인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면서 지금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이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과거는 객관적 진실의 영역이 아니고, 기록의 조작과 기억의 통제를 통해 왜곡이 가능하다. 대중의 기억을 조작하여 과거를 지우거나 왜곡한 사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지켜봐 왔다. 작가가 과거가 아닌 현재 시점을 선택한 이유이다



작가의 지적처럼 부조리와 모순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현재 한반도에는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이 공존한다. 남북한의 이념적 군사적 대결이 빚어낸 전쟁과 분단, 그 상처와 두려움은 아직까지도 민족의 의식 밑바닥 깊숙이 망령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북한이라는 현실적 위험 보다 존재 여부도 확실하지 않는 내부에 존재하는 가상의 적이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내부에 이념적 배신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단순한 반공을 넘어 레드 콤플렉스를 만들어냈다. 배신자와 잠재적 협력자로 몰려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의 생존까지 위협 당할 수 있다는 공포는 양심의 자유와 기본적 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들었다. 남한이 반공주의 속에서 군사 쿠데타에 이은 군부독재를 겪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기다려야하는 '야만'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적이 아니라 머리맡에 내리쬐는 햇살의 온기, 맨발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호숫바닥의 감촉, 서로에게 건네는 따스한 미소 같은 것 아닐까?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문명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원초적 자연에서, 또 관계와 소통으로 대표되는 인간 고유의 속성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타락한 존재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을 지키는 것뿐이다. 정의에 대한 기억이 퇴색하지 않도록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문명인으로 남기 위해 타자를 야만인으로 규정해 온 건 아닐까? 타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원칙 (Principle)을 지키며, 진실과 정의, 인간 고유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 타인을 향해 작지만 흔들림 없는 발걸음을 묵묵히 내딛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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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뭐라고 - ‘그깟 공놀이’일 수 없는, 1년 열두 달 즐기는 야구 이야기
김양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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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처음으로 삼성라이온즈 어린이팬클럽에 가입했을때부터? 테니스공으로 반대항 야구를 하다가 어두워지면 헐크 이만수의 홈런을 기다리던 그 시절부터? 아니면, 차바퀴 밑에 깔리도록 글러브를 놓아두는게 글러브를 길들이는 최선의 방법이라 굳게 믿었던 그 시절부터? (이 방법은 책에서 저자가 글러브를 길들이는 아마추어적인 방법으로 언급하고 있다, 57쪽)

 

그 시작은 확실하지 않아도 돌이켜보면 야구는 항상 내 삶과 함께였다. 출범 당시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선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한국프로야구는 내 삶 속에서 ''이었고, '정열'이었으며, '여가'였다. 어린 시절 야구는 내게 우정의 상징이었고, 학창시절에는 안식처이자 탈출구였다. 사회에 나가면서는 때로는 기쁨이었고, 때로는 위안이었다. 마치 "Always B with you (야구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라는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내 삶 속에는 언제나 야구가 있었다.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You can't measure heart with a radar gun.) 

 

메이저리그 통산 4,413이닝과 305승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 톰 글래빈이 남긴 유명한 야구명언이다. 또한 이는 연애시절 같이 야구를 보곤 했던 와이프에게 프로포즈하면서 인용한 문구이기도 하다. 물론 톰 글래빈처럼 야구를 향한 열정에 대한 어필은 아니었고, 앞으로 함께 할 삶에서도 열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다소 닭살성 멘트를 하기 위해 위대한 야구명언을 희생시켰던것 같다. 이렇게 삶속에 야구가 체화된 내가 본 도서 <야구가 뭐라고>를 만나게 된 건 단순한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야구가 뭐라고>의 저자 김양희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야구전문기자다. 저자는 20여 년간 야구를 취재하면서 쌓은 인맥과 내공을 바탕으로 야구라는 재미있는 스포츠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야구안내서인 본 책 <야구가 뭐라고>를 저술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야구의 시즌 준비기간인 1~3월부터 4~7월의 정규시즌, 8~10월의 포스트 시즌, 시즌종료후의 11~12월에 이르기까지 야구의 한 시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1년이라는 사이클 전체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시즌뿐만 아니라 시즌 전후의 이야기까지 다루기 때문에 선수는 물론 감독, 심판, 트레이너, 매니저, 프론트 등 야구의 한 시즌이 존재하기 위해 기여하는 관련된 이해관계들의 다양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것도 여타의 야구안내서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저자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벌어지는 이색훈련과 유명선수들의 이색 건강관리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왼손잡이 포수가 없는 이유와 슬라이더가 왜 위력적인 구종인지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시즌 오프 후 스토브리그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비화와 FA 계약의 내막, 선수들의 비자금과 재테크 등까지 다루고 있다. 심지어 심판의 가방 속까지 들여다본다. 야구를 보면서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했던 프로야구 심판의 가방 속에는 진통제, 파스, 프로폴리스, 손톱깍이 등이 들어 있었다. 놀랐던건 심판실의 꽁꽁 얼린 캔커피의 용도이다. 얼린 캔커피의 용도는 무엇일까?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보고 확인하시길...

 

 

 

 

책은 비단 한국프로야구만이 아닌 메이저리그의 선수, 백넘버, 팀명, 구장에 얽힌 비화 그리고 야구의 룰과 상식, 역사에 대해서도 다룬다.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은 야구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히 삼진과 볼넷, 투수와 타자 사이의 거리 등 현대의 야구규칙이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18.44m라는 투수판과 홈플레이트 사이의 거리는 처음부터 이 거리가 아니었다. 1881년 이전에는 13.71m였고, 1890년에는 15.24m 였으며, 지금 거리는 1893년에 정해졌다. 또한, 볼넷도 처음에는 볼이 9개가 되어야 타격 행위 없이 1루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가 1880 8, 1884 6개였고, 현재와 같이 볼넷이 된 건 1889년부터였다. 심지어 스트라이크 아웃도 1874년에는 스트라이크가 4개가 필요했다. 이른바 삼진이 아닌 사진아웃인 셈이다. 사진아웃이 삼진아웃이 된 건 1888년부터 라고 한다. 이 밖에도 지명타자 제도의 도입, 경기당 선수 교체수의 변화, 타자들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 시기 등 야구를 보면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된 기쁨이 쏠쏠했다.

 

자칭타칭 야구덕후 출신으로 야구 베테랑 기자가 되어 덕업일치까지 이룬 저자는 "야구는 내게 스며들었고, 어느 순간 삶의 일부분이 됐다." (10) 고 고백한다. 누군가에겐 '그깟 공놀이'에 불과한 야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깟 공놀이'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네 사는 모습이 야구와 비슷해서 아닐까? 우리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라는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땀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기반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얼마 되지 않은 기회를 살려야 하는 야구의 모습이 우리 인생의 축소판과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야구팬뿐만 아니라 이제 막 야구에 흥미를 느끼고 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야구는 9회말 투아웃 부터라는 야구 격언처럼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보너스로 책에 등장하는 한국 프로야구 마니아임을 인증 퀴즈를 소개한다. (114쪽)

문제 : 다음은 누구의 별명일까?

우리차 로맥아더 금강불괴 람보르미니 유희왕 눕동 딸기 동미니칸 백쇼 니느님 왕거지 희나리 무한준 박동원 마그넷정

10명 이상 맞혔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저자가 인정하는 프로야구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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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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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란 작가를 알게된 계기는 "구해줘 (2006)" 접하면서였다. "구해줘" 출간 즉시 주목 받기 시작하여 장장 200 동안 아마존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그의 대표작이다로맨스와 미스터리의 절묘한조합으로 스릴과 서스펜스감동까지 느낄  있었던 인상적인 소설이었다이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기욤 뮈소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지난 3년간 겨울에 출간된 "지금  순간 (2015)", "브루클린의 소녀(2016)", "파리의 아파트 (2017)"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

 

 

  

 겨울도 마찬가지로 그의 신간소설 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용뿐만 아니라 소설의 배경까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지금 같은 환절기에 어울리는  소설 "아가씨와  (2018)" 만날  있어 정말 기뻤다.("아가씨와 밤" 1992년의 겨울과 2017년의 봄이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나는 책의 뒷표지에 인용되어 있는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스릴러 소설의 결말을 미리 귀띔해주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AFP 추천평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따라서 리뷰에서는 추후 소설을 접하게  독자들에게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소설을 읽고  후의 소회 위주로 서술하고자 한다.

 

 

 

사건은 1992 겨울프랑스 코트다쥐르의 생텍쥐페리고교에서 발생한다갑자기 몰아닥친 눈사태로 캠퍼스가 마비되던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이 대상이었던 빙카 로크웰이 철학교사 알렉시와 함께 사라졌고연인사이였던 그들이 파리로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25년의 세월이 지난 2017 생텍쥐페리고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이하여 오래된 체육관을 허물고 첨단시설을 갖춘 현대식 다목적 건물의 착공식을 계획하고 행사에 졸업생과 교직원을 초대한다. 1992 졸업 동기인 토마막심파니는 각자 25 동안 숨겨온 진실이 드러날 위기에서 사건의 전모를 아는 누군가의 복수 메시지를 받고  교정에 모이게 된다겉으로는 무심한  지냈지만 그들은 진실을 감추기 위해 무려 25 동안 다모클레스의 검을 머리 위에 매달고 지내왔다.

 

"우리는 인생의 퍼즐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퍼즐 조각을 맞춰 가든 항상 빈자리가 남아있게 마련이다마치 우리가 이름 붙일  없는 어떤 세계가 있듯이."제프리 유제니데스 – (360쪽)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라는 찬사와 함께 등장하여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작가 제프리 유제니데스는 삶이란 퍼즐을 맞춰나가다 보면 누구나 부딪치게 되는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할수도 없는 미지의 세계로 인한 공백과 한계삶의 조각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소설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제프리 유제니데스의  말이  소설 '아가씨와 밤'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핵심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주인공 토마는 소설 속에서 "누구나  개의 삶을 가지고 있다공적인 사적인  그리고 비밀스러운 ."이라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말을 인용한다. (157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고통과 환희모순으로 점철된 인생의 복잡성과 이해하기 어렵고 상반되는 욕망으로 얽혀 있는 삶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넌 소설을 쓰는 작가라서 그런지  허구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세상은 네가 생각하듯 그리 말랑말랑하고 로맨틱한 곳이 아니야삶의 현장은 어디나 전쟁터이고기본적으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어." (183)

 

"너도 이제 독해져라인생은 전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로제 마르탱  가르가 ‘실존은  자체가 전투이다산다는  결국 지속적인 승리의 축적이다.’라고  글을 읽어봤을 거야." (185)

 

"문명이란 불타는 혼돈 위를 살짝 덮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해산다는  어차피 누구에게나 전쟁이라는  잊지마" (292)

 

'삶은 전쟁'이라는 소설  등장인물의 표현처럼 우리의 삶은 소중하지만 때로는 무의미하고 잔인한 것이기도 하다삶은 불확실성의 영역에 놓여 있는 것이고인간을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삶을 완전히 통제한다는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저마다가 내포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노력해온 사건의 당사자들인 토마막심파니 조차 25년의 세월이 지날 때까지도 사건의 전체 내막을 알지 못한다상반되는 욕망들은 각자의 비밀스러운 삶과 나아가 이해할  없는 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내지만때론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희생이라는 옵션을 선택하여 저마다가 가진 가치를 지키기도 한다혼돈 속에서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없는 불완전한 인간들의 진짜 삶의 의미는 여기서 찾을  있지 않을까당신은 지금 어느 곳에서 어떤 삶의 조각을 맞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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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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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전세계약이 만료되어 이사를 했다이사 당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지막 점검을 하고 부동산에 가서 임대차계약 정리를 했다집으로 돌아와 포장되어 옮겨지는 짐들을 바라보고 있는데소파 밑으로 흰색 종이가  떨어졌다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나왔다그것은 오카리나 구조와 운지법에 대한 설명서였다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등장한 설명서를 보고 나는 지난날의 어느 순간을 떠올렸던 것이다. 재작년  생일날  가족이 모였을 어머니는 요즘 구청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며 생일축하노래를 오카리나로 불어주셨다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행성 시력장애를 가지고 계신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아들의 생일에 특별한 축하를 해주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생일날 자리에서는 그냥 넘겼었는데후에 오카리나 연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보았고  기억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장의 종이에 의해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음 속에도 구멍이 뚫린  같았다그것은 그리 크지 않은  혼자  내려갈  있을 정도의 구멍이다들여다보면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깊이도   없다한동안은  구멍 앞에  있기만 해도 슬펐다그것은 추억의 구멍이었다구멍 주위에 침입방지 철책이 있어서 안으로는 도저히 들어가지 못한다하지만 얼마간  있다가 침입방지책을 넘어서 구멍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이런 일도 있었지저런 일도 있었지    내려가면서 그리워하고후회한다그리움과 후회를 반복하며 조금씩 깊이 내려가면 한동안 구멍 속에서 가만히 있을  있게 된다." (155)

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이다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서고동치는 두번째 심장이기 때문이다우리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이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행복한 기억들을 화석화하여 영원과 불멸의 세계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생일날 어머니가 오카리나를 불어주었던 추억은 내게 있어 언제나  햇살의 온기가 가득한 행복했던 한때로 기억될 것이다프랑스의 정신의학자 민코프스키는 '체험되는 시간 (Le temps vécu)'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인간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같은 시공간을 공유할  있지만공존을 위한 노력이 존재할때만이 '체험되는 시간' 만들어갈  있다는 것이다단순히 시공간만을 공유하며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을  사람 사이에 흐르는 시간은 '체험되는 시간' 아닌 '죽은 시간'이다노력하는  사람만이 같은 장소에서 체험되는 시간을 공유할  있다.

민트코프스키의 주장처럼 사랑은 시간을 쌓아나가는 일이다상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을  있는 시간을 그의 곁에서 보내며  시간 속에 함께 했던 경험을 담는 일이다당사자들만이 기억하는 '체험되는 시간' 만들고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손으로 잡을 수 없는 지금  순간이 손가락 사이로 슬그머니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오카리나를 매개로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는 체험되는 시간을 구성하는 것은 멋진 대화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은 아니라고 느꼈다중요한 것은  사람 앞에서는 평소 모습으로 처신할  있다고 느낄  있는  상대방이 나를 온전히 포용하고 있고 내가 타인에게 온전한  자신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받는 것이라는  깨달았다.

"우리는 인생의 퍼즐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퍼즐 조각을 맞춰 가든 항상 빈자리가 남아있게 마련이다마치 우리가 이름 붙일  없는 어떤 세계가 있듯이." 제프리 유제니데스 -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라는 찬사와 함께 등장하여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작가 제프리 유제니데스는 삶이란 퍼즐을 맞춰나가다 보면 누구나 부딪치게 되는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미지의 세계로 인한 공백과 한계삶의 조각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어쩌면 제프리 유제니데스의  말이 우리 삶의 핵심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인생이란 불확실성의 공간 안에서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잔인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도덕성은 선입견도 편견도 없이 공정한 (Chance)밖에 없다는 영화 <다크 나이트> 검사 하비 덴트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을 살인의 대상으로 선택하고 동전 던지기를 통해살인 여부를 결정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살인마는 안톤 시거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없는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가정이란 단어를 정의한다면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라고   있다가정은 인간이 태어나 하나의 인격체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 동물로 진화하기 위한 최소 단위의 생활 공동체인 것이다가정은 정형화할  없기 때문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자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하나의 우주적 세계를 이룬다어쩌면 가정은 불확실한  속에서 '체험되는 시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문법으로 조각난 삶을 치유하고 삶을 재정립할  있는 유일한 공동체 아닐까?

로버트 노직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에서 사진과 초상화의 차이를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행위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한다사진이 인물의 순간적 속사(速寫) 한순간의 단면을 담는 것이라면초상화는  시간 동안 각각 다른  속에서 일련의 특징감정생각을 가진 개인의 다양한 모습동시에 발현될  없는 여러 부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그림에는  사람을 일정 시간 이상 바라본 만큼의 시간성이 농축되어 있어 사람의 형상이 오랜 시간  사람을 겪으며 포착해낸 세부사항들로 구성된 입체적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각기 다른 시간과 빛을 거치며 덧입혀진 개인적 삶과 역사가 녹아 있는 초상화가 순간의 단면을 정확히 포착한 사진 보다  풍부하고 깊은 맛을   있음을 가장  체감할  있는 것은  가정의 구성원들 아닐까초상화의 매력은 초상화의 대상이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따라 좌우되지만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훌륭한 화가일수록 사진의 매력을 넘어서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가장  포착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되는 시간' 삶을 공유한  가정의 구성원들은 하나의 세계를 탐구하는 역사가이자 훌륭한 화가이다.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지만우리를 만드는 것은 경험  자체가 아니라  경험에 반응하는 태도다 세상에 완전한 어른은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시대에 존재하는 일렁임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상충되는 욕망들로 얽혀 있는 삶과 고통과 환희로 점철된 복잡한 인생 속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할 내가 살아 있고 사랑 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있는 ...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가족의 온기를 느낄  있는 ...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것 이상의 응원이 있을까괜찮지 않은 세상 속에서도 '괜찮아', '괜찮아 질거야.' 위로를 들으며 하루를 마칠  있는 우리 각자가 가진 삶의 조각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조각(One Piece)으로 완성되는 ...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아닐까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세요?" 운전사가 물었다.

"생각하지 않아요도쿄를 좋아하니." 나는 바로 대답했다.

운전사는 "오호감탄한 , "그럼 괜찮네요."하고 웃었다.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하리란  염두에 두고 "생각하지 않아요도쿄를 좋아하니."라고 했던 것이다.

"괜찮네요."라는 말을 듣고하루를 마치고 싶었던그런 밤의 이야기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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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 - 임지수의 정원생활
임지수 지음 / 터치아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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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지방출장을 위해 저자는 감은 머리를 미처 말리지도 못한 채 서둘러 광주행 KTX에 오른다. 달리는 기차의 차창 너머로 바라본 작은 오두막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저자가 도시의 삶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제2의 인생을 꿈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산속 오두막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무엇을 더 가진 것이 아니라, 소박한 삶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날 기차 안에서 깨달았다. '그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데, 나는 그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고만 있구나.' (21)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고 인류 공통의 관심사이지만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추구하는 방식과 지향점, 행복한 삶의 구체적 실천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행복을 찾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로 떠나지만 진정한 행복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재에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기업의 비전처럼 먼 훗날의 미래에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지만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 이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장미빛 제2의 인생을 그리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어쩌면 나는 야구를 보다가 타자가 친 타구의 아름다운 포물선을 바라보며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경기 중 상대방의 귀를 깨문 타이슨의 권투시합을 보며 소설가로의 진로를 결정한 박민규처럼 특별한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제2의 인생을 결정한 에피소드는 소박한 삶을 받아들이며, 행복을 위해 다가서려는 시도와 용기가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라는 책의 제목도 마음을 울렸다. 몇 년 전 세상에 나온 딸 아이는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기쁨을 주었다. 새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부모가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우리 부부는 새로운 식구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였고, 온 가족과 친척, 지인들도 딸의 출생을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초보 부모로서 정신 없이 살아가던 어느 날 무심코 본 아내의 SNS 배경화면에 결려 있던 문구는 아직까지도 내게 인상 깊게 남아있다.

 

엄마는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면 엄마가 되어버린 걸까
?
엄마는 엄마가 된 엄마가 마음에 들까
?
아니면 엄마가 되지 않았을 엄마를 꿈꿀까?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그 때의 아내는 자식이기만 했던 자신이 엄마의 입장이 되고 나서야 깨달은 엄마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을 느꼈던 것 아니었을까?

 

현실 속에도 이상향은 존재할 수 있을까? 모든 이상향은 유토피아처럼 현실세계 어디에도 없는 곳이거나 천국처럼 죽어서나 도달할 수 있는 곳으로 현실의 삶에서는 거의 달성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인간의 의지의 유무를 기준으로 유토피아형과 아르카디아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유토피아형은 토마스 모어의 구상처럼 인간의 의지가 실현되는 인공적 이상사회를 의미한다. 유토피아형에는 태양의 도시캄파넬라’, 플라톤의폴리테이아’, 베이컨의노바 아틀란티스등을 들 수 있다. 아르카디아형은 산과, , 초원에서 자연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목가적 이상향을 의미한다. 아르카디아형에는 인류 최초의 고향에덴동산’, 요정들의 낙원아발론’, 축복 받은 이들이 사는 땅엘리시움등을 들 수 있다. 동양에서는요순시대무릉도원이 두가지 유형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을 반전시켜주고,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 같지만 잡힐듯 잡히지 않는 꿈과 같은 것행복해지길 원하는 그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을 위한 작지만 단단한 첫 시작을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로 열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자신만의 아르카디아를 구축한 저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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