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어리숙함의 매력, 조셉 고든-레빗의 영화 추천

<50/50>, <500일의 썸머>, <인셉션>  

   

   <50/50> 조나단 레빈, 2011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 의 중요성을 또 한번 확인 할 수 있는 영화였다. 소재 자체만 보았을 때(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는 충분히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암환자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느낄 수 없을 만큼의 웃음을 가진 코미디로 흐른다. 하지만 억지스럽거나 무작정 가볍지는 않다. 중간중간 적절한 무게감과 깊이를 주며 영화의 완급조절을 잘 해냈다. 암환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우세요, 슬퍼하세요, 하는 시간을 도통 주지도 않는다. 주인공 애덤 또한 울고 불고할 생각은 없이 50%의 확률을 안고 수술까지의 그 시간을 지낼 뿐이다. 특별히 뭘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내는 것이다. 그 와중에 여자친구와의 이별도 겪기도 하고, 친구 카일은 시종 여자를 꼬시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극성인 엄마를 이해하려 하기도 하고, 상담치료사와도 미묘한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 과정이 담담히 웃음을 안고 흐르는 동안 이상하게 관객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이렇다 할 허점 없이, 이렇다 할 감정의 폭발 없이 담담히, 잔잔히 흐르는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몇 장면. 우선 오프닝, 조깅을 하다가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를 파란 불로 바뀌기 전까지 절대 건너지 않는 모습으로 애덤 캐릭터설명 완료하는 센스가 돋보였다. 그리고 치매인 아버지(정말, 슬퍼지려면 작정하고 슬퍼질 수 있는 소재인데... 그러지 않았다. )와의 몇 안되는 대화들, 친구가 죽을 수도 있다는데 여자 꼬실 생각밖에 없어보이던 카일의 화장실에서 밑줄과 별표가 쫙쫙 그어진 함께 이겨내요 암, 이라는 책을 발견한 모습 등은 꽤 오래 짠했다. 그리고 역시 조셉 고든레빗은 미국 영화의 보물이란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매력있는 것의 7할 이상은 조셉 고든 레빗 때문일 것이다.  



<500일의 썸머> 마크 웹, 2010   

시놉시스 :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 순수청년 ‘톰’, 어느날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나타난 썸머를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자신의 반쪽임을 직감한다. 이후 대책없이 썸머에게 빠져드는 톰.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랑도 남자친구도 눈꼽만큼도 믿지 않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썸머로 인해,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녀를 천생연분이라 확신하는 톰. 이제 둘 관계의 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2010    

  이 영화 말하고 싶은 메세지가 꽤나 분명하고 진중하다. 그런 메세지에 비해 무척 애매모호한 결말로 끝이 난 이 영화에 대해 정말, 여러 가지 견해가 나오고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이 영화가 한 평범한 사내의 한낮 백일몽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재미없는 분석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게 꿈이 됨으로서 영화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영화는,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할 수 있게 된다. 꿈의 설계와 조작, 공유라는 소재를 통해 시종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이 영화는 정말 ‘픽션’그 자체이다. 그 ‘픽션’이 스토리적인 측면이나, 영상 기술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너무나도 사실적인 나머지 관객들은 그것을 진짜로 믿게 된다. 하지만 꿈속의 꿈과 또 그 속의 꿈을 헤매던(이것 또한 다중으로 이어졌지만 영화적 눈속임일 뿐 한 가지의 복잡한 꿈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이 외에도 토템이라든가 림보 등의 설정은 모두가 맥거핀 효과라고 단정하고 싶다.) 코브는 마지막 비행기에서 깨어나 아무렇지 않게 공항을 빠져나가 가족과 재회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신 돌고 있는 토템을 보여주지만, 이런 것이 다 무슨 소용 일까? 영화는 이미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말했는데. 영화는 다시 돌리거나 빨리 다가갈 수 없고, 또한 조작할 수 없는 우리들의 과거와 미래, 기억에 대해 우리에게 따끔하게 충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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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2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어!!!!
슈슈님!!! 이 사람은 저의 조셉 고든 레비...빗이군요 ㅠㅠㅠ
우와 여기서 보니 무척 반갑습니다...
우와 50/50은 신작인가봐요... 아 신작을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