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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마음들 - 분단의 사회심리학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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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우리집 부모님 모두 6.25 때 한국으로 피난 혹은 이주해 온 실향민이다. 부모님의 고향 땅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황해도 지역이고 모친 쪽은 일제시대 만주로 이주했다가 1.4후퇴때 서울로 온, 역사의 한가운데를 몸소 체험한 장본인이다. 언젠가는 백령도에 가서 바다 건너 북쪽을 바라 보았고, 금강산 관광이 열리자마자 일등으로 다녀오셨다. 관광내내 부친은 눈물을 보였다고 하고(평소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 안됨)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까 하여 금강산 쇼핑센터에서 마른 나물 같은 것들을 잔뜩 사오셨다.(달러는 노동당이 요긴히 썼을 듯) 여기에 아주 보수적인 크리스쳔이며, 김영삼정부 시절부터 그쪽당(이름이 하도 바뀌어서)으로 기울었고, 갈수록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이 나와는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2012년 선거에서는 당연히 박근혜를 찍었고, 이만갑 열혈시청자 이다. 부모님들의 성향, 설득이 되지 않는 맹목적 시선 앞에 부하가 치밀 때가 있지만 다른 자녀들이 다 그렇듯 나 또한 말을 아예 꺼내지 않는다. 요즘은 코로나 덕분에(?) 교회는 가지 마시라 하고, 집에만 있으시라 하니 한편 다행, 이제는 고령이시기도 하고 우리 집안 사람들의 선천적 게으름으로 사람 많은 데 싫어 해서 다행, 태극기부대는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집안에서부터 우리의 마음은 많이 갈라져 있다. 부모님을 보면 북에 대한 큰 연민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통일을 원할까? 그냥 왕래 정도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의 문과 짜증은 집안에서 시작하여 소위 ‘태극기 부대’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더욱 증폭된다. 최근에는 ‘코로나’가 문정부의 음모라는 둥, 북에서 어쨌다는 둥 하며 마스크 쓰기를 거부 하는 지하철의 노친네들이나 교회 집회라는 명목으로 광장에 모여 확진자를 늘리고, 검사 까지 거부하고 거짓말하는 기독교인들에 대해서 분노와 혐오를 참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갈라진 마음들]이라는 책 제목은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평단을 자처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내 손톱을 뜯었다.

사회심리학 책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가? 내가 그동안 어떻게 책을 읽었길래…… ? 꽤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평소보다 천천히 읽으며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을 내가 보고 있는 현상들과 매치해 보려고 애썼다.

저자는 분단 상황과 현상, 그로부터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러 방법으로 관찰하고 서술하였다. 한국, 북조선(저자는 북한이라 하지 않고 그들이 쓰는대로 ‘북조선’이라는 명칭 사용), 문화, 해외(한반도 바깥) 등으로 나눈 카테고리 안에서 사람과 사회 현상을 서술한다.


우선 우리의 마음을 어떨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무관심과 무지, 무시, 막연한 공포, 그로 인한 혐오와 갈등은 상당부분 권력층에 의해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조력자는 언론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가지는 북한에 대한 관심(?) 중 상당 부분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특히 북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고향 티를 빨리 씻어내고 대한민국 사람이 될 것을 강요하면서도 자극적인 스토리에는 관심을 갖는다. 혹은 통일과 북한이라는 대상을 객관화 하고 물화할 뿐 공감과 소통의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의식 중에 북한을 열등하게 보는 시각은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 당연한 거다. 그동안 우린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마음 자체가 상당히 폭력적임을 (자각한다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언제쯤 그들을 그냥 나같은 사람으로 당연시 할 수 있을까? 역지사지는 가능할까? 언젠가 이집트 여행 중에 동독 출신 여자 두명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꽤 와일드했는데 ‘동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앞자리에 앉아 땅콩을 먹으며 바깥으로 껍질을 털어냈는데 내가 앉은 뒷자리로 그게 다시 들어왔다. 그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동독 출신이라 그런가?’ 하며 그들의 매너와 교양을 출신지와 연결지어 평가하고 있었다. 왜 땅콩껍질과 동독출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줄긋기가 된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게 공산주의 사람들을 미개하거나 아래로(?) 보는, 마음 속의 무언가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꼰대로움은 다시 생각해도 수치스럽다. 


북조선의 스펙터클을 통한 권력자의 의도와 메세지는 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흥미로웠다. 주체사상을 강조하지만 결국 주체적으로 주체할 수 없기에 영도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뭔가 말장난이 하고 싶어지는 통치의 논리이다.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바보같지만, 그래서 우린 공산주의를 내내 조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주체사상의 주체’로 지배 체제를 만들고 유지해 온 북조선 일가는 얼마나 많은 의식의 조작이 필요했을 지? 남이나 북이나…… 참……

책을 통해서 전혀 몰랐던 몇가지 사실도 알았다. 그동안 북에 대해 아는 게 없었으니 저자가 수집한 자료와 팩트는 매우 신선했다. 그리고 중동지역 등 흔히 말하는 ‘제 3세계’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책방을 뒤져도 자료가 없어서 여행할 때마다 답답했던 게 결국은 분단과도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한편 억울했다. 우린 그동안 북한과 ‘친한’ 나라들과는 아예 교류하지 않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미국에 굽실거리고, 유럽으로 부터 배우려 했을 뿐이다. 그동안 북한은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와 많은 교역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 여러곳에 동상과 기념비를 북에서 세웠다는 건 전혀 몰랐고, 흥미롭기도 했다. 이밖에도 북의 ‘신소’제도 같은 건 의외로 민주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그들에게도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장치가 있다. 아우슈비츠가 아니다. 그러네……그런데 몰랐네……이러니 편견이 무섭다.


[갈라진 마음들]에 대한 저자의 처방전은 도덕감정의 복원, 공감, 창조적연민, 수치심의 회복 같은 것들이다. 이쯤에서 보수가 비판하는 ‘퍼주기’ 논란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 나온다. 조금만 인용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약속이 무참히 깨질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한반도 평화와 탈분단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동맹, 증여, 교역’ 밖에는 없다. ‘


이밖에도 공감되는 좋은 말들이 꽤 많았다. 조금 딱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읽었고 유난히 마킹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어려운 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군……





*창비 출판사 <전쟁과 가족>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 [갈라진 마음들]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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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에오스 클래식 EOS Classic 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나경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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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 현대문학 / 이나경  

안데르센 메르헨 / 문학과지성사 / 김서정  

어른을 위한 동화 안데르센 동화전집 / 현대지성 / 윤후남  




누구나 안데르센을 알지만 제대로 읽은 사람은 명이나 될까? 기억 안데르센은 디즈니로 남아 있고, 인어공주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사람마다 결말은 다른다

잠깐 다닌 대학원에서 안데르센을 읽었던 기억은 충격적이었다. 삼남매 책을 가장 읽던 막내, 한글을 떼지 못하고 입학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써서 먹고사는 , 생각해보니 기억 안데르센은 그림책 인어공주였던 같다. 말은 해도 나같은 사람 많을 거다


이번 독서모임 주제를 정하면서 안데르센을 추천했다. 분명 나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언제 동화책을 읽겠나

학교에서 읽은 책은 [안데르센메르헨] (문학과지성사, 김서정역) 으로 그림도 예뻤고, 번역도 좋았고, 그러나 비쌌다. 모임에서 읽자고 하기엔 조금 부담스울 같아 작은 사이즈의 [안데르센 동화집](현대문학, 이나경역) 택했다. 24편의 안데르센 동화가 수록되어 있고, 내가 책을 선정한 하나의 조건은그림자 있느냐 없는냐 였기 때문에 당연히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은 해제, 해설이 없어서 이상의 궁금한 점이나 편집자의 의도 같은 그러려니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완차 이북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안데르센 동화전집](현대지성, 윤후남역) 선택했고, 2352ps 되는 페이지에 수록된 168편을 읽지는 못했고 원래 선택한 책과 비교하면 몇편을 보았다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책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미 독서 패턴이 입력되어 있는  이노므 어른의 뇌는 동화를 순수하게 보지 못하고 편마다 어떤 의미를 찾으려는 습관이 스물스물 기어 나왔다. 그렇지만 안데르센 동화는 구조나 주제가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의도 자체가 읽기를 방해했다. 어떤 편은 줄거리가 중심이 되어 할머니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읽기가 편하지만, 어떤 화려한 묘사로 감성을 불러 일으키고 작자의 생각이 아주 살짝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작가의 생각이나 불만, 억울함을 호소 하는 것도 많았다. 실제로 안데르센은 기존의 전설을 재구성하거나 스스로 창착하거나 평단의 불만족 스러운 비판에 반박하거나 이성에게 구애하거나 스폰서를 받기 위함 등등동화로 모든 표현하고 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편마다 교훈을 찾으려 한다거나 권선징악 등의 고전적 윤리를 추출하려고 하는 깝깝한 어른들의 쓸데없는 짓거리다

그저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개인의 힐링, 좋은 기억의 소환이나 감정, 호기심, 묘사나 인물의 성격을 따라가는 공감 등의 효과를 누리는 좋겠다. 게다가 단편은 양면성이 있다. 쉽게 쉽게 읽기 편할 수도 있지만 편마다 짧고 굵은 집중력을 요한다. 장편은 읽다가 집중력이 흐려져서 조금 놓치더라도 흐름 속에서 다시 페이스를 찾기도 하지만 단편은 지나가면 끝이다. 그래서 어떤 편은 아예 기억 나지 않는 것도 있고, ‘이건 도저히 모르겠으니 다음에 다시 읽자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공감이 되는 것도 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이번 독서토론도 매우 다이나믹 했다. ‘답이 나와 있는 동화라는 편견은 모르는 말씀이다. 우린 너무나 다양한 생각과 평에 많이 놀랐고, 서로 배웠고, 즐거웠다. 각자 어려웠던 , 충격적이었던 편을 이야기하고 서로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보기도 하였다


특별히 [그림자] 중점 토론 하였다. 다른 이유없다. 제안했던 내가 안데르센 작품 제일 좋아하는 거라서

더운 남쪽 나라로 여행하던 학자는 호기심 때문에 자신의 그림자를 이용하려 하지만 그림자를 잃게 되고, 결국 그림자의 그림자가 되어 자신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내용이다. 너무나 모던하고, 철학적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반전있는 소설이다. 저자가 안데르센이 아니고, 안데르센 동화집에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인정받았을 지도 모른다고 감히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본다

처음에 읽었을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다시 읽어도 마지막 장면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림자는 학자를 숙주로 그의 지식과 배경, 지식을 이용한다. 무엇보다 그림자는 학자의 나약함을 이용한다. 학자는 그런 존재임을 알면서도 조금씩 자신을 내어준다

프리랜서가 10 나는 학자의 나약함에 많은 공감이 갔다. 앞에 닥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뚝심을 포기 한다던가, 잠시 집중해야 일을 내려 놓는다던가, 상대가 뻔한 소리로 나를 이용하고 있는 알면서도 혹시 모를다음이라는 것을 기대하며 굴욕을 참는다. 또는 인정받기에 목말라 있기때문에 몇마디 달콤한 칭찬에 결과가 보이는 일을 수락 한다거나, 혹은 성격이 너무 까탈스러운 아닐까?’ 하며 오히려 착한 인간 컴플렉스 (부모님의 지긋지긋한 가스라이팅 결과) 걸려들어 확고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갈대처럼 흔들린다. 그리고 가방 인간들, 성적 받느라 공부해 이들의 공통점인 비겁함인정할 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림자] 읽고 나면 한마디로정신 바짝 차리자 다짐을 하게 된다.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결국 나를 잃고 환경 또는 주변인에게 이용 당한다. 이런저런 눈치를 보며 살지 말고 자신을 찾자는 생각을 한다

독서모임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느낌과 생각은 더욱 풍부해졌다. 특히그림자 대한 비평이 신선했다. 나는 내탓이오하는 자격지심에 학자 입장에 공감 하였는데, 학자를 이용하는 그림자의 사악함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진리(진실) 앞에 용감히 맞서지 못했던 학자와 학자를 대신해 건너편 집에 들어가지만 결국 그림자는 안에서 무언가를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진리를 학자를 떠날 있었다는 의견은 너무나 신선했다. 이것은 내가 패배주의에 쩔어서 보지 못하던 부분을 알게 해준 같아 좋았다


결말 이후 그림자는 어떻게 살게 될까

다른 숙주를 찾아 그를 이용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겠지…… 기생충처럼




첨언

우리나라 책은 원어 -> 영어 -> 한국어 번역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읽은 [안데르센 동화집] 그러했다. 그래서인지 번역서로서의 안데르센은 독어를 해석한 [안데르센메르헨] 가장 좋았다. 번역은 2 창작, 번역가들의 문장력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다는 얘기다. 정도로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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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는 사람 이야기
황혜지,우진,김해윤,송주현 / 북닻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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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이야기]

전문 작가가 아닌,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쓴 4편의 글을 모았다.

페이지도 120이 조금 넘는 얇은 책이다.

전자책의 단점(?) 이라면 책의 볼륨을 알 수 없다는 점, 숫자로만 확인 할 수 있는 책의 질감이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전자책의 편리성에 푹 빠진... 전자책 좋아함... ㅎㅎ)

처음에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고, 책을 읽으면서 책의 구성을 알았는데 마침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서 책을 만들 예정이라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았다.

문장은 아마추어 티가 난다. 결코 폄하의 뜻이 아니다. 뭉툭하고, 소박하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문장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 또한 폄하의 뜻이 아니다. 가끔 유명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 글재주(?)에 감탄할 때가 있다. '와, 이건 문장이 다 했다, 그저그런 이야기에 수려한 문장이라는 MSG가 더해져 결국 완독이다. 괜히 작가 아니네....' 부러움 반, 감탄 반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런 종류와는 반대편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장력 보다는 공감으로 읽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별로였냐고?

아니, 책을 읽기 시작하며 조금씩 덜 만져진 문장이 보인 건 사실이다. 글쓰기 선생 버릇이 어디가나, 윤문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 문장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특히 첫번째 작품인 [스물 넷, 그리고 스물 넷](황혜지) 은 글을 조금씩 읽어가며 웬지 엄마 생각이 났다. 지금 껏 어떤 글도 가족 생각이 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건 물론 나의 비인간적인(?) 책 선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머리가 아닌 (문장이 어떻고, 구조가 어떻고 하지 않고) 마음으로 글을 읽는다는 게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충격적인(?) 글은 네번째 작품인 [사회 #19687] (주현)이다. 미지의 세계로부터 온 관찰자의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보고서이다. 작가의 사회비판적 시각을 독특한 구조로 펼쳐놓았는데, 작가 역시 독자가 '충격적'으로 보아주길 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문장을 끊어 쓴 부분은 작가 이상이 생각나기도 하고, 편하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이 역시 작가의 의도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어려움과 책을 쓰는 고통을 다시한번 느꼈다. 현실로 돌아와 우리 독서모임 회원들은 잘 쓸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한줄평이 하나 달려 있었는데 무성의한 악플에 가까웠다. 분명 글을 써보지 않고 읽기만 한 (그것도 베스트셀러만 읽었겠지)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문장을 써 본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못된 소리를 못한다. 잠시 분이 나서 대댓글을 달까 하다 가라앉혔다. 차라리 내가 칭찬 댓글을 하나 달아주는 게 좋겠어. 용기를 낸 작가들이 이런 댓글에 상처 받지 말고 꾸준히 글쓰기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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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성의 건축가들 - 식민지 경성을 누빈 ‘B급’ 건축가들의 삶과 유산
김소연 지음 / 루아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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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덕, 중에서도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제목에 '경성' 들어가면 일단 찜해 놓고 본다

게다가 이번 책은 시대의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관심은 많았지만 두어달 미뤄 두었던 책을 드디어 어젯밤 홀딱 읽어 버렸다


사실 건축학 자료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다. 그렇게 가독성이 떨어지는지...... 

몇해 건축기행 프로젝트를 하며 근현대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건축학에 매력을 느꼈지만 프로젝트 중에 찾아 자료들은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서 당췌 읽히지가 않았다. 물론 내가 가진 건축학 지식이 너무 빈약하여 읽지 못했던 것도 인정한다. 꾸역꾸역, 자본주의적 열정으로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신문 읽듯 그러니까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면 대충 건너뛰어 가며 이야기 중심으로 이해하고 프로젝트를 마쳤던 기억이다. 없을 나랏님 욕도 하는데 작업실에 앉아 '건축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글을 못써?' 궁시렁 궁시렁 거렸던 .


[경성의 건축가들]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궁금해졌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다시 찾아봤고, 심지어 분의 다른 저서가 있나 찾아봤다. 같은 비전공자들이 쉽게 이해할 있었던 점과 적당한 스토리의 , 그리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이라는 만고의 진리가 스며있는 구성이 좋았다


근대 한국의 건축가들은 비주류 였다. 부제 [식민지 경성을 누빈 ‘B건축가들의 삶과 유산] 나와 있듯이 일제의 통치 하에 일본이 서양으로 부터 받아들여 소화한 일본식 건축학을 공부했다. 그들의 건물을 설계하고 일제의 월급을 받았으니 역사관으로 접근하면 평가 하기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위일제에 부역 건축가들을 밖으로 꺼내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해야 역사이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건축가들을 묶음으로 정리해 버릴 없는 문제이다. 이쯤에 책장 어디에서 썩고 있었을 이야기를 꺼내 주신 김소연 저자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책은 15장으로 나누어 16 정도의 근대 건축가를 소개하고 있다. 건축가로서의 개인사와 우리 나라 건축사에 미친 영향,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을 읽으며 여행의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우리학교 건물을 사람이 지은거야?’, ‘그때 철거한 극장을 사람이 지었군……’ 하면서 새벽까지 책을 뒤적거렸다. 재미있는 9장에 건축가 김해경을 소개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그의 작품은 소개하고 있지 않다. 그는 바로 천재 문학가이상이다. 건축가 였고, 조선총독부에서 잠시 일했지만 일찌감치 (결핵으로) 일을 때려치웠고, 시를 쓰고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그를 소개한 9장에서는 이상의 건축물 보다는 시를 읽을 있다

여러 건축가 가장 관심이 많이 갔던 사람은 강윤이다. 그는 기독교인이었고, 애국지사였다. 채플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계단을 오르던, 모교의 강당, 4년간 월요일마다 문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이를 설계한 사람이라 했다. 언젠가 학교 축제 때는 어떤 (?아마도 의대)에서 귀신의 집을 운영 했는데 장소가 본관이었다. 오래된, 삐걱거리는 건물이니 찰떡이라 생각했는데 또한 강윤 건축가의 대표작이란다. 그때 , ‘이렇게 오래된 건물에는 무슨 이야기가 많을 같지 않아?’ 했었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 건축가를 만났으니 이건 정말감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천승처럼 자신의 천재성으로 안위를 찾아 만주로 떠나지도 않았고, 때마다 유리한 곳에 적을 기회주의자도 아니었던 같다. 독립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학교 교장의 소개로보리스건축사무소에서 일했는데 이것이 그에겐 행운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찌보면 첨예한 사상 검증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당대에 부귀영화는 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제시대 경성의 건축가는 원래가 비주류였지만 중에서도 강윤처럼 경성고등공업학교, 총독부 출신이 아닌 사람은 비주류 비주류 였다. 한국 전쟁 그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말년에 뇌출혈로 반신불구, 사업부채로 집도 없이 돌아가셨다. 그렇지만 사후에 독립운동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체에 소개된 건축가 이런 기록은 강윤이 유일하다

책에 들어간 자료사진도 나에겐 매력적이었다. 언젠가 남자친구와 걸었던 한국은행, 말로만 들었던 세종문화회관 자리의 시민회관, 철거시 영화광들의 마지막 성시순례가 이어졌던 단성사, 다닥다닥 전통 가옥인 알았던 가회동 도시형 한옥 사진을 보며 새록새록 했으니집은 100 보고 짓는다' 말이 과연 그러하다


책과 함께 하룻밤 건축기행을 다녀왔다. 공간을 가르고 시간을 가르며 건물을 보고, 건축가들을 만났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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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의 건축가들- 식민지 경성을 누빈 ‘B급’ 건축가들의 삶과 유산
김소연 지음 / 루아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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