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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평점 :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마거릿 케네디의 『휴가지에서 생긴 일』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자 저자의 아홉 번째 소설이자 기독교의 일곱 가지 대죄를 다채로운 등장인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지만 여전히 불안했던 영국의 1947년 여름. 콘월 북부의 펜디잭만의 절벽의 붕괴로 그 아래 위치한 펜디잭 호텔이 무너져 사람들이 사망한다. 이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열된다.
팬디잭 호텔에는 스물네 명의 사람이 머문다.
주인 시달 부부와 세 아들
종업원 낸시벨, 미스 엘리스, 프레드
투숙객 페일리 부부, 렉스턴 씨 부녀, 기퍼드 경 부부와 네 자녀, 코브 부인과 세 딸, 소설가 애나와 비서 브루스
다양한 사람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고 이곳에 머문다. 부부관계는 순탄하지 않고, 젊은 청년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사랑 때문에, 아이들 또한 나름의 아픔으로 고민한다. 기독교의 7가지 죄악인 교만, 시기, 나태, 분노, 정욕, 탐식, 탐욕은 이들의 행적을 통해 드러난다. 절벽의 붕괴로 인한 인사 사고를 분명 막을 수 있었으나 안일함과 개인적 욕심으로 피해를 키웠다. 결국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죄가 유독 커 보이긴 했다. 돈에 눈이 멀어 양심과 법을 어기고, 자식들에게 학대와 가까운 양육과 방임, 계급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타인과 다툼을 서슴지 않고 분란을 일으키는 등 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물네 명이 모두 명확한 선과 악의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결국, 아이들의 동심을 위해 즉,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자들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클리셰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죽어 마땅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세상을 구하려면 죄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곳곳의 희생양, 힘없고 기댈 곳 없는 사람이야말로 인류를 지탱하고 지켜주는 구세주들이라고.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