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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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지 삶이 없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런 내 생각을 확인시켜주는 작품이었다. 문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중소설적이다. 누군가 20대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딱 그 정도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실망스러웠던 건 실종된 여고생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단 느낌이랄까. 한번 읽으면 그만인 책. 딱 거기까지.

나이가 들수록 그저 흥미있는 이야깃거리보다는 삶이 진하게 묻어나는 이야기가 좋다. 책을 덮고 나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데 밥을 먹었는데 배가 부르지 않은 느낌이랄까. 기대가 컸던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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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대제 6 - 월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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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본격적인 철번이 시작되었다. 도해와 주배공의 활약으로 찰합이의 반란을 제압한 이후로 수세에 빠져있던 강희와 청나라 군대는 공세쪽으로 돌아서게 된다. 특히 주배공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호랑이언덕을 불로써 제압하거나 세 치 혀로 공사영을 죽게 만드는 장면에서는 이게 실제로 정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인지 재미를 주기 위해 과장한 것이 좀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어쨌든 이건 역사서가 아니라 소설이니까 어느 정도는 허구가 가미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읽으면 재미있다. 다른 편에서 보면 무협소설에 가까운 장면이 보이기도 하고.

  강희대제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보는 안목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한족인 오차우부터 시작해서 태감인 소모자에 이르기까지 사람됨됨이를 제대로 판단할 줄 알고, 자기 사람이다 싶으면 완전히 믿고 맡기는 인사정책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만 단점으로 꼽자면 좀 성급하달까. 뒷편에 보면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신하를 채찍질하는 장면 등이 나오는데 이런 장면에서는 황제로서의 체면이랄까 이런 것들이 손상되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만주족 황제로서 한족까지 아우르며 천하를 통일해가는 과정을 보면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황제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만주족으로서 천하를 통일하지만 결국에는 그 만주족도 한족에 동화되고 말았다는 게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강희대제 시절만 하더라도 위세등등하던 만주족의 기세는 완전히 사라지고 한족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만주족으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만주족이라는 말조차 없으며 그들의 언어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결국에는 만주족으로서의 입장에서 보면 만주족이 한족인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해가는 과정이 만주족이 한족의 일부로 흡수되어 사라지는 과정을 촉진시켰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주족의 입장에서 쓴 역사서가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깐 든 엉뚱한 생각인데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고 영토를 중국일대까지 점점 확장시켜나갔다더라면 우리나라도 결국에는 중국에 동화되고 말았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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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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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유쾌한 이야기, 요즘 청년들의 자화상이 보이기도 하면서 지나친 엄숙주의(종교 등 여러 가지 면에서)에 빠진 우리의 시대상이 엿보이는 소설... 그냥 신나게 재미있게 읽으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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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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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후 읽은 두 번째 책, 그의 글은 단단하고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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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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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이 책을 처음 읽었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어른이라고 생각한 그 무렵에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는 이 책이 잘 이해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이 책이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철학적이고 주제가 무거웠던 느낌이었고 이 책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고도 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이란 뭘까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었다. 물론 동화책 한 권이 그것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던 것 같고.

 

이제 나이를 충분히 많이 먹고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땐 그냥 이야기를 통째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특별한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에 대한 은유로. 시간이란 게 뭘까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시간을 써야할까, 나에게 시간이 얼마쯤 남아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다지 바쁘게 살지 않았음에도 회색신사들이 훔쳐가버린 듯 흘러가버린 시간들이 정말로 시간저축은행이란 곳에 쌓여있다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나이를 들어가면서 느끼는 건, 다른 분들도 절대적으로 공감하겠지만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들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며칠 전에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 뇌과학자라는 분(이름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요즘 TV에 자주 출연하는 분이다.)이 어렸을 때는 뇌가 어떤 사건들을 슬로비디오로 인식하고 기억하는데 비해 나이가 들면 특별할 것 없는 것은 건너뛰고 몇 가지 사건들만 드문드문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말을 들으니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나이는 계속 먹어갈 것이고 그러므로 우리의 시간은 점점 더 빨리 흐를 것이라는 것.

 

시간을  붙잡으려면 기억을 붙잡아야 하고 그럴려면 내 기억에 붙들릴 만한 특별한 일들이 있어야 한다는데 나이가 들수록 특별한 일은 그다지 생기지 않고 사실 특별한 일들을 굳이 만들고 싶지도 않아진다는 것이다. 결국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 늘 바쁘게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굳이 회색신사가 나서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져버린다는 것.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새삼 발견한 사실은 모모가 살았던 곳이 점점 폐허로 변해가는 원형극장이었다는 것이다. 2000여 년의 세월을 견뎌온 원형극장과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모모는 어딘지 잘 어울린다. 원형극장 아래 빈 공간(그곳은 한 때 사자 같은 맹수의 우리였을 수도 있고, 검투사나 노예들이 썼던 대기실이었을 수도 있다.)에 모모라는 아이가 산다. 어쩌면 모모는 2000년 전에도 원형극장이 있는 이 도시 어딘가에서 살았던 아이일 수도, 어떤 고아원에서 도망쳐 나온 아일 수도 있다. 모모에게는 아주 멋진 장점이 있다. 모모와 함께 노는 아이들에게는 멋진 놀이를 떠오르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그 옆에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품고 있던 문제에 대한 답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원형극장 외에도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시간의 꽃 한송이였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시간의 꽃 한송이가 있다 것. 내 몫으로 주어진 시간의 꽃 한송이. 나는 이 꽃 한송이에 때맞춰 물을 주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살고 있는가. 남들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대신 그저 낭비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어쩌면 내 몫의 시간의 꽃은 꽃잎이 몇 장 남지 않은 채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시간이 과연 뭘까 라는 고민 대신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일까를 궁금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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