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사순절 - 부활절을 향한 여행
알렉산더 슈메만 지음, 박노양 옮김 / 정교회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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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순절은 어떤 의미인가요? 부활절을 기대하며,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고, 그 흔적들을 더듬어보는 시간일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주, 깊이 예수님의 말씀과 삶에서의 고난과 순종, 겸손의 발걸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개신교에서의 사순절은 그 기간을 지키지 않는 교단이 있을 정도로 그 의미가 축소되어 있습니다. 거의 개인의 묵상이나 개인적인 절제 정도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이 시기를 적극적이며 보다 풍성하게 보내려고 하는 움직임은 잘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교회는 다른 교회들에 비해 다양한 전례를 품고 있습니다. 교회가 분열되기 전부터의 예배 전통을 지금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기에 교회 역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전통들이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순절은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절기입니다.



정교회 신학과 전례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인 알렉산더 슈메만(Alexander Schmemann), 그는 이 책 『대 사순절』을 통해 사순절의 신학을 명확하고도 폭넓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 안에 담겨 있는 영적인 의미까지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정교회에서의 전례 전통은 직접 경험해 보아야 보다 분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전례 전통은 하나의 의식마다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슈메만은 대 사순절의 깊은 의미와 더불어 그 삶에 보다 의식적으로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합니다.



정교회에서의 전례 전통은 각 개인이 영적 여정을 해 나갈 때 홀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깨우쳐 줍니다. 전례의 여러 형식들과 그 정신을 통해 특별한 기간은 보다 공동체적으로 각 개인에게 다가갑니다. 분명한 목적지를 알려주고, 그 과정을 충실하게 보내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슈메만은 신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을 기대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길로 사순절을 정의합니다. 그리하여 사순절은 "부활절이 목적지인 하나의 영적인 여행이다"라고 강조합니다. 부활절과의 관계를 이해해야만 사순절을 깊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를 통해 만나게 되는 정교회의 사순절 절기는 가장 경건한 예배서를 통해 현재도 지속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부활절로 인도되는 교회의 기간인 사순절 예배서(뜨리오디온)는 영적인 사다리와 같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로 점점 더 고양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순절 전례를 통해 올바른 것을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바른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 말입니다. 참된 갈망은 하나님에 대한 갈망, 정의와 생명에 대한 갈망입니다. 자신에게 갇혀 있어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우리는 겸손을 배웁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겸손이 마치 영광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대립시킵니다. 하지만 진정한 영광은 겸손일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은 어떤 외적 영광이나 자기 과시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완전하시기에 그분은 영광이시며 겸손이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저 그리스도를 바라보면 겸손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참회하게 됩니다. 진정한 뉘우침은 어떠한 만남으로부터 발생합니다. 바로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로 인한 기쁨입니다. 하나님의 생명을 만난 뒤에 진정한 고백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이 순서를 바로잡아야 참된 회개가 가능합니다. 먼저는 하나님의 사랑과 교제, 생명의 아름다움입니다.



더불어 우리가 사순절에 배울 수 있는 것은 사랑과 용서입니다. 철저하게 죄악 가운데 빠져 있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무엇입니까? 바로 사랑이며 용서입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자 교회의 진정한 사명입니다. 사랑과 용서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빛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순절에 금식이나 절제를 먼저 떠올립니다. 한편으로 맞지만 적확하지는 않습니다. 사순절의 목표는 외적인 강제 조항들을 우리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영혼이 영적인 현실에 개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과의 교제를 향한 배고픔과 목마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순절 전례를 통해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합니다. 온전한 하나님 나라를 열망하며, 그 빛을 잠시 엿봅니다. 부활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현실 가운데 흩뿌려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합니다. 힘겹고 어렵지만 또렷하게 하나님만을 향해 나아가며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여러분의 사순절은 어떠한가요? 시비를 가리는 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풍성한 영적 전통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부활의 여정을 공동체가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성한지를 경험하며,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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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앙 전체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본질 그 자체를 변화시켜 놓았다는 사실 위에 놓여 있다. 비극 중의 비극을 숭고한 승리로 전환시킴으로써,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하느님 나라로의 하나의 통과passage, 하나의 빠스까Pascha로 만드셨다. "죽음으로 죽음을 짓밟으심으로", 그분은 우리를 그의 부활에 참여하는 자들이 되게 하셨다. - P18

온갖 선전과 자기 긍정과 끝없는 자랑으로 양육된 현대인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만, 진정으로 완전하고 아름답고 선한 것은 동시에 자연스럽게도 겸손한 것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완전은 바로 그 완전성 때문에 선전이나 외적 영광이나 어떤 종류의 자기 과시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겸손하시다. 왜냐하면 그분은 완전하시기 때문이다. 그분의 겸손은 바로 그분의 영광이요 모든 진정한 아름다움과 완전과 선의 원천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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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하는 삶 - 도로시 데이, 평화와 애덕의 83년
로버트 콜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낮은산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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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복음은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다스림이 있는 모든 영역입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은 선합니다. 폭군의 통치가 아닙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다스림을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라고 표현하는 신학자(몰트만)도 있습니다. 어떠한 표현이든 하나님의 선한 다스림은 모든 영역에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이 있을 때 가장 처음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샬롬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평화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 없더라도, 부강한 나라는 여전히 약한 나라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속박합니다. 진정한 샬롬은 모든 관계의 화목을 전제로 합니다. 강한 자와 약한 자가 친밀하게 어우러집니다.


결국 복음을 전하는 곳에는 샬롬이 뒤따르게 됩니다. 복음을 믿는 공동체는 화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삶으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메시지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평화, 화해, 정의, 환대의 삶을 사는 것이 곳 복음을 전하는 삶입니다.


우리는 복음의 삶을 살았던 믿음의 선배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된 삶 가운데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세상의 한복판에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린 사람들입니다. 그중에 한 명이 도로시 데이(Dorothy Day)입니다.


도로시 데이의 삶을 직간접적 목격하여 기록한 이 책 『환대하는 삶』의 저자 로버트 콜스(Robert Coles). 그는 도로시 데이와의 만남을 서문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녀와의 감동적인 만남을 통해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자만심과 오만, 특권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저자는 도로시 데이와의 영적 교감과 대화를 통해 그녀의 삶을 회고합니다. 도로시 데이의 젊은 시절은 자유 자체였습니다. 매우 급진적이었던 그녀는 어떤 면에서 방탕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 이후에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자신을 던지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급진주의 신문 '가톨릭 일꾼'을 펴냈습니다. 이를 통해 그녀는 대접하는 사람과 대접받는 사람의 구분을 없애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하여 그녀는 '환대의 집'을 엽니다. 이를 통해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여, 작은 부분부터 평화를 일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녀는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했습니다. 평화를 빼앗긴 자들에게는 칼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아픔과 슬픔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이웃이 되는 삶이었습니다. 말로만이 아닌 몸을 통해 사랑을 드러내는 삶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고 드러내는 삶에서 극복하고 던져버려야 하는 것은 바로 '무관심'입니다. 공동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무심함인 것이죠. 자신만을 위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배려나 공감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도로시 데이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더 높아지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세상 가운데서 낮아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람들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들과 부대끼기를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함께하며, 위로하며, 기꺼이 자신을 던졌습니다.


참으로 헌신적이었지만, 매우 진실한 사람이었던 도로시 데이. 그리하여 논쟁거리도 많지만, 우리는 그녀의 삶을 통해 베풀고 나누며, 샬롬을 위해 자신을 던진 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자신의 온몸을 던진 사람과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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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에게 이상주의란 스스로 실체를 드러내는 덕인 동시에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주의는 우리 이웃 속에 보이는 고통을 우리 자신의 고통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말로만 한다면 전혀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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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만난 사람들 -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벤 위더링턴 3세 지음, 김은총 옮김 / 감은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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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이후에 삶이 변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만남이 인격적이라면 그 변화의 폭은 더욱 큽니다. 상대방이 힘이나 명예, 권력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진심으로 바라봐 주었기 때문입니다. 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함께해 주고, 위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다한 만남으로 위로와 용기를 얻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가운데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것과 같습니다. 정말 막막하여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진심으로 대하는 한 존재는 새로운 힘을 줍니다.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던져줍니다.



사람과의 만남도 그러할진대, 예수님과의 만남은 어떠할까요? 하지만 성경에서의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우리의 시대와 문화와 다르기에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그동안 읽고 들었던 것들로 인한 선입견일 수도 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를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게 당시의 상황과 배경까지 풀어서 설명해 주는 벤 위더링턴 3세(Ben Witherington III)는 이 책 『예수를 만난 사람들』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의 내면과 여러 상황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각색하여 소설처럼 적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배경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더 쉽게 그때 당시의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자를 통해 성경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나게 되며, 그들을 통해 예수님을 다시 한번 만납니다.



우리는 저자를 통해 본문에 새롭게 다가갑니다. 그동안 수없이 봐온 텍스트였지만 그 안에 생동감이 더해집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실존적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전인격적인 어려움에 처했던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아픔은 육체적인 고통 이상이었습니다.



육체적인 회복 불능의 상태는 정서적인 냉대, 종교적 낙인, 사회적인 소외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저마다의 서사 가운데 더 이상의 희망을 보이지 않는 듯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말입니다. 바로 그때 예수님이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가장 절박한 순간입니다.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총체적 어려움 가운데 우리는 놓여 있습니다. 그 어떠한 것도 우리에게 참된 기대를 주지 못합니다. 전 존재를 아우르는 치유가 우리에게 절실합니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만남이 필요합니다. 진정 우리를 깊이 아시며, 우리를 진심으로 아껴주시는 분과의 만남은 우리를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성경의 인물이 되어 봅니다. 약하고 부족하고, 죄인이라 여겨지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가 처한 고통과 비슷합니다. 우리 또한 너무도 아팠습니다. 참된 평안을 주시며, 자유를 주시는 주님과의 만남에서 우리 또한 참된 해방을 경험합니다. 이제야 우리는 온전한 변화를 선물로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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