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네 방 책상이랑 침대랑 어디에 놓는 게 좋을지 봐." 미르는 여기 오기까지 모든 걸 마음대로 했던 엄마가 침대량 책상 놓을 자리를 보라고 하는 게 어이없었다. 자기 인생인데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런 것뿐이라는 사실도억울했다. - P12
‘나는 미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희는 비밀일기장에 적었다.
소희는 미르의 가면을 자신의 검사용 일기장 같은 거라고생각했다. 비밀 일기장을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것처럼그 아이도 남한테 혼자만의 얼굴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12
나는 미르를 이해하기로 했다. 그 애가 보여 준 게 아니었다고 해도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아주 작은 예의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남의 일기장을 봐 놓고 남들에게 그 내용을 떠들고 다니는 짓이나마찬가지다. - P75
소장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미르에게 좀 더 잘했어야 했다. 그 애가 오길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먼저다가갔어야 했다. 아이들이 뭐라고 뒷소리를 하든 내가먼저 마음을 열었어야 했다. 아무래도 내가 미르보다더 마음 부자인 것 같다. 내가 자기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자기가 가진 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기 전에는 내가 그 애보다 훨씬 더 부자다. - P94
바우는 미르가 날카롭게 구는 이유를 이해했다. 자신이말하지 않는 것으로 엄마 잃은 슬픔을 나타냈듯이 미르는가시를 세운 모습으로 아빠와 헤어진 슬픔을 표현하는 거라고 바우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보면 엉겅퀴꽃이 생각났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 같지만 만져 보면 부드러운 엉겅퀴꽃.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여린 마음을 들키기 싫어 가시 돋친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 P137
엄마, 이 꽃 이름이 뭔 줄 아세요? 하늘말나리예요. 진홍빛 하늘말나리는 꽃도 예쁘지만 잎도 예쁘게 났어요. 빙 둘러 난 게 바퀴 모양 같아요. 백합이나 원추리 같은다른 백합과 꽃들은 꽃이 땅을 내려다보고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서 핀대요. 그 모습이 뭔가 소원을비는 것 같아요. - P146
"이제 오해 풀렸지? 엄마가 지금까지 내 자식이고 아직어리니까 너를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앞으론 조심할게. 그리고 네가 엄마를 엄마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 한 인간으로 이해해 줄 때가 오길 기다릴게." 엄마 말은 미르의 가슴에 출렁, 하고 떨어져 물무늬를 만들었다. 엄마이기 전에 한 여성, 한 인간? 우리 엄마이기 전에 한 여성, 한 인간이라고?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의 끈을가위로 싹둑 자르는 느낌이 들어 서운했지만, 엄마가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지 않는 건 마음에 들었다. - P184
"다른 나리꽃들은 땅을 보면서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면서 피어."
"하늘말나리, 소희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 - P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