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셰익스피어처럼 쓰지 않으려고요. 그러느라 속도가 느려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방식으로 단어 철자를 길게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거든요. 따뜻한 날씨의 오데사에서 또 다른 하루. 하늘에는 수평선조차 가리지 않는 완벽하게 반듯한 연회색 구름층이 높이 떠 있어요. - P203

"우리 문학은 당신네 월터 스콧의 동시대인인 푸시킨에서 시작되었지요." 그가 내게 말했어요. "푸시킨 이전의 러시아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행정구역이었어요. 귀족은 프랑스어를 사용했고, 관료는프로이센 사람들이었지요. 농민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러시아인들이었는데, 통치자와 관료들은 하나같이 그들을 경멸했어요. 그러다 푸시킨이 민중의 한 사람인 그의 유모로부터 민간 설화들을 배웠죠. 그의 소설과 시 덕분에 우리는 우리 언어에 자부심이 생겼고, 우리의 비극적인과거 - 우리의 기묘한 현재 우리의 수수께끼 같은 미래를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는 러시아에 어떤 심적 상태를 만들어 주었고 - 그것을 실현시켰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당신네 디킨스만큼 위대한 고골과,
당신네 조지 엘리엇보다 더 위대한 투르게네프, 그리고 당신네 셰익스피어만큼 위대한 톨스토이를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당신네에겐 월터스콧 이전에 이미 몇백 년의 셰익스피어 시대가 있었죠." - P204

친애하는 갓, 우리는 다시금 열정적인 바이런이 사랑하고 노래했던 그리스 섬들 사이를 지나고 있어요. 그리고 나는 이곳의 소녀들이 더 이상 노예들에게 젖을 먹이지 않아도 되어서 매우 기뻐요. 114

114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George Gordon Byron(1788-1824) 그리스 섬들의 도입부와 결구 부분. "그리스 섬이여, 그리스 섬이여!/열정적인 사포가 사랑하고 노래했던곳," "그러나 홍조 띤 처녀들을 하나하나 응시하노라면/노예들에게 젖을 먹여야 할그들 생각에/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앞으로 노예로 자라게 될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는 (노예) 처녀들‘은 1829년에 독립하기 전,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그리스의 상황을 가리킨다. - P222

"진정하게, 맥캔들리스. 그녀 입장에서는 플라토닉 연애였어.
그것이 그녀의 정신적 성장을 도왔다는 사실은 어느 순간 작고 고르고 곧아진 글씨에서, 표준 사전과 빠르게 일치해 가는 철자법에서 항목과 항목을 나누는 장난스럽게 일렬로 늘어선 별들이 직선의 가로줄로 대체되는 것에서 보이네. 하지만 그녀의 성장은 성찰의 질에서 가장 분명히 나타나 지금부터 이어지는 그녀의 성찰에는 동양 현자의 영적 통찰에다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의 분석적 예리함이 융합되어 있어. 집중하게!"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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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폐기물 센터‘로 가서 우리의 ‘인간 폐기물‘ 무게를 단다. 서류 작업과 요금‘이라는 딱지가 붙은 상자에 서류와 요금을 낸다.
쓰레기는 ‘쓰레기‘라는 딱지가 붙은 쓰레기통에 던지고 ‘인간 폐기물‘은 ‘주의 인간 폐기물‘이라는 딱지가 붙은 쓰레기통에 버린다.
마티와 지닌 때문에 마음이 안 좋다. 특히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안 좋다.
넬슨이 쥐가 가득한 어두운 보일러실에 갇히는 걸 상상해본다.
게다가 이제 우리 ‘외딴 지역‘들은 어디에 가서 담배와 민트와 케이오를 구해야 하나? - P74

나는 천천히 한다. 천천히 하면서 그녀가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기 위해 내 속도를 관찰한다. 그렇게 하는 게 신중한 것 같다. 내 말은 그녀가 하는 것과 똑같이 내가 하면 내가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는 방식을 그녀가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도 머리를 들이밀지 않는다. - P91

하얏트의 조명을 끈 회의실에서 여든 명이 대량 생산된 종이 모자를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모자‘는 ‘시작을 시작하고 있었다. ‘분홍 모자‘는 ‘시작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초록 모자‘
는 ‘아주 확실하게 시작하고 있었다. ‘황금 모자‘까지 올라가는 먼길을 향해 ‘삶에 통달한 ‘황금 모자‘는 ‘간식 테이블‘ 주위에 모여서서 아래 등급 모자를 쓴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소곤거리고 의논하고 팔꿈치로 서로 쿡쿡 찔렀다. - P95

"내가 방금 한 거 봤어?" ‘황금 모자‘가 말했다. "‘너‘를 ‘내적 평화‘로 가지 못하게 막는 자들로부터 방금 해방해준 거야. ‘너‘한테는 아주 잘된 일이지! 문제는 이거야, 과연 ‘너‘가 계속 해방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 어쩌면 ‘너‘는 계속 내적으로 일깨워주는 게 필요할지도 몰라. 만트라 계속 내적으로 일깨워주는 게 바로 만트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어? 이 가운데 혹시 ‘너‘와 공유할 수 있는 멋지고 산뜻한 만트라 있는 사람?" - P97

오늘 나는 여러분을 이끌고 나의 ‘핵심 삼 단계’를 통과할 거야.
찾아내기, 막기, 대면하기.
첫째, 우리는 여러분의 개인적인 진을 찾아낼 거야.
둘째, 우리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상징적인 오트밀에 정신적으로 비유적인 ‘막‘을 치도록 도울 거야.
마지막으로, 우리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개인적인 진과 ‘대면하여 그 남자에게 또는 그 여자에게 여러분의 오트밀이 앞으로는 접근 금지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방법을 보여줄 거야. - P101

오, 이 사람아, 세상이 아빠한테 똥을 싸질렀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림없을 것이다. 절대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이 그가 스페인놈들한테 아내의 젖통을 조롱당하는 동네에 살 거라고 생각한다면, 가족에게 베이컨 기름 범벅인 빵을 먹게 하면서 그걸 ‘품팔이의 낙樂‘ 이라고 부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들이 틀린 거다. - P115

그는 더 빨리 납땜을 했고, 이것이 그 책이 ‘힘의 충천‘ 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었다. 그 책은 ‘위대한 성공자‘들은 ‘힘의 충천‘에 ‘힘의 충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이어가려면 어떤 주어진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다고 느끼는 바로 그 일을 확신을 품고 기쁘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그는 깨달았다. 그가 지금 막 하려고 하는 일이다, 윙키를 쫓아내는 일! - P116

그는 힘이 세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고, 그저 다른 모두와 똑같을 뿐이었다. 아니 다른 모든 사람보다 약했다. 다른사람은 결혼을 하고 진짜 일자리를 갖는다, 다른 사람은 들러붙는 뚱뚱한 여동생과 살지 않는다. 그는 패배자이고 남은 인생 내내 패배할 거다, 한 번도 기회를 얻은 적이 없기 때문에, 나쁜 아빠와 나쁜 엄마와 나쁜 여동생이라는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변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새로 출발하기에는 너무 약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밀려 차 냄새가 나는 집안으로 들어갈 때 그의 상상 속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세월이 기쁨 없이 황량하게 펼쳐졌고, 가슴이 갑자기 분노로 미어졌다.
"닐-닐." 그녀가 말했다. "무슨 문제 있어?"
그는 그녀를 후려갈기고, 모욕을 주고, 정신 차리게 할 만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계속 자기 방으로 움직이며, 나지막이 그녀에게 끔찍한 욕을 해댈 뿐이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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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하나 있어요. 돌아가신 분의 삶은 언젠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282

난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어디선가 새 생명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날 때, 또 다른 누군가의 심장이 멎는다. 매일 반복되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이치가 묘하게 현실감을 가지고 가슴에 와 닿았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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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아버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를 인정하며 건넨 따듯한 말보다, 내게 했던 그 거친 쓴소리들을 얄궂게도 더 자주 떠올린다. 그렇게 듣기 싫던 말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나의 연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래서,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내까짓 게 계속 연주를 해도 되는 걸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마치 아버지가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관객석 어딘가에 하얀 양복을 입고 까만 나비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날카롭지만 분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백혜선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0305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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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벌판 너머 서쪽 하늘엔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은 벽돌은 노을빛과 어우러져 거대한 들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장엄한 광경이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0

단지 그녀는 세상에 벽돌을 남겼을 뿐이다. 그리고 그 벽돌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남겼을 뿐이다. 벽돌에 담긴 그림 속엔 장차 벽돌이 세상에 나가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기를 바라는 춘희의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8

하지만 적어도 가장 소설답지 않은 스타일을 통해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텍스트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만큼은 부정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고래』는 서구 근대 장편소설이 제시한 리얼리즘과 그럴듯함verisimilitude의 형식과 기율에 상당 부분 부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동서양 고금의 다양한 서사 텍스트의 스타일에 빚진 바가 많은, 역설과 혼합의 산물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5

금복은 노파의 죽음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노파의 원령 또한 생전에 그토록 집착했던 돈 자체에 들러붙어 상속된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8

분명한 것은 그녀가 당시에 몰입하고 있었던 남성으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또다른 욕망의 대상에 눈을 돌리는, 즉 타자를 발견하는 순간 파국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69

그도 그럴 것이 금복은 자신의 믿음과는 무관하게 그때그때 동경했으나 손에 넣지 못했던 모든 대상 및 완전히 극복했다고 여겼던 죄의식의 원인 일체가 물질적으로 집약·구현된 고래극장을 건설하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길 만큼 부지불식간 자신의 과거에 구애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72

그저 노파와 금복이 자신의 죄를 회피하려 한 것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이며, 애꾸와 춘희 역시 우연찮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각자 운명처럼 받아들인 것뿐이다. 이 과정에 개인들의 의도는 개입되지 않으며 이에 따른 특정한 인과관계 역시 설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이 상속한 바로 이 일에만 구애되고 각각 꿀벌과 벽돌이라는 사물에 즉卽하면서 스스로 세속과 교유하지 않게 된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78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다시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공장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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