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공화국은 모든 아일랜드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충성을 받을권리가 있고 이에 이를 요구한다. 공화국은 모든 국민에게 종교적·시민적 자유,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며, 국가 전체와 모든부문의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고 모든 아동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겠다는 결의를 천명한다."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1916)에서 발췌 - P7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row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 P11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멀리 가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시내에서, 시 외곽에서 운 없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고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창고보다도 추운 집에서 지내며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들은 매달 첫째 금요일에 아동수당을 받으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우체국에서줄을 섰다. 시골로 가면 젖을 짜달라고 우는 젖소들이 있었다. 젖소를 돌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다 때려치우고 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나버린 탓이었다. 한번은 세인트멀린스에사는 남자가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요금을 내러 왔는데,
그 사람 말이 지프를 팔아야 했다고, 빚을 생각하면, 은행에서 압류가 들어올 걸 생각하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서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어느 이른 아침 펄롱은 사제관 뒤쪽에서 어린 남자아이가 고양이 밥그릇에 담긴 우유를 마시는 걸 봤다. - P23

여자들은 펄롱을 보자 불에 데기라도 한 듯 놀랐다. 그저 카멜 수녀가어디 있는지 물어보러 왔을 뿐인데? 그들 중에 신발을 신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검은 양말에 끔찍한 회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한 아이는 눈에 흉측한 다래끼가 났고 또다른 아이는 머리카락이 누군가 눈먼 사람이 커다란 가위로 벤 것처럼 엉망으로 깎여 있었다. - P51

이 위는 이렇게 고요한데 왜 평화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걸까?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고 펄롱은 검게 반짝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강 표면에 불 켜진 마을이 똑같은 모습으로 반사되었다.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훨씬 좋아 보이는게 참 많았다. 펄롱은 마을의 모습과 물에 비친 그림자 중에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 P67

그날 미사는 길게 느껴졌다. 펄롱은 딱히 열심히 참여하지 않고 멍하니 한 귀로 들으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보았다. 강론 동안에는 눈으로 십자가의 길」성화를 훑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쓰러지고, 성모와 예루살렘의 여인들을 만나고, 두 번 넘어지고 옷이 벗겨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무덤에 묻히는 그림들 축성이 끝나고 앞으로 나가 영성체를 받아야 할때가 되었으나 펄롱은 벽에 붙어 서서 고집스럽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P89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거기 일에 관해 말할 때는조심하는 편이 좋다는 거 알지? 적을 가까이 두라고들 하지. 사나운 개를 곁에 두면 순한 개가 물지 않는다고. 잘 알겠지만." - P105

어떤 녀석들은말쑥하게 보였다. 날개를 접고 성큼성큼 돌아다니면서 땅바닥과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뒷짐을 지고 시내를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젊은 보좌신부와 닮아 보였다. - P61

펄롱은 사냥감을 노리며 배회하는 야행성 동물이 된 듯한기분이었다. 무언가 흥분에 가까운 기운이 피를 타고 흘렀다. 모퉁이를 돌자 검은 고양이가 죽은 까마귀를 뜯으며 입술을 핥고 있었다. 고양이는 펄롱을 보고 멈칫하더니 후다닥 울타리 속으로 달아났다. - P116

펄롱은 어렵지 않게 아이를 데리고 진입로를 따라 나와언덕을 내려가 부잣집들을 지나 다리를 향해 갔다. 강을 건널 때 검게 흘러가는 흑맥주처럼 짙은 물에 다시 시선이갔다. 배로강이 자기가 갈 길을 안다는 것, 너무나 쉽게 자기 고집대로 흘러 드넓은 바다로 자유롭게 간다는 사실이부럽기도 했다. 외투가 없어서 추위가 더 선뜩했다. 펄롱은자기보호 본능과 용기가 서로 싸우는 걸 느꼈고 다시 한번아이를 사제관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펄롱은 이미 여러 차례 머릿속으로 그곳에 가서 신부님을만나는 상상을 해봤고 그들도 이미 다 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시즈 케호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다 한통속이야. - P117

펄롱은 빈주먹으로 태어났다. 빈주먹만도 못했다고 말할사람도 있을 것이다. 펄롱의 엄마는 열여섯 살 때 미시즈윌슨의 집에서 가사 일꾼으로 일하던 중 임신을 했다. 미시즈 윌슨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시내에서 몇 마일 떨어진큰 집에 혼자 사는 개신교도였다. 펄롱 엄마가 곤란한 지경에 빠졌을 때, 가족들은 외면하고 등을 돌렸지만 미시즈 윌슨은 엄마를 해고하지 않고 계속 그 집에 지내며 일할 수있게 해줬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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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이 고장 나서 완전하게 열리지 않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려면 코트 단추를 제대로 채우고 열린 틈새로 조심스럽게 빠져나가야 한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16

이 빵집의 단골은 모두 부자들이다. 부자는 아니지만 나도 이 가게를 자주 이용한다. 어느 가게나 빵값은 똑같기 때문이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23

사치스러운 기분을 내고 싶어 참을 수 없을 때, 나는 아쉬운 대로 마들렌 사원 주변을 산책한다. 포장용 목재와 배기가스 냄새가 풍기는, 근방에서 가장 풍요로운 느낌이 나는 곳이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25

부자가 되고 싶다.

부자가 되면 맨 먼저 옷깃에 모피가 달린 코트를 사자. 모든 사람이 나를 주목할 것이다. 그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서면 틀림없이 동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26

가끔씩 나는 5구역에 있는 무료 급식소에 간다. 좋아서 가는 게 아니다. 거기는 사람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에 가야 한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건물 벽을 따라 보도에 길게 줄을 서야 하고, 그런 우리를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지나간다. 그런 게 너무 싫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31

나는 밝은 자리가 싫어 되도록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 자리에 앉는다. 테이블에는 항상 ‘프티 스위스 치즈’ 포장지와 달걀 껍데기가 흩어져 있다. 그 자리에서 먼저 식사를 끝내고 나간 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33

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

이런 나의 탄식을 곁에서 들어줄 사람이라면 아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그 누구하고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거리를 헤매다 밤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손톱만큼밖에 안 되는 우정과 사랑이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다. - <나의 친구들>, 저자 에마뉘엘 보브 / 역자 최정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0c1d9998c464e4d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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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부드러운 외모를 가진 연우는 말할 때 천천히 정성을 들여 조용히 말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3

연우의 청소년기는 별다른 자극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무기력과 무위 속에 지내온 시간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4

연우 부모님은 전형적인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7

연우는 내향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모든 문제를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청소년이었다. 그런 연우에게도 화목하지 못한 가족 분위기는 여러 가지 심리적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연우는 이후 삶을 구상할 때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을 그리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7

돈이 많지 않지만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8

연우는 같이 특성화고에 온 친구들의 삶을 관찰하고 자신과 비교해서 성찰하고 있었다. 또한 그 삶에 깊이 감정이입을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주위를 살피고 공감하는 능력은 연우가 꾸준히 추구해온 사색하는 시간의 결과물이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연우는 행복에 대한 생각, 추구하는 삶에 대한 신념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96

이제 빈곤가정에서 성장한 수정이 대학을 마치고 취업한 이후 그 앞에 펼쳐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5

수정은 성실한 학교생활을 토대로 유아교육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활도 매우 열심히 임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고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6

수정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를 옆에서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상당히 먼 곳에 있는 대학교를 매일 통학했다. 대학 근처에 살지 못하고 왕복 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지하철로 다녔다. 유아교육과는 수업마다 수행 과제가 많았기 때문에 밤을 새기 일쑤였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수업도 대충 들을 수가 없었다. 작은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8

수정은 그 당시 감정을 드러낼 여유도, 기대서 울 휴식 같은 공간도 없었다. 우울감은 직업을 얻은 후에도 수정에게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우울감에 빠지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나 희망도 갖기 힘들었다. 수정은 현실을 외면하고 문제를 도외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회피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0

수정이 안정된 직장을 얻고도 가난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었던 건 디딤돌 없는 삶의 조건 때문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1

빈곤층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앞에 닥친 상황에서 시야가 좁아질 때가 있다. 결국 의도하지 않았고 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복잡한 일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1

수정처럼 가난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은 본인이 취업을 했더라도 그 환경에서 온전히 벗어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자식의 부모 돌봄이라는 효孝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를 개인에게 지우는 가족 중심 문화가 강력하다. 성년이 된 청년은 독립적인 개인이기보다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더 크게 부여받는다. 성인이 된 후에 하는 연애, 공부, 취업에 가족이 깊이 개입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4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부가가치를 내는 지식집약적 산업에 진입하려면 개인이 스펙을 쌓고 정규교육에 추가해서 뭔가를 더 갖춰야만 한다. 청년층은 이를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었다면 수정은 가족의 지원을 받으며 취업준비생 생활을 몇 년 정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6

수정은 ‘가족’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심지어 이런 인식은 더 넓게 확장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달라졌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21

이 장의 주인공 현석도 그런 편견과 오해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0

그저 감호처분을 받는 동안 철저하게 통제해서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감금’과 ‘격리’의 의미가 커 보였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1

센터 선생님들은 현석의 지능이 평균치보다 좀 떨어지는 경계성지능으로 장애 등급을 받을 수도 있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재판에서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현석을 봐왔기 때문에 현석이 학습 면에서 장애 등급을 고려할 만큼 능력이 떨어지고 말이 어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열일곱 살의 현석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현석은 선생님들의 예상과는 달리 판사가 구형한 대로 형 집행을 모두 살고 나왔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2

현석 아버지는 건축 내장재 일을 하는 저임금 육체노동자였다. 말수가 적었고,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 있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나는 현석이 어릴 때 경계성지능처럼 지능이 떨어져 보였던 것에 아버지의 이런 특성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없었다는 사실은 현석과 누나들이 얼마나 돌봄의 공백 속에 방치되어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현석은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적인 자극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라왔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3

어쩌면 현석에게 센터는 돌봄을 받고 아이들과 자유롭게 섞여서 놀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지 모른다. 현석은 중학교 때까지 학교는 결석해도 센터는 매일 다녔다. 그만큼 센터는 그에게 돌봄의 공백을 메워주는 곳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5

현석이 법과 제도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된 것은 탈학교 과정과 관련이 깊다. 일단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난 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함께 어울리는 집단이 달라진 것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6

몇 년의 공백을 거쳐서 현석이 성인이 된 후, 나는 그를 두세 번 더 만났다. 스무 살에 출소하고 나서 4년이 더 지났을 때 현석은 청소년기 때와 다르게 매우 안정되어 보였다. 청소년기에 느꼈던 뭔가 좀 어리숙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평균적인 20대들보다 훨씬 더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신중했다. 비행과 범죄행동을 계속 증폭시켰던 과거 친구들과의 관계도 다 끊긴 상태였다. 그로부터 다시 4년이 지나 20대 후반이 된 현석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성실하고 건실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9

현석의 성숙한 모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41

현석이 얘기한 ‘나이’는 사회적 무게감과 책임감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이런 사회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한다. 그들에 비해 현석은 배움이 짧을지 모르지만, 혹은 그들에게 없을 수 있는 별도 달았지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가져야 할 의무와 권리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사람에게 자라온 환경은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채워나가고 자신을 지켜가는 것에는 본인의 의지와 바람이 많이 작용한다. 현석은 지금도 그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47

우리 청소년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모든 성장과 변화가 성공적이고 찬란하진 않기 때문에 한때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충분히 줘야 한다. 아직 가능성이 풍부하고 변화할 여지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포용적이고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기르고 돌보는 공동체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미덕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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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또래 관계는 중요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 또래 관계는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정체감이 형성되지 않았고 자신을 보호할 내면의 힘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또래 관계에 쉽게 휩쓸리고 이는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99

낮은 자존감은 이전의 실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에도 큰 질곡이 된다. 새로운 일에는 자신이 없고, 끈기가 없으며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학업에 다시 도전하거나 기술을 배우는 일에서 종종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이것은 다시 자존감을 낮추는 악순환을 만든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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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미래도 새 가족 안에서 꿈꾸고 일구고 있다. 가난한 가족이든 아니든 사람이 성장을 하고 원가족으로부터 경제적·정신적 독립을 하면 이런 홀로서기와 거리 두기의 과정을 겪게 된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내면 원가족에 대해서도 자신과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는 단계에 오른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76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존재이다. 사회 안에서 자신의 위신과 자존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정체감)이 삶에 필수적인 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이를 훼손하면서까지 경제적 도움을 얻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난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도움 요청’은 자칫 위신과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79

성찰하는 힘은 인간이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외적인 지식(예를 들어, 학력)과 외형적 모습(예를 들어, 재산, 직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 즉 성찰하는 힘에 대해서는 참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1

다양한 경험과 시도, 좌절, 고통, 성취 등의 단계를 거쳐야 서서히 쌓여가는 내면의 힘이 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2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불편한 정도를 넘어, 사회적 개체로서 ‘나’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아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둔감해진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3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3

자신감이 부족하고 기죽어 있던 어릴 때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연우가 겪은 성장통과 같았다. 달리 말하면,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8

연우는 가족이 웃음이 많지 않고 자주 다투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원인은 주로 부모님의 성격 차이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봐온 연우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갈등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다른 길을 찾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88

하지만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 아이는 이후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줄 안다. 그 시간이 자아존중감을 길러주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99

에릭슨과 마샤에 의해 도입되고 발달해온 개념인 자아정체감은 나 자신에 대한 현실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 혹은 사고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2

그러므로 청소년들에게는 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05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의 박탈로 규정해야 한다." 여기서 역량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이다.◆
◆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김원기 옮김, 갈라파고스, 2013, 151쪽.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19

즉, 노인빈곤은 인구구조의 변화, 부의 축적구조의 불평등, 사회복지 제도의 미성숙에 그 원인이 있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두고, 노동시장 불안정성과 높아진 자산가치 때문에 내 집 마련도 어려운 자녀 세대에게 부양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계에서 국민기초생활법상 부양의무자를 폐기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온 것은 이런 배경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속법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부모의 빚이 부모 사망 후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자녀에게 상속된다. 기본적으로 이런 법안에 깔려 있는, 가족 공동체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는 습속부터 바꾸어야 한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28

우리 사회에서는 고졸자와 3년제 대학 졸업자, 4년제 대학 졸업자 간의 임금 격차가 극심하고 승진 기회는 철저히 나누어져 있다. 천현우 작가가 자신이 용접공으로 일했던 경험을 담은 책 『쇳밥일지』를 보면, 충분한 휴식과 마땅한 임금이 보장된 좋은 일자리가 가난한 고졸 노동자계급에게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 수 있다. 툭하면 산업재해를 당하고, 아무리 경력을 쌓아도 임금에 반영되지 않으며, 미래를 위한 공부나 여가가 보장되지 않는 삶은 21세기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참혹하다. 청년 세대의 가난은 과도기적이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일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현재의 가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직업훈련 지원, 주거 안정 자금, 일-학교 병행이나 일-가정 병행(결혼한 경우) 제도 등이 더 절실해 보인다. 이런 제도들은 가난한 청년들에게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안전망이 될 것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30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지렛대는 인간관계이다. 사람들의 기대에 호응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사회의 기본을 지켜주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든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47

나는 그 무렵 개봉한 영화 <오아시스>의 주인공 홍종두를 보면서 그 아이를 떠올렸다. 관심과 돌봄이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홍종두는 사회적으로 세련되지 못해서 계속 이용당하고 범죄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우리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너무 받은 것이 없고 자기 통제를 훈련받지도 못한 청소년들이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다가 사회 부적응자가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53

우리 청소년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모든 성장과 변화가 성공적이고 찬란하진 않기 때문에 한때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충분히 줘야 한다. 아직 가능성이 풍부하고 변화할 여지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포용적이고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기르고 돌보는 공동체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미덕이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55

성장하는 동안 자신을 지켜주고 돌봐줄 누군가, 삶의 모범이 될 만한 모델을 꾸준히 갈구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욕구의 결핍을 자기 힘으로 버티며,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악착같이 살아가느라 애써왔다. 그 결과 겉으로는 단단해 보였지만 진짜 속얘기를 할 사람은 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70

은유 작가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2014년 현장실습생 김동준이 CJ를 다니다가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에 이른 과정을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75

사람들은 평소 학원에 가는 학생의 모습에 익숙하고, 수능날에 모든 언론에서 시험장을 취재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여겨도 현장실습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의 모습에는 낯선 느낌을 갖는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그대로 정책으로, 태도로, 일상적으로 던지는 시선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에는 가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76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쓰는 가면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혜주에게 짙은 화장은 사회에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페르소나였다. 특히 크고 살집이 있는 체구는 ‘여성답지 못하다’는 편견 때문에 혜주를 주눅 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혜주는 화장으로 이런 편견에 응답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2

친구들에게 쉽게 휩쓸리고 속마음을 다 얘기하다 보니 오해와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주위에서 다툼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무시받는 일을 여러 번 당하자 혜주는 점점 위축되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고 자신감이 없어졌고 자신이 뭔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흔히 말하는 자아존중감이 낮은 청소년기를 보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2

이런 실패의 경험이 쌓이자 뭔가 끈기 있게 해내지 못하는 사람, 자신감이 없고 주눅 들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것이 다른 여러 가지 도전을 실패로 이끌었다. 자존감 상실의 악순환이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4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관계에 의존하거나 종속되는 패턴은 낮은 자아존중감과 연결된다. 자아존중감이 낮기 때문에 혜주는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사람들을 선별할 줄 아는 힘이 부족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그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애착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러다 보니 배울 점이 있는 건강한 관계보다는 자신을 착취하는 관계에 쉽게 빠져들었다.

-알라딘 eBook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 중에서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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