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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를 주세요 큐큐퀴어단편선 4
황정은 외 지음 / 큐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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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특히 레즈비언 서사를 중심적으로 다루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각기 다른 소재와 설정으로 풀어낸 단편이 잔잔하게 읽어나가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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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 마음 시툰
김성라 지음, 박성우 시 선정 / 창비교육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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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 김성라(글/그림), 박성우(시 선정)

클럽 창비 활동을 하며 마음 시툰 서평단에 선정돼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한 권의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의 구성이 시와 만화였기 때문이다. 마음 시툰은 총 10개의 시와, 각 시들로부터 연상될 수 있는 상황들이 만화로 함께 그려져 있다. 『마음 시툰: 너무 애쓰지 말고』와 『마음 시툰: 용기 있게, 가볍게』 중 랜덤으로 발송되는 거였는데, 나는 ‘용기 있게, 가볍게’를 받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된 지도 벌써 4개월째. 처음 보는 수업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지만, 얄궂게도 이제는 더 큰 걱정거리들이 나를 반기고 있다. 해야 할 것들이 끊이지 않고 기다린다는 건 매 학기 마주할 때마다 늘 숨이 벅찬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35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꽤 두꺼운 책임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금방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가웠다.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은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단 한 문장이라도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융통성 제로인(…) 나에게는 숨통이 조금 트이는 책이었다. 알고 있던 시편들이 꽤 보여서 흐뭇하기도 했고, 괜히 마음이 시큰거리는 작품들도 있었다. 나는 그림에 일가견이 없는 편이라, 뭐든 그림을 슥슥 쉽게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림은 글보다 더 직관적으로 심어줄 수 있는 무언가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재능이 때때로 부럽기도 하다. 책에 선정된 시 중에서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도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됐는데, 종강 후에 책장에 있는 『입 속의 검은 잎』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강렬하게 들게 했다. 그가 스물아홉에 요절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사무치게 아쉬울 뿐이다.

요즘같이 무거운 마음을 가진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참 괜찮은 책 같다. 소설만 취급했던 나 자신도 근래 들어 시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직은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도 곧 찾아올 폭염으로 사라지고 말겠지만, 가는 김에 정신없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는 생각들도 함께 데려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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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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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서평, 정호승


 

정호승 시인이라 하면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려 있어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필기를 했던 소소한 기억이 있다. 감정과 감정끼리의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정말 이런 이야기들이 오갈까, 하는 막연한 상상과 동시에 시인이 왜 슬픔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했는지 궁금했다. 그런 정호승 시인의 열세 번 째 시집이 다시금 창비에서 출간되며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하게 됐다.


해당 시집에 실린 125편의 시를 읽으며 들었던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시인의 순수함이었다. 꼭 세상을 살며 때가 묻지 않아야만 순수한 것인가. 아닐 것이다. 원치 않게 묻게 된 때까지도 안고 가며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흔적을 반성하는 모습 자체가 시를 쓸 수 있는 그만의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손미 시인의 시집 이외에도 다양한 시집을 읽어왔다. 그래서 나에게 정호승 시인의 시들은 더 잔잔하고도 평범하고,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이전에 내가 읽었던 시집들은 강렬한 이미지, 그로테스크한 상징, 저 아래서부터 끌고 올라온 어둡고 뜨거운 열망, 강직하고 무거운 슬픔과 같은 것이 시의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정호승 시인의 시는 전반적으로 해석에 큰 어려움 없이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나이와 비례하지 않은 어린 사람으로 묘사하며 인생사에 통달한 듯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자신을 털어놓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런 자세이기에 시를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어머니이다. 총 다섯 부로 나뉘어진 시집에서 전반부에는 새에 관련된 시 혹은 텍스트에 새가 언급된 경우가 굉장히 많았고, 후반부에는 시인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어머니가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시인은 새라는 존재에 대해 말할 때 결코 인간이 더 나은 존재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계속해서 자문한다. 더불어 자신의 인생에 있어 계속해서 등장하는 일종의 동반자라고도 생각하는 듯하다. 이 시집을 내기 전에 시인이 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새에 관련된 특별한 경험들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어머니에 대한 시들은 시인의 그득한 그리움과 가슴 속 깊이 묻힌 쓰라린 상처, 못다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상처」라는 시에는 같은 사물을 보고도 시인의 청년 시절과 현재의 다른 마음을 말한다. 내가 일흔 즈음이 되었을 때, 이 시집을 읽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감명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차에서」, 「시계를 볼 때마다」, 「썰물」이라는 시는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느낄 법한 감정을 격언처럼 풀어낸 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상 깊었다. 자고로 나에게 좋은 시란, 순간적으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차가 달리는 동안에는 달리는 기차를 사랑하라는 시인의 말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어찌됐든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든 삶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문장일 것 같다. 지금도 기차는 달리고 있으니, 눈에 스치는 많은 것들을 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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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하는 여자들
대니엘 래저린 지음, 김지현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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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느꼈다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 그런대로 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에 오고 페미니즘을 실질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정말 새로운 감각의 눈을 뜬 것 같았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가 차별의 시작점이었다는 건 정말 몰랐었다.

처음에 페미니즘을 접했을 때는 SNS로부터 주로 많은 소식을 접했고, 내 가치관을 정리해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내 생각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그대로 흡수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건 그닥 좋지 못한 일이라는 것도 동시에 깨달았다.

그 이후부터는 수업을 듣고, 강의에 참고되어 있는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나만의' 생각을 쌓아가려고 노력했다.

내 생각이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나만의' 생각이 존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박하는 여자들"에서 크게 느낀 점은 두 가지 캐릭터들이 눈에 보인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수동적인 여성상과 능동적인 여성상이 한 작품 안에 공존하는 걸 발견했다.

작가 분께서 그렇게 의도하신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이후라서 더 그 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도 있다.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인 여성상은 사실 익숙하게 느껴지긴 한다. 왜냐, 우리가 여지껏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하다는 점이 포인트이다.

왜 여자는 주체적인 일이 어색하다고 느껴지는가부터가 문제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외국 사람이라 물론 한국의 사회 현실을 세부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크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어릴 때는 당연히 언젠가는 결혼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처음 대학에 들어와서는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 한다는 모토를 가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러 가지 삶의 경험들을 하다 보니 결혼이라는 게 훗날 필요해질 수도, 닥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 책은 결혼한 삶 속에서의 여성을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는 모습, 이혼을 한 모습, 연애를 하는 모습 등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며 동시에 성생활의 흐름을 언급하기도 한다.

결혼을 실제로 내가 맞이하게 된다면 그 생활을 내가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들었다.

그리고 그 삶이 과연 내가 바란 행복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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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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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아픔이 존재했구나

역시 세상은 내가 아는 것보다 넓고, 크고, 다양하고, 무섭다.

뭔가를 계속해서 깨우쳐 갈수록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지만, 사실 내가 아는 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유복하게 살아온 편인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는 누구나 겪어봤을, 겪고 있는, 겪을지도 모르는 아픔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어떠한 약물이나 진단으로 치료될 수 없는 마음의 아픔.

세상을 살다보면 '왜 나에게?'라는 질문이 던져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해당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나 자신,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럴 때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니 사실 그보다도 내 자신에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매우 아프고 공허하게 이어나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뚜렷하게 말해주거나 설명해주진 않지만, 감정적으로 많은 여운을 준 책.


삶을 살아가는 방법

요즘 나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아픈 죽음들.

또는 내 눈과 코와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가는 증거들. 이는 매우 아프다.

키보드로 쳐서 기록으로 남기는 것조차 슬픔이 될 것 같은 증거들.

엄마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그다지 슬픈 일만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굉장히, 무진장 슬퍼보인다.

늙어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짠해지는 걸 나는 부정하고 싶고, 내 세대에서는 늙음이 조금은 다른 의미로 변질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어떠한 상황이 닥쳤을 때, 매우 힘들고 고단하게 느끼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그것도 다 지나가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게 될 것만 같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는 것처럼. 예를 들면 사랑?

모든 건 변하지 않는다고 자부해서도 안 된다. 모든지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 내부는 변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상의 아픔과 좌절, 권태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길 바란다.

세상에는 뉴스에 보도되고, 내가 겪고 들은 것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상실과 고통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내용을 담담한 문체로 써내려간 정소현 작가님이 대단하는 생각도 들었다.

1인칭 관점이지만 마치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문체는 내 마음을 텅 비게 만드는 데 한 몫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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