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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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택하게 된 계기는 제목의 공이 크다.

 제목은 소설의 얼굴이다. 따라서 제목은 소설의 첫인상을 크게 좌우하며, 제목 선정은 책의 내용 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책의 제목은 일견 특이하게 보인다. '옥상으로 따라와'는 무서운 사람들이 좀 거친 일을 벌일 거라는 암시이자 사건 발생의 서두로써 꾸준히 사랑받아 온 문구이니까. 그러나 '만나요'라는 어미가 주는 느낌은 부드럽고,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낭만의 대명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목은 아주 로맨틱하게 보였다.

 꺼내 든 책의 표지는 도시를 배경으로 커다란 공간에 덩그마니 선 사람이 일견 쓸쓸하게도 보였으나,또 이쪽을 뒤돌아 보는 모습이 마치 "어, 왔어?" 라며 할 말을 주섬주섬 꺼내어 놓는 친구처럼도 보여 괜한 친근함이 느껴졌다.

 책은 단편집이었다. 단편은 한정된 페이지 수 안에서 최대한 짜임새 있게 풀어 놓고 싶은 이야기를 채워 넣기 때문에 전개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많은 인물의 이야기를 조금씩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매 에피소드는 사회적 약자,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에 더욱 안쓰러운 사람들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직장에서 느끼는 부조리함, 성별 탓에 가해지는 폭력, 일함으로써 얻게 되는 나라는 존재의 상실... 그러나 그들이 풀어놓은 아픔은 주위의 사람들에 의해 구원받는다. 이는 가끔은 친구의 평범한 말로, 때로는 주술비급서라는 구체적인 대상으로 비유되어 나타나지만,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우리 주위의,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임은 명백하다. 우리가 가장 슬프고 힘들 때, 결국 옆에서 힘이 되는 것은 우리의 평범한 동료들이다.

 말인 즉슨 우리는 또한 다른 이들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는 세상의 선한 힘은 힘 센 사람이 거창한 일을 벌여 만들어지는 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당장 필요한 다정한 시선은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 때로는 나의 친구가 내 영웅이 될 수 있고, 내가 내 후배의 숨 쉴 구멍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섬세한 묘사와 다정한 시선으로 이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린다.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아! 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동안 보지 못한 친구를 불러내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지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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